美의료보험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맥혈전색전증 환자 약 4만명 분석
엘리퀴스군, 자렐토군보다 정맥혈전색전증 재발·출혈 위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 예방을 위해 비-비타민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인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와 엘리퀴스(아픽사반) 중 어떤 치료제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가 제시됐다.

정맥혈전색전증을 진단받고 새로 자렐토 또는 엘리퀴스를 처방받은 환자 4만여 명의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엘리퀴스 복용 시 재발 및 출혈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점에서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 예방을 위해 반드시 엘리퀴스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단,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만큼 임상에서 치료제 선택 시 결과를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2월 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엘리퀴스군, 자렐토군 대비 재발 23%↓·출혈 40%↓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자렐토와 엘리퀴스 등 NOAC은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및 치료에 대표적으로 사용했던 비타민 K 길항제(VKA)를 대체하고 있다.

게다가 자렐토는 2017년 EINSTEIN CHOICE 연구를 통해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 예방에 아스피린보다 효과적이며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후향적 연구는 정맥혈전색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자렐토와 엘리퀴스를 직접 비교한 헤드투헤드(head-to-head) 연구가 없다는 점에서 이뤄졌다. 

2015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미국의 상업 의료보험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렐토 또는 엘리퀴스를 새로 처방받은 정맥혈전색전증 성인 환자 3만 7236명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이들은 최소 1회 입원을 통해 정맥혈전색전증을 진단받았고 30일 이내에 NOAC 치료를 시작했다. 자렐토군과 엘리퀴스군은 각 1만 8618명이었다. 

1차 효능 목표점은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을 종합한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 발생으로 정의했다. 1차 안전성 목표점으로 위장관 및 두개내출혈 등 출혈 발생을 확인했다. 

자렐토군의 추적관찰 기간(중앙값)은 105일, 아픽사반군은 102일이었다. 등록 당시 각 군의 특징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향점수매칭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은 엘리퀴스군이 자렐토군보다 23% 유의하게 낮았다(HR 0.77; 95% CI 0.69~0.87). 구체적으로 엘리퀴스군은 자렐토군 대비 심부정맥혈전증 위험 15%, 폐색전증 위험 41%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출혈 위험도 엘리퀴스군이 자렐토군에 비해 40% 의미 있게 낮았다(HR 0.60; 95% CI 0.53~0.69). 엘리퀴스군의 위장관출혈 위험은 40%, 두개내출혈 위험은 46% 낮아, 자렐토보다 엘리퀴스 선택 시 유의하게 출혈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

자렐토군과 비교해 아픽사반군의 재발성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 절대 감소치는 치료 시작 후 2개월 이내에 0.6%, 6개월 이내에 1.1%, 출혈 발생률 절대 감소치는 각 1.1%와 1.5%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일시적 위험요인을 가진 정맥혈전색전증 환자와 만성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를 비교한 분석을 포함해 다양한 민감도 및 하위분석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관찰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Ghadeer K. Dawwas 교수는 "이번 결과는 정맥혈전색전증 환자에게 엘리퀴스가 자렐토보다 효능 및 안전성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번 리얼월드 결과는 초기 항응고제 선택 시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맥혈전색전증 치료를 위해 항응고제를 선택하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지침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메이오클리닉 Damon E. Houghton 박사는 "연구 표본 수가 크다는 점에서 좋은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 결과는 자렐토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지만, 환자에게 적합할 경우 엘리퀴스를 첫 번째로 선택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급성 정맥혈전색전증 환자 대상 'COBRRA' 임상4상 진행 중

자렐토와 엘리퀴스의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한 이번 관찰연구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무작위 연구에도 관심이 모인다. 무작위 연구 결과에 따라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처방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OBRRA로 명명된 무작위 연구는 급성 정맥혈전색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자렐토와 엘리퀴스의 출혈 위험을 비교하는 임상4상이다. 목표 환자 수는 2760명이며, 1차 목표점으로 치료 3개월 동안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출혈 발생을 비교한다. 연구는 2023년 12월 종료될 예정이다.

Dawwas 교수는 "정맥혈전색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자렐토와 엘리퀴스를 비교한 무작위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존 데이터를 이용한 이번 관찰연구가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 Colleen Edwards 교수는 "이번 결과가 치료제 선택에 약간의 지침이 될 수 있다"면서도 "치료제 선택 시 보험과 비용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임상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 변화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무작위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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