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 '카그릴린타이드' 임상2상 공개
위약 대비 체중 3.0~7.8% 감소…고용량 투약 시 삭센다보다 1.8% 더 줄어
위고비 병용 임상1b상 결과, 15% 이상 체중 감소 나타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치료제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3.0mg)를 능가하고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4mg)와 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비만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장기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 '카그릴린타이드(Cagrilintide, AM833)'이다.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한 환자 대상의 임상2상 결과, 카그릴린타이드 모든 용량에서 위약보다 체중이 3.0~7.8% 감소했다. 또 카그릴린타이드 고용량 투약 시 체중은 삭센다보다 1.8% 더 줄었다.

이와 함께 카그릴린타이드는 기존 임상1b상에서 위고비의 병용 파트너로서 가능성을 확인해, 향후 비만 환자 관리에 폭넓은 약물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카그릴린타이드는 천연 아밀린에 상동성(homology)이 높은 장기 지속형 아실화된 아밀린 유사체이다. 천연 아밀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며, 포만감을 유발하는 호르몬이다. 위 배출을 지연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한다. 

카그릴린타이드와 삭센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했다.

삭센다와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로 카그릴린타이드와 작용 기전이 다르다. 삭센다는 1일 1회, 위고비는 주 1회, 카그릴린타이드는 주 1회 피하주사한다. 

카그릴린타이드군, 26주째 체중 6.0~10.8% 감소

The Lancet 11월 16일자 온라인판에는 카그릴린타이드 임상2상 결과가 실렸다.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활성 대조군, 용량결정 연구로 카그릴린타이드 용량별 체중 변화와 안전성, 내약성 등을 평가했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한 성인에게 카그릴린타이드 주 1회 피하주사 시 체중이 위약 대비 유의하게 감소했다.

연구에는 2019년 3~8월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일본, 폴란드, 세르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미국 등 10개국에서 △당뇨병이 없으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 △고혈압 또는 이상지질혈증이 있고 BMI가 27kg/㎡ 이상인 18세 이상 성인 706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카그릴린타이드 0.3mg(101명), 0.6mg(100명), 1.2mg(102명), 2.4mg(102명), 4.5mg(101명) 주 1회 피하주사군(카그릴린타이드군)과 삭센다 1일 1회 피하주사군(삭센다군, 99명), 위약군(101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치료는 최대 6주의 용량 증량 기간을 포함해 26주 동안 이뤄졌다. 이어 치료를 멈추고 6주 추적관찰을 진행해 총 32주간 연구가 시행됐다. 

용량 증량 시 시작 용량은 카그릴린타이드 0.3mg군이 0.3mg이었고, 그 외 치료군은 0.6mg으로 시작해 최종 용량 도달까지 2주 간격으로 점진적으로 늘렸다. 모든 참가자는 식이 및 신체활동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1차 목표점으로 등록 당시 대비 치료 26주째 체중 변화를 평가한 결과, 카그릴린타이드 0.3mg군 6.0%(6.4kg), 0.6mg군 6.8%(7.1kg), 1.2mg군 9.1%(9.7kg), 2.4mg군 9.7%(10.3kg), 4.5mg군 10.8%(11.5kg) 감소가 확인됐다. 

위약군의 체중은 3.0%(3.3kg) 감소에 그쳐, 카그릴린타이드 투여 시 위약보다 3.0~7.8%의 유의한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P<0.001).

게다가 치료 26주째 삭센다군의 체중은 9.0%(9.6kg) 줄어, 삭센다군 대비 가장 고용량인 카그릴린타이드 4.5mg군의 체중이 1.8% 더 의미 있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P=0.03).

▲등록 당시 대비 치료 26주째 카그릴린타이드군, 삭센다군, 위약군 체중 변화. 카그릴린타이드 임상2상 결과 재구성(The Lancet 11월 16일자 온라인판).
▲등록 당시 대비 치료 26주째 카그릴린타이드군, 삭센다군, 위약군 체중 변화. 카그릴린타이드 임상2상 결과 재구성(The Lancet 11월 16일자 온라인판).

아울러 치료 26주째 체중 5% 이상 감소 도달률은 △카그릴린타이드 0.3mg군 57.5% △0.6mg군 62.0% △1.2mg군 75.8% △2.4mg군 74.1% △4.5mg군 88.7% △삭센다군 76.2% △위약군 30.9%였다. 

같은 기간 체중 10% 이상 감소 도달률은 △카그릴린타이드 0.3mg군 15.3% △0.6mg군 24.1% △1.2mg군 35.8% △2.4mg군 44.0% △4.5mg군 53.5% △삭센다군 39.4% △위약군 10.4%였다.

일부 카그릴린타이드군과 삭센다군에서 32주째 체중 재증가가 관찰됐으나 이는 26주째 치료 중단 후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치료 32주째 평균 체중은 카그릴린타이드군 5.0~9.8%, 삭센다군 7.2% 줄었다. 

카그릴린타이드군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이상반응은 구역, 변비, 설사 등 위장관 장애와 주사부위반응이었다. 위장관 장애 발생률은 카그릴린타이드군 41~63%로 위약군(32%)보다 높았고, 주로 구역(20~47%)이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캐나다 캘거리의대 David C.W. Lau 교수는 "체중 관리에 대한 카그릴린타이드의 용량 증량 효과를 평가한 첫 연구"라며 "현재 승인된 치료제 반응의 이질성과 약물의 새로운 작용 기전을 고려하면, 카그릴린타이드는 체중 관리에 대한 기존 약물요법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그릴린타이드+위고비, 20주째 체중 최대 17.1%↓

카그릴린타이드는 작용기전이 다른 GLP-1 제제 위고비와 병용할 수 있는 치료제로도 주목받는다. 

카그릴린타이드와 위고비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평가한 임상1b상 결과는 올해 유럽비만학회 연례학술대회(ECO 2021)에서 발표됐고 The Lancet에 연구가 실렸다(Lancet 2021;397(10286):1736~1748).

카그릴린타이드 1.2mg, 2.4mg, 4.5mg과 위고비를 병용한 결과, 치료 20주째 체중은 등록 당시보다 각 15.7%, 17.1%, 15.4% 줄었다. 이와 비교해 위약+위고비를 투약한 경우 체중은 8.0~9.8% 감소했다.

아울러 카그릴린타이드+위고비 병용요법의 내약성이 우수하고 허용 가능한 이상반응이 나타나, 향후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장기간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페닝턴 바이오메디컬 연구센터 Kishore M. Gadde 박사는 임상2상 논평을 통해 "임상2상에서 카그릴린타이드로 달성한 체중 감량 효과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하며, 속효성 아밀린 유사체인 프람린타이드가 도달한 것보다 더 크다"며 "카그릴린타이드는 기존 약물과 다른 기전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비만치료제로 유망하다. 향후 GLP-1 제제와의 병용요법이 상승작용(synergistic effect)으로 체중에 대한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지 조사한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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