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간 의약품 대금 300만원 할인, 자동혈압계 1대 제공
'적법한 할인, 견본품 형식의 일시적 대여' 주장했지만 불인정
법원 "환자 치료적합성보다 리베이트 제공 여부로 의약품 좌우"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약품 수금할인 및 의료기기 수수 등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면허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의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의사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B사의 영업사원 C씨로부터 의약품을 정상금액보다 할인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이를 수락했다.

A씨는 약 2년간 C씨의 의약품 약 2918만원을 구매한 후, 10% 할인이 적용된 금액만 결제하는 방법으로 의약품 대금 약 300만원을 할인받았다.

물품수수에 대한 피의사실도 인정됐다. A씨는 C씨로부터 의료장비를 제공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후 영업사원이 속한 회사가 구입한 121만원 상당의 자동혈압계 1대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이에 복지부는 A씨가 판매촉진 목적으로 제공한 약 412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고 판단해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약정한 금액으로 거래 주문과 납품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거래명세서 및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세무신고도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의약품 할인제공에 대한 리베이트를 수수한 것이 아닌, 정당한 거래계약을 통해 납품가격 그대로 거래했다는 것이다.

의료장비 무상 제공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의약품 판매촉진의 목적이 아니었고, 의료장비 소유권을 이전해주지 않았다"며 "장비에는 B사의 소유임을 명확히 알리는 알림이 있어 견본품의 형식으로 잠시 대여해준 것"이라고 했다.

 

거래명세서와 의약품 할인판매 현황자료 달라..."위장 작성"

의료법 허용되는 '견본품 제공' 요건도 미충족 판단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A씨는 수사기관에서 "의약품을 구매할 당시 C씨가 사건의 의약품이 다른 제약회사보다 저렴한 단가라고 밝힌 것을 고려해 이를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거래명세서 등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1회 10% 할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법에 허용되는 비용 할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사의 의약품 할인판매 현황자료 내용과 어긋나고, 계좌이체했다는 A씨의 진술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명세서는 의약품 거래가 정상적인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의약품 할인판매 현황자료에는 A씨가 39차례에 걸쳐 각 10%, 총 291만원을 할인받았다고 기재돼 있어, A씨가 제출한 거래명세서와 내용이 상이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의료장비가 A씨의 의원에 오랜기간 보관돼있어 A씨가 실질적인 사용, 수익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A씨가 "B사에 의료장비를 회수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 의료법에 허용되는 견본품의 제공에 해당하려면 '최소 포장단위로 견본품 또는 샘플이라는 문자를 표기해 의료기관에 해당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제형·형태를 확인하는데 필요한 최소 수량의 견본품을 제공하는 경우'여야 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의료장비에는 이러한 표시가 없고, 경위 및 이후의 정황을 보면 C씨에게 판매촉진 목적 이외에 다른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설령 의료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반박했다.

A씨는 "그 이전부터 수검자의 건강검진을 위해 이 사건의 의약품을 납품받아 사용했고, 환자의 건강상 위해가 발생하거나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한 바 없다"며 "이 사건의 의약품을 납품받은 기간은 약 2년, 이익의 가액도 4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위법행위 기간, 불법한 이익 규모, 사회적 비난가능성의 정도와 원고가 입는 피해를 비교하면 공공복리에 미치는 위해의 정도에 비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건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특히 리베이트가 환자의 안전,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위반행위 기간이 2년을 넘는 장기간이고 액수도 적다고 볼 수 없다. 의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지 못하면 의약품의 선택이 환자에 대한 치료적합성보다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좌우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비용은 의약품 가격에 전가돼 소비자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며 "제약회사도 신약개발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리베이트로 지출해 의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요소가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요청된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