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정윤식·신형주 기자] 연초부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의 사회·경제·문화 양식이 뉴노멀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업계에도 점차 언택트 마케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새로운 기준 혹은 새로운 일상으로 일컬어지는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를 맞아 제약업계의 마케팅 및 영업활동 문화의 변화를 내다봤다

 

대면 마케팅 저물고, 다양한 소통 채널 활용한 비대면 마케팅

제약업계의 전통적인 마케팅 및 영업활동은 마케팅 직원이나 영업직원이 의료진을 직접 만나 관련 제품을 설명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창궐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워지고, 의료진 역시 제약업계 사람들과 대면 접촉하는 것을 꺼리면서 새로운 마케팅 및 영업 방식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마케팅·영업 방식을 대면과 비대면 모두 활용해 왔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방식에 더욱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일라이릴리코리아는 MCE(Multi Channel Engagement)를 강화해 브랜드팀과의 협력을 통한 비대면 마케팅 및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부서인 MCE팀과 브랜드팀의 협력으로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에 기민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MCE팀은 약 9년 전 구축된 온라인 영업팀(e-rep)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제약사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e-rep팀은 온라인 디테일링팀으로 불렸으며, 개선을 통해 MCE팀으로 변화했다. MCE팀에는 3명의 전문가가 3개의 사업부를 담당해 여러  채널을 통해 제품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일라이릴리코리아는 각 사업부와 MCE팀이 다른 나라의 팀들과 온라인으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좋은 결과가 있으면 다른 나라에서 접목할 수 있도록 정보를 나누고 있다.
일라이릴리코리아 관계자는 "주로 온라인 세미나 진행과 디지털 콘텐츠 사용에 서로 자료를 공유하는 과정으로 제작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 세미나와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했던 경험이 있어 아시아 주변 국가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MCE팀의 주요 업무는 디지털 채널을 통한 마케팅 활동이지만, 그 외에도 고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현재 제약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세미나를 운영하는 곳이 MCE팀이다. 2019년 기준 누적 1만명 이상의 의료진이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릴리코리아는 사무실 내 스튜디오인 '릴리 스튜디오'를 통해 트루리시티, 올루미언트를 포함한 다양한 영업사원의 영상을 촬영하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의료진에게 전달하고 있다.

일라이릴리코리아 관계자는 "MCE팀과 브랜드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영업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모든 채널을 활용할 계획이며, 청중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고, 여러 카메라로 다양한 앵글을 화면에 담아 생생하고 다채로운 영상으로 현장감과 참석률을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의료진 간 최신지견 공유 플랫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역시 현재 이메일링(e-mailing), e콘텐츠(e-content)를 활용한 'I-디테일링(I-detailing)' 등을 시행 중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웹 심포지엄은 현재 실시간 참여 의료진이 100여 명 이상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직접 만나기 어려운 연자의 실제 임상 지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의료진의 피드백이 있었다"며 "이에 맞춰 회사도 다양한 솔루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로 회사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디지털 채널 필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되고 있다"며 "기존에는 국내외 학술대회, 심포지엄, 영업담당자 등이 의약학적 정보를 획득하는 주요 채널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디지털 채널이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 국내 의료진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당뇨병 치료 최신지견을 웹 토크쇼 형태로 교환하는 온라인 행사를 진행했다. 틀에 박힌 강연이 아니라 패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인데, 참석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지난 5월부터 2~3주 간격으로 아시아 지역 내 의료진 약 200명을 대상으로 난소암 치료 최신지견을 교류하는 메디컬 세션을 연달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의료진이 주요 연자로 나서 한국의 치료적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현재까지 5월과 6월에 각각 진행했고 7월에 2회의 추가 세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화이자업존도 자사 온라인 의학정보 공유 채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초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링크(LINK) 포털을 리뉴얼 했다. 한국화이자업존은 링크 포털을 통해 질환중심의 심층적 학술 정보, 보험 가이드라인, 약가 등 원격 디테일링 서비스를 제고할 방침이다.

GSK코리아는 보건의료 전문가 전용 포털인 'GSKpro'를 운영 중이다. GSKpro는 자사 제품의 작용기전과 전문가의 의견, 관련 연구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1대1 정보 상담 채널인 메디챗은 GSK 학술부 직원과 실시간 채팅 서비스를 통해 근무시간 내 언제든지 제품에 대한 문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제약계도 웨비나 통한 마케팅·영업력 강화 박차

국내 제약업계도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는 웨비나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과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좌담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HK inno.N이 운영하는  '식도질환 내시경 아틀라스(ATLAS of Esophageal Endoscopy)' 저널이 온라인 좌담회를 개최했고, 국제약품도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의 최신 지견'을 주제로 'The Window of Ophthalmology' 좌담회를 진행했다.

멀티채널 마케팅을 통해 비대면 방식의 영업·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직접 대면 방식의 기존 영업·마케팅 활동의 효과를 배가시키려는 게 목표다.

또한 한미약품은 'HMP'라는 의료정보포털을 구축해 마케팅 채널로 적극 활용 중이다. HMP는 의약품 및 논문 정보와 주요 질환의 최신지견, 온·오프라인 통합 심포지엄, 맞춤형 화상 디테일 서비스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각 분야 전문 의료인이 최신지견을 소개하는 실시간 질환 강의 서비스인 라이브 심포지엄은 지난 2013년 시작해 올해 1월까지 누적 참석자 수만 83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화상 디테일 서비스는 2016년 런칭 후 1만 5000여 건의 디테일이 진행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HMP는 20년 동안 의료진과 함께 해 온 대표 의료전문포털"이라며 "앞으로도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의료진과 항상 동행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 신약개발·임상시험·허가과정 비대면 진행 검토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허가 과정 등 전반적인 행정절차에도 비대면 업무를 추가하는 모양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김영옥 국장은 신약개발을 비롯해 임상시험과 허가 등 전반적인 과정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허가과정 등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정에 어떤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지 고민 중"이라며 "이미 코로나19 치료제 12건과 백신    2건의 임상시험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임상시험을 할 때 환자가 에크모 상태이거나, 격리된 경우에는 시험자가 접촉할 수 없을뿐더러 그런 환자들에게는 임상 동의를 받기도 어렵다"며 "과거 같으면 접촉하고 사인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특별한 대안이 없었지만 이제는 IT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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