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무분별한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 우려 목소리 높아
대체조제 악화사고 발생 시 약사 책임 명확히 해야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의사들의 97.2%가 정부의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반면, 66% 이상은 국민선택분업 제도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정책현안 분석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의 문제'와 관련해 의협 회원 8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체조제는 의사가 처방전에 기재한 의약품을 약사가 성분, 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하는 것이다.

약사는 대체조제 할 경우 약사법에 따라 의사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원칙이며, 불가피한 경우 사후 통보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지난해 9월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 일환으로 대체조제의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고, 사후 통보 대상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까지 포함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회원 의사 97.2%는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대한의사협회 회원 의사 97.2%는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의료정책연구소는 의협 회원 865명을 대상으로 대체조제 활성화와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사 97.2%가 현재보다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안된다고 응답했으며, 2.8%만 활성화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즉 절대 다수의 의사들은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대체조제 활성화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약사의 대체조제를 불신해서가 38.4%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복제약 효능을 불신해서가 23.4%, 약화사고 발생 우려가 23.4%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처방약과 대체조제 약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가 없다는 응답이 9.1%였으며, 의사 처방권 침해 및 약화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우려 등의 의견도 있었다.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 중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의사 85.7%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대체조제 사후 통보를 의사와 심평원 중 한 곳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도 96%의 의사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의약품 부작용 등에 대한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응답이 36%로 가장 많았으며, 의약분업 원칙 훼손 29.5%, 약사의 대체조제 현황 확인 필요가 29.5%, 심평원 업무 불신이 6.5%로 나타났다.

의사 96%는 대체조제 사후 통보 기관으로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함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의사 96%는 대체조제 사후 통보 기관으로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함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처방약을 의료기관 또는 약국 중 한 곳에서 선택해 조제 받을 수 있는 국민선택분업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의사 66.7%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

반면, 20.7%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으며, 모르겠다는 응답은 12.6%로 집계됐다.

대다수의 의사는 대체조제 활성화에 반대하면서, 그 대안으로 국민선택분업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의료정책연구소 이얼 전문위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3가지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이 전문위원은 "의료소비자에게 대체조제의 절차 및 효과 등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체조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하며, 대체조제로 인한 약화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은 대체조제를 시행한 약사에게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복제약 허가 수 제한 및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복제약의 품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복제약 가격 통제 및 최저가 대체조제 의무화 등 약가 인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얼 전문위원은 약국의 불용 재고약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사법에 제약사의 반품 처리 의무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안전상비의약품과 같은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 편의점 등에서 판매가 가능한 상황에서 약국이 일반의약품 보다 전문의약품 구비 및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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