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20주년 성과 많으나 후속조치는 미흡…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 등 추진해야
정부차원 분업 평가지표 미흡 지적…의약품 사용 적정화·약품비 지출 합리화도 필요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의약분업 20주년을 맞이해 앞으로 남은 과제는 분업을 넘어 '의약협업'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모였다.

(왼쪽부터) 좌장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용갑 건강보험연구원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 성균관대 약학대학 이재현 교수,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총무이사,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 데일리팜 이혜경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정책국장, 제주의대 이상이 교수, 건보공단 이현옥 부연구위원.

의약분업으로 인해 처방의 투명화 및 조제약 정보 등은 공개됐으나 국민의 의약품 오남용 문제, 고령환자 투약관리 미흡 등은 여전히 존재하는 문제점이고 이를 해결하려면 세심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단, 의료계는 의약분업의 성과와 과제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정부의 객관적인 의약분업 평가지표 부재를 비판했다. 

한국보건행정학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6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의약분업 20주년 성과와 과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의약계 전문가들은 의약분업이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하고 의약품 사용량과 약제비 절감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등 유의미한 성과가 있지만 후속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의약분업 20년이 되도록 제대로 된 평가나 개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예외 규정 축소 등을 통한 정부 차원의 완전분업 추구 노력이 전무했고, 오히려 자가 주사제 및 정신질환자 예외 등 약사법 규정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  

성균관약대 이재현 교수는 "보다 완전하고 성숙된 의약분업을 추구하려면 의·약·정 합의 이행 및 예외 규정 축소 등이 있어야 한다"며 "의약경쟁을 넘어 의약분업의 길을 건넜다면 이제는 의약협업으로 가기 위해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를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약분업 당시 합의안에 '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 구성 및 처방의약품 목록 공유'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추진되지 않은 점도 비판받았다. 

제주의대 이상이 교수는 "지역별 의약협력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의사와 약사 간 협력적 관계 형성을 통한 '일차의료 중심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단초가 무산됐다"며 "의약분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예외 대상 및 예외 지역을 축소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찾아오는 환자 치료를 넘어 지역사회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등 건강 향상을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하려면 의약 간 협업 강화는 필수"라며 "대체조제 또한 의사와 약사 상호 역할 인정과 협조, 견제, 균형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사용 적정화와 약품비 지출 합리화를 위해 △약제급여적정성평가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 등의 모니터링 및 피드백 제도가 있으나 효과가 미비한 것도 한계점 중 하나라는 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입장이다.

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의약분업은 처방약 사용을 늘림으로써 약품비를 증가시키고 의사, 약사 동시 방문을 통해 의료비 지출 증가를 동반하는 제도"라며 "의료기관 간 무한경쟁의 의료공급구조, 행위별 수가제에 기초한 지불체계 하에서 인센티브 제공 같은 미시적인 정책은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의약품의 적정 사용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며 이는 의료공급구조와 지불제도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부연했다.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은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의약분업 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좌 부회장은 "향후 발전적인 의약분업이 되려면 처방약 목록 제도가 시행되는 구체적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지역 처방 약 목록 제출과 관련해 이미 제출된 목록을 기준으로 지역별 특성에 따라 일정 유형 표준목록을 작성한 후, 기한을 정해 목록을 수정·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수정해서 제출하지 않으면 표준목록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또 다른 대안으로는 시범지역을 선정해 이에 대한 효용성을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소극적·방관자적 태도가 전환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의약분업은 적절하지 않은 처방이었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평가지표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즉, 의약분업의 성과를 논하고 다음 과제를 찾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총무이사는 "의약분업 이후 항생제 처방률은 감소했으나 의약품 오남용의 결과인 내성률은 여전히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며 "이는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패턴만이 바뀌었다고 해소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총무이사는 이어 "환자에 대한 의약서비스 수준이 향상됐다면 그 나름대로 의약분업의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나 의료계에서는 대단히 부정적이다"라며 "정부는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지표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의약서비스 수준이 향상됐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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