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D 2021서 찬반 발표
“정밀의료, 진단·치료 등에 활용성 있다” vs “아직 설익었다”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당뇨병 환자에게 정밀의료가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9월 27일~10월 1일 온라인으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 2021)에선 이 사안을 두고 찬반 발표가 이뤄졌다.

미국 하버드대 Miriam Udler 교수는 정밀의료가 당뇨병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예후 예측 과정에서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Simon Griffin 교수는 정밀의료가 각광받는 분야이지만 정확도가 완벽하지 않고 과도한 복잡성 등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아직 설익었다는 진단을 내렸다. 

“정밀의료, 당뇨병 진단부터 예후 예측과정에 활용 가능성 보여”

하버드대 Miriam Udler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하버드대 Miriam Udler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Udler 교수는 “당뇨병 관리가 획일적인 치료에서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치료로 변화하고 있다”며 “해당 질환은 다양한 발병 경로를 갖고 있어 정밀의료의 활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밀의료 접근방식은 당뇨병의 진단부터 치료, 예후 예측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단과 관련해 참고할 점은 당뇨병의 다양한 아형이다.

자가면역질환 형태인 1형 당뇨병과 인슐린 저항성 등을 보이는 2형 당뇨병 그리고 단일 유전성 당뇨병(Monogenic Diabetes) 등으로 구분된다.

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능 저하 및 저항성에 관한 유전적 경로가 밝혀졌다.

단일 유전성 당뇨병의 경우 HNF1A 변이를 특징으로 한다. 해당 변이를 확인하는 유전자 진단을 거치지 않으면 1형 또는 2형 당뇨병으로 오진될 가능성이 있다.

각 당뇨병은 발병 경로가 상이한 만큼 치료법도 달라야 한다는 게 Udler 교수의 견해다. 표적·정밀치료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HNF1A 변이를 동반한 환자에 대해선 설포닐유레아·GLP-1 제제 등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형 당뇨병 환자는 주요 증상이 인슐린 분비능 저하인 경우와 인슐린 저항성인 경우 등에 대해 각각 메트포르민·설포닐유레아·티아졸리딘디온 치료 반응이 상이했다.

정밀의료 접근법은 합병증 발병 등 예후 예측에도 활용성을 보였다.

인슐린 분비능 저하형 2형 당뇨병은 눈·발 관련 합병증 위험이 높고 인슐린 저항형은 콩팥·간·심장 등 합병증 발병 가능성이 크며 각 발병 경로별 대사적 진행 과정이 다르다는 분석결과가 있다.

Udler 교수는 “현재 이뤄지는 당뇨병 진단과 아형 구분 그리고 관리 체계는 최적화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발병 경로와 아형 구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증상이 아닌 질환의 치료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밀의료, 무르익지 않았다”

케임브리지대 Simon Griffin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Simon Griffin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Griffin 교수는 “정밀의료는 ‘위해의 최소화, 혜택의 극대화’ 등을 목적으로 하지만 아직까지 효용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당 접근법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밀의료는 환자의 특성에 최적화된 진단·예방·치료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의 복잡한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측면에서 기존 치료와 차별성을 갖는다.

여기서 ‘정밀함’, ‘복잡성’ 등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Griffin 교수의 시각이다. ‘그럴싸한 정밀함’, ‘과도한 복잡함’ 등 표현이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그럴싸한 정밀함과 관련해 하위군 분석을 예로 들 수 있다.

정밀의료의 기반은 하위군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결과는 일반 환자군에게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스펙트럼 비뚤림에 따라 효능이 과대 평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환자군에게 평가를 적용하면 민감도는 떨어지고 특이도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바이오마커 기반의 약효는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정밀의료는 과도한 복잡성에 비해 성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당화혈색소(A1C), 혈압, 콜레스테롤 등 다양한 조건에 근거한 정밀의료와 통상적인 치료의 효과 차이가 미미했다는 분석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를 참고할 때 복합한 개인의 특성보다 단순한 복약순응도가 더 우수한 효능 예측지표라는 게 Griffin 교수의 견해다.

SLC29A4 등 바이오마커보다 성별이 메트포르민의 이상반응을 예측하는 데 더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Griffin 교수는 “정밀의료는 흥미로운 분야이지만 그럴싸한 정밀함과 과도한 복잡함 그리고 지나친 개인화 등 문제를 안고 있어 아직 설익었다”며 “향후 해당 접근법이 더 넓은 환자군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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