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880만명 어르신 대상으로 순차적 독감 백신 접종
백신 접종인원 분산, 사전예약제 및 의사 1인당 100명 제한
어르신 접종 초기 쏠림현상 있어..."예약제 확실히 인지해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노원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노원구 보건소에서 요양병원·시설 종사자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접종 위탁의료기관들이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접종 인원을 분산하기 위해 독감 백신 사전예약제를 의무화하고, 65세 이상 어르신의 접종 시기를 나눴다.

개원가에선 이러한 조치에 대해 안도감을 표하면서도 현장의 혼란을 막으려면 적극적인 홍보와 추가적인 제도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밝힌 일정에 따르면 독감 예방접종은 오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어린이, 임신부 및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백신 접종 대상은 약 1460만명으로 전 국민의 28%에 해당하며, 대상자가 가장 많은 65세 이상 어르신(880만명)은 10월 중순부터 접종이 본격화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위탁 의료기관의 95%, 독감 백신도 접종

문제는 기존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하던 대부분 위탁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 접종까지 맡는다는 것이다.

독감 접종이 몰리는 시기인 10~11월은 18~49세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시기와 맞물린다.

전봉민 의원실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의료기관 1만 6277곳 중 95%가 넘는 1만 5815곳이 독감 예방접종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정부는 동시접종에 따른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1바이알이 다인용, 독감 백신은 1바이알이 1인용이기 때문이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브리핑에서 "백신 종류 혼동에 따른 오접종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동시에 접종하는 의료기관이 많아 오접종 방지를 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접수·예진·접종시 최소 3회 이상 접종 대상자 및 접종 백신 종류를 환자 본인 및 시스템으로 확인해달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백신 구매 방식에 따라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독감 백신접종은 사전예약을 거치도록 했다.

또한 사전예약은 예진의사 1인당 100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코로나19 접종 상황을 고려해 예진의사 1인당 최대 100명 이내에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가능하도록 사전예약 이외 방문예약을 통한 접종을 허용한다.

권근용 접종시행관리팀장은 "의료기관의 시간당 예약인원과 운영 정보를 조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최대 예약인원도 조정 가능하다"라며 "과도하게 무리한 접종을 시행하는 경우는 없도록 설정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부분은 실제 의료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자 노력하고 있고, 의료계 및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백신 동시접종 앞둔 개원가 "조금만 방심하면 오접종"

예약제 자리잡아야 현장 혼란 줄어...직원들은 이미 '업무 과다'

접종 현장에서는 사전예약제 도입에 대해 안도했지만 일각에선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독감 백신 사전예약제는 작년에 도입됐지만 사실상 권고수준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겹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며 "의료계에서는 올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예약제로 시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위탁의료기관에서는 매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오전부터 시작한다. 인플루엔자 접종자가 함께 몰려오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예진 의사 1인당 100명 이내로 시행하고, 예약제만 잘 정착된다면 현재 위탁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과 비슷한 행정력이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위탁의료기관이 많은 만큼 오접종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현재도 오접종 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라며 "종류가 많은 코로나19 백신에 인플루엔자 백신까지 포함된다면 조금만 방심할 경우 오접종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예약제로 진행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인만큼 65세 이상 어르신층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이란 푸념도 나왔다.

서울의 A개원의는 "젊은층은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을 알아서 했지만 60~70대에서는 혼란이 많았다. 콜센터에 전화하고 병원에도 직접 전화해 문의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가족이 대리예약을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은 인플루엔자 접종 초기에 접종자가 집중된다.

이를 고려해 연령대별로 예약을 받아 접종 대상자들을 분산할 계획이지만, 이전의 접종 시스템에 익숙해진 어르신들이 이를 얼마나 인지하느냐가 관건이다.

A개원의는 "독감 백신은 정부에서 총량구매 후 배송해 준다. 어르신은 기존에 다니던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맞고싶어하지만 수요보다 적게 배분돼 백신을 맞지 못했던 경우가 이전에도 많았다"라며 "독감 백신접종 첫주에 보통 80~90%가 접종을 완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늦게 가면 백신을 맞지 못한다는 조바심이 있기 때문에 어르신은 사전예약을 안하고 올 가능성도 있다. 사전예약이 꽉 찼는데 접종해달라고 버틴다면 직원들만 더 힘들다"며 "현재도 백신 관련 업무가 너무 많아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지 않으면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즉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예약 시스템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철저하게 홍보해 '예약하면 백신을 맞을 수 있다'라고 알려줘야 한다"라며 "사전예약 인원을 초과할 경우 지침상 접종을 할 수 없다. 전례없는 상황인만큼 전향적인 홍보가 필요하며 추가적인 제도 모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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