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정원 감축과 부실 의대 출신 국시 자격 제안 요구
노동계, 불법의료 근절과 직종간 업무범위 명확 위해 증원 필요
政, 공공보건의료 정책 기조 변함없어…의료계 요구사항 미접수
여권, 9.4합의 정신 따라 의대정원 증원 논의 필요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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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장기화화면서 그동안 수면아래에 있던 의대 입학정원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 양상이 재현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대한의사협회에 2023년 보건의료 관련 학과 입학정원 산정을 위한 의견을 요청했다. 2023년도 대학 입학정원 조정계획 수립을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서다.

이에 의협은 복지부에 제출할 적정 의사 인력 수급 방안 의견서를 통해 의대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대책을 수립하고, 2023학년 입학정원부터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부실 의대 양산을 차단하고, 의사 인력 수급 적정화를 위해 부실 의대 졸업생에 대한 의사국시 응시자격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부실 의대 통폐합과 의과대학 신·증설 억제 등 사전적 제도의 법제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적정 의사인력 수급 결정위한 거버넌스 구축 필요

의협에 따르면, 의사 인력의 적정한 수급은 의료 수요와 의료 서비스 제공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중장기적 인력 수급 계획에 따라 적정 의사 인력을 산출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입학 정원 등 인위적이고, 정치적 개입은 오히려 인력 수급 균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우선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정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논의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인구 1000명당 임상 활동 의사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임상 활동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감소하고 있어 의사 인력 공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특히, 2037년 이후 OECD 평균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저출산으로 인한 절대 인구 수 감소로 지속적인 공급 과잉을 넘어 초 공급 과잉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의협은 "OECD 회원국 중 의사 밀도는 3위로, 동일 면적 내의 의사밀도가 상당히 높아 환자가 의사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지역 간 불균형 문제 등의 해소를 빌미로 의사 수를 더 늘리는 정부 정책은 의사밀도를 더 높여 과밀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 인력의 초공급 과잉이 경쟁을 심화시켜 의료비 상승 및 의료서비스 왜곡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의대 입학 정원 감축 대책을 마련해 2023학년 입학정원터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정권 교체 시마다 의대 신·증설이 이뤄지고,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법안이 발의된 상황에 대해 정부가 일관되지 못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그 피해는 의료서비스 제공자 및 수요자에게 전가돼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사용과 특정 진료과에 대한 경쟁적 체계가 의료적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협은 "정치적·경제적 목적 등에 따라 설립되는 부실 의대 양산을 차단하고, 의사 인력 수급 적정화를 위해 부실 의대 졸업생의 의사국시 응시자격 제한 등 사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부실 의대 통폐합 및 의대 신·증설을 억제하는 사전적 제도의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정부가 단순히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에 따라 의대 입학 정원을 증원하기 보다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을 고려해 의료계와 중장기적인 의사인력 수급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협은 "의사 인력 수급 추계에 관한 논의 테이블이 없다"며 "예측가능하고 과학적인 추계모형을 설정하고 수급정책 의사결정에 대한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사인력 수급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인력의 수급에 관한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책임성 있는 전담기구를 정부가 주도해 설치하고, 의협 등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의견수렴 기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추계 결과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추계논의 과정을 체계적이고, 공식적이며,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버넌스는 정책의사 결정 과정을 누구나 제약 없이 확인할 수 있는 추계논의 과정을 비롯해 데이터 및 연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정부·노동계 의사인력 감축 주장 의료계 일제 비판

이런 의협의 적정 의사 인력 수급 방안이 나오자 정치권과 노동계가 비판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계가 불법의료 근절을 주장하면서도 의대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불법의료가 확대되는 이유는 한국의 의사 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적어 2019년 한국의 임상 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폴란드, 멕시코에 이어 세번째로 적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의학 계열(한의사 포함, 치의학 제외)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4명으로 OECD 국가 중 일본(7.1명), 이스라엘(7.2)에 이어 세번째로 적다는 것이다.

OECD 국가들은 의사 수 증가와 의대 졸업자 수도 증가해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11.9명에 이르고 있지만, 한국은 2010년부터 인구 10만명당 8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2019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를 들어 의사 인력 부족을 상황을 주장했다.

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지역별 편차가 극심해 인구 1000명당 서울 3.0명을 제외하며, 경기도 1.6명, 인천 1.7명 등 수도권에서도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의사 인력 부족은 의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공백을 만들고, 의사 업무를 다른 직종이 대신하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한다"며 "의사 인력의 불균형 및 의료기관 내 무의촌 문제, PA 문제 및 불법의료 문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의사를 늘리면 된다"며 "하지만, 의료단체의 입장은 정반대의 입장"이라고 비꼬았다.

노조는 의사단체가 의사정원을 늘리면 몸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불법적인 인력을 활용해 불법의료행위가 확대시키는 본질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노조는 "의사단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수가를 더 올려달라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의사들을 되려 욕먹이는 행위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정부를 향해 의사 인력 수급문제는 국민적 논의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며, 인력 부족으로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는 면허체계 논의를 바로잡고, 만연한 불법의료를 근절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자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리처방, 동의서, 처치·시술, 수술, 조제 및 복약지도 등 이른바 5대 불법의료행위 실태를 조사하고, 근절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도 의료계의 의대 입학정원 축소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정치권은 의대정원에 대한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확고하다"며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 역시 빠른 시일내에 증원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의료현장에서는 대체 인력이 없다는 아우성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의협이 의대정원을 감축하자고 하는 것은 국민정서와 현실에 맞지 않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의협과 여당 간 체결된 9.4합의 중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된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여당 관계자는 "9.4합의 당시 의료계가 의대정원을 증원하는 것에 대해 찬성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었다"며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면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정원을 늘리는 과정으로 정치권은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료계의 주장으로만 봐야 한다"며 "의료계가 감축을 주장한다면 공식적인 실증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논의해야 한다. 의료계 주장은 정치권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역시 기존 의대 정원 증원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의협으로부터 의대정원 감축에 대한 의견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공식적인 의견 전달전까지는 복지부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복지부는 지난 6월 발표한 공공보건의료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공공의료와 필수의료에 필요한 의사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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