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책임의료기관보다 심뇌혈관 실력 있는 민간종병 더 현실적
지방의료인력 확충 위해 지역면허제·이동형 진료·비대면 진료 활성화 중점둬야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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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의 지방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의대정원 증원 방안이 비과학적 계획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공병원 중심 책임의료기관 역할 부여보다 심뇌혈관 운영과 실력이 있는 민간종합병원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라는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가 진단됐다.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은 한국재정학회에 '지방 의료서비스 인력공급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한국재정학회는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단기적으로 지방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지역면허제와 이동형 진료 및 비대면 진료 활성화 필요성을 제안해 의료계 반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지방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으로 전국을 70개 진료권으로 나눠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각 진료권을 대표하는 책임의료기관이 기획조정하는 역할을 부여할 방침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진료권 한 곳당 3~4개의 시군구를 포괄하게 되면 시군구 간의 협의와 조정을 이끌어낼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료권 내의 공공병원이 우선적으로 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지만, 심뇌혈관 센터를 운영할 실력을 갖춘 민간종합병원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지역에서 응급·중증·소아·외상·감염 등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책임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수가 가산을 적용하지만, 환자가 부족할 경우 수가 가산이 경영상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환자가 부족해도 필수적인 진료를 위해 꼭 필요한 의료기관이라면 수가 가산의 형태가 아닌 경영상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필수의료 진료를 통해 성과를 낼 경우 더 많은 환자들이 내원하게 된다"며 "환자 진료의 질적 지표가 개선될 경우에 한해 환자당 수가 가산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을 10년간 한시적으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계획은 10년간 의대생 정원을 늘려 10년 후 다시 정원을 원상회복시킬 방침이다.

이에 연구진은 전문의 양성에 10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대책은 될 수 있지만 2019년 면허의사 12만 6795명의 3.15%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후 10년 뒤 다시 원상복귀한다는 것은 의사인력 수급정책이 과학적인 의료수요에 기반해 계획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의대정원 확대 방법으로 기존 정원의 확대와 공공의전원 1개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소규모 정원의 대학들에서 별도 정원으로 입학하는 학생에게 지역의사와 공공의사를 양성하는 별도의 의학교육과 실습 과정을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의협 지역으로 의사 유인 수단 구체적 대책 없어

정부의 지역 의사인력 확대 방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의료계는 지역 간 의사인력 불균형 분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인위적인 방법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인위적인 의사인력 확대보다 기존 의사인력들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연구진은 지역으로 의사인력이 이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대 입학 시 근무지역과 분야를 제한하는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의협의 주장에 대해서도 위헌적이지 않다고 봤다.

연구진은 "의료는 사적 서비스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하는 필수적인 서비스로, 필수진료 제공과 의료혜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의사 양성에 어느정도 규제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병협 PA 직종 신설 반대 선진국 경향과 배치 지적
대한병원협회는 기존 의대 정원의 확충 방안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국립의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사립의대에게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병원계의 의견에 대해 연구진은 의과대학에서 지역 및 공공의사 양성에 필요한 교육 및 수련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인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지방의 병원 의사 부족에 대한 해법으로 개원의의 회귀를 제안하고 있는 것은 일차의료를 개원의 보다 중소병원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병원계가 수도권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증원할 것을 제안하지만, 잉여 간호사가 많은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병원계는 또 PA 직종 신설에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다른 선진국들이 의료보조인력을 의사 인력의 부족을 대체 및 보완하려는 경향과 배치된다"고 평가했다.
 

지역분권형 책임의료체계 구축

연구결과는 지방 의료서비스 인력 확충 방안으로 지역 분권형 책임의료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지역분권형 책임의료체계는 현재의 중앙집중, 자유방임형 의료체계에서 지역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지역의 보건의료 공급과 이용, 의료의 질 및 건강을 관리하는 체계다.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기초자치단체 단위 혹은 70개 진료권 단위로 지역책임병원과 지역 의료기관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지역책임병원은 진료권 단위에서 심혈관, 뇌혈관을 포함한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는 최종적인 병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3년 단위로 평가를 통해 지역책임병원 자격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공급자들은 네트워크 가입과 참여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있으며, 책임병원이 네트워크 참여 의료기관의 서비스 이용량에 따라 비용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유인책으로는 네트워크 가입자들의 의료 이용량과 의료의 질지표를 활용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네트워크 내 보상 배분은 상급종합병원 등에 환자 이송, 의뢰 및 회송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결정하고, 협의체 내 참여 의료진으로 구성한 동료심사기구가 의료의 질, 서비스 제공량, 의뢰 및 회송 등에 관해 상호 심사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협의체는 네트워크에 속하는 의료기관의 대표자들과 건보공단 및 심평원, 지자체, 전문가들이 구성하는 모델이다.

연구진은 "예측되지 않은 대규모 감염병 확산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위기단계에 따라 차출할 수 있는 병상 및 인력을 사전적으로 네트워크와 계약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인력 확충 위한 단기대책으로 은퇴 의사 활용 

연구진은 특수목적 의과대학 신설과 기존 의과대학 특별전형 모집이 지방 의사 확충의 효과가 크지만 장기적인 대책으로 진단했다.

단기적인 대책으로 연구진은 "지역면허제, 이동형 진료나 비대면 진료 활성화, 의사보조인력의 활용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기존의 은퇴 의사 등 비활동 의사의 활용과 활동 의사의 지역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이 제안한 지역면허제는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의 의사회가 특정 지역 의사인력 과도한 쏠림을 억제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지역면허제를 주관하는 것이다.

지역별 면허의 규모는 의협과 병원협회의 전국 및 시도 단위 협회 간의 협의에 따라 시행할 수 있으며, 의사인력 정책과 지역의 의료이용 실태와 의료공급 실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복지부가 협의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또, 은퇴한 의사 및 경력 단절 여성 의사를 지역 근무할 수 있는 유인책 제공 필요성도 연구진은 제안했다.

지역으로 의사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광역시도, 시군구가 경제적, 비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유인은 개원 비용에 대해 융자나 보조하고, 장소도 제공해야 하며, 지역 가산 수가 적용과 환자진료 실적과 연동한 인센티브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수입 보장과 주거공간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

연구진은 비경제적 유인으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조건을 제시하고, 공공의료기관이나 공공요양시설에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들은 그 밖에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사제를 위한 기존 의대 정원확대와 공공의전원 설립. 기존 의사 지역 근무 유인 제공, 의사와 간호사의 직역간 업무 조정 등의 제도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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