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인슐린 치료율 올리기 위한 교육 중요성 강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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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올해로 인슐린 발견 100주년을 맞았다. 

인슐린 발견 전 당뇨병은 발병하면 사망하는 '죽음의 병'이었지만, 발견 후 '관리 가능한 병'으로 질환 개념이 바뀌었다. 이에 인슐린 발견은 20세기에 구현된 가장 중요한 의학적 진보이자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인슐린 발견이 당뇨병 관리 시대를 열면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슐린 치료는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초기에는 소, 돼지 등 동물 췌장에서 추출한 인슐린을 치료에 활용했지만 불순물 없이 순수 인슐린으로만 이뤄진 단일성분 인슐린,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합성한 인간 인슐린,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반합성한 인슐린 아날로그가 탄생하는 등 지난 100년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인슐린 치료가 당뇨병 환자 관리에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미래 100년을 위해 앞으로 인슐린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인슐린 발견 100주년의 의미를 돌아보고, 인슐린 치료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과 미래 인슐린의 모습을 조명했다. 

[창간20주년-①]인슐린 발견 100주년, 미래 100년을 준비하다

[창간20주년-②]낮은 국내 인슐린 치료율, 원인은 치료 저항성

[창간20주년-③]고정관념 깬 新인슐린 등장 기대감 솔솔

[창간20주년-④]"학회 인정받은 '당뇨병 교육자'에 차별화된 혜택 줘야"

[창간20주년-⑤]"당뇨병 환자 사용 편리한 새로운 인슐린·의료기기 개발 중"

높아지는 당뇨병 조절률…낮아지는 인슐린 치료율

지난 100년 동안 인슐린은 1형·2형 당뇨병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1형·2형 당뇨병 모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슐린 치료율이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상태는 개선되고 있지만 인슐린 치료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당뇨병 유병자 혈당 조절 상태 비교(%).  2018년(2013~2016년) 및 2020년(2016~2018년)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 재구성.
▲당뇨병 유병자 혈당 조절 상태 비교(%).  2018년(2013~2016년) 및 2020년(2016~2018년)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 재구성.

2018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3~2016년 당화혈색소 6.5% 미만 조절률은 25.1%, 7.0% 미만 조절률은 52.6%였다. 

지난해 팩트시트에서는 2016~2018년 당화혈색소 6.5% 미만 조절률 28.3%, 7.0% 미만 조절률 56.9%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조절률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당뇨병 유병자 인슐린±경구용 혈당강하제 치료율 비교(%). 2018년(2013~2016년) 및 2020년(2016~2018년)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 재구성.
▲당뇨병 유병자 인슐린±경구용 혈당강하제 치료율 비교(%). 2018년(2013~2016년) 및 2020년(2016~2018년)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 재구성.

그러나 당뇨병 유병자의 인슐린±경구용 혈당강하제 치료율은 2018년 5.2%에서 2020년 4.1%로 줄었다. 

대한당뇨병학회 목지오 홍보이사(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다양한 항당뇨병제가 임상에 도입되면서 인슐린 치료 시작 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인슐린 치료 시작까지 시간이 길어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반드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가 치료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인슐린 치료 저항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고 인슐린 치료 경험이 없는 국내 2형 당뇨병 환자 대상의 MOTIV 연구 결과, 평균 당화혈색소는 9.2%로 조절이 필요했음에도 인슐린 치료까지 평균 8.9년이 걸렸다.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 치료를 주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Diabetes Metab J 2015;39:481~488).

왜 인슐린 치료를 주저할까?

인슐린 치료율이 낮은 이유는 의료진과 당뇨병 환자의 심리적 장벽(barrier)이 크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치료 시작을 막는 주요 장벽은 △통증 및 주사에 대한 두려움 △인슐린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인슐린 치료가 당뇨병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는 인식 △불편함 △인슐린 투여 어려움 △낙인 및 차별 등이 있다. 의료진의 주요 장벽은 △지식과 기술 부족 △임상적 관성(inertia) 등이 꼽힌다(Int J Clin Pract 2015;69(10):1050~1070).

이와 함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윤건호 교수(내분비내과, 現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연구팀이 2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치료 저항성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인슐린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편함보다 심리적 저항감이 더 크게 나타났다(Korean Diabetes J 2008;32:269~279). 

구체적으로 2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치료 거부 이유는 △인슐린 치료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평균 3.65점) △인슐린 주사법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3.17점) △인슐린 치료 부작용에 대한 우려(2.8점) △인슐린 치료 외 다른 치료 대안 모색(2.79점) △인슐린 치료에 대한 잘못된 상식(2.16점) 등의 순이었다.

심리적 저항감이란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당뇨병이 심해졌다는 것을 의미 △다른 사람 앞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기 싫어함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기존 치료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 △인슐린 치료 두려움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면 평생 인슐린을 투약해야 한다는 인식 등이 해당한다. 

목 홍보이사는 "인슐린 주사에 대한 공포, 부정적 생각, 사회적 인식 등이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치료를 막는 주요 장벽이라며 인슐린은 한 번 투여하면 평생 주사해야 하고, 인슐린 치료 시작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있다. 사회적으로 인슐린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진은 인슐린 치료 시작을 권유하겠지만 당뇨병 환자가 이를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국내 인슐린 치료율이 낮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슐린 치료 저항성 극복 위한 '교육' 강화 필요

인슐린 치료 저항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뇨병 환자 교육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2011년 일본 2형 당뇨병 환자 355명을 대상으로 인슐린 치료를 위해 환자 교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평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Jpn Clin Med 2011;2:43~51). 

인슐린 비치료군(313명)과 인슐린 치료군(42명)에게 소요된 시간·비용을 비교한 결과, 인슐린 치료군의 전체비용 및 전체비용/시간은 비치료군보다 2배가량 높았다. 2형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당뇨병 환자 교육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2015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는 당뇨병 관리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표로 △유병률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 △교육이수율이 제시됐다. 그러나 올해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교육이수율'은 제외됐다. 

지난 5월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과거 당뇨병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육이수율을 평가하겠다며 목표를 50%까지 설정했다. 그러나 전혀 평가되지 않았다"며 "게다가 올해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교육이수율이 제외됐다. 당뇨병 환자에게 교육을 제대로 했는지 목표를 설정할 수도, 모니터링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목 홍보이사는 "인슐린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환자 인식을 바꾸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인슐린이 더이상 무서운 치료가 아니라는 것을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며 "인슐린 치료율에 이어 당뇨병 관리율을 더 빨리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함께 당뇨병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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