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코로나19와 치매 특성 고려 요청했지만 식약처는 '신속' 강조
중앙약심 위원 전원 동의로 식약처 안 '4년 6개월·3년 9개월'로 결정
일주일 남은 콜린 재협상 기한도 고민…'우왕좌왕' 더 심해지는 업체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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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임상재평가 기간 설정을 두고 제약사들은 코로나19(COVID-19)와 치매 환자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이미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였다.

최근 공개된 중앙약심 6월 회의록 확인 결과, 식약처는 업체들의 뛰어난 임상시험 능력(?)을 너무 믿어서인지 초지일관 '신속'을 강조했다.

제약사와 식약처의 생각이 처음부터 상반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중앙약심 상정안건은 콜린알포 제제의 △임상시험 계획서 적정성 △입증 가능한 효능·효과 범위 △적정한 임상시험 실시기간 등 3건이었다.

이날 심의결과를 토대로 식약처는 지난달 10일 콜린알포 제제의 유효성 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계획서를 승인한 바 있다.

승인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상시험 기간인데,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은 3년 9개월, 알츠하이머 환자는 4년 6개월이다.

관련 업체가 제시한 임상기간 5년(경도인지장애)과 7년(알츠하이머) 보다 더 짧은 기간을 제안한 식약처 안이 최종 인정된 것.

식약처 관계자는 "업체는 대상자 등록률을 10명/1개월로 예상했는데, 해당 의약품 처방현황 및 유사 임상시험의 등록환자수를 고려할 때 보다 신속한 등록이 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중앙약심 A 위원의 "임상시험을 신속히 완료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시험 실시기간 동안에도 환자가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어 콜린알포 제제 의약품의 효능·효과를 신속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답했다.

단지 타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1회 최대 2년까지 기간 연장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고 덧붙였다.

즉, 필요하다면 최대 2년까지 임상시험 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5년과 7년이 아닌 3년 9개월과 4년 6개월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는 임상재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의약품의 효능·효과 입증이라며, 충분한 임상기간을 달라고 설득했다.

이 관계자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유사의약품 임상시험의 대상자 등록률을 참고해 최소 20개 기관, 5년으로 설정했다"며 "알츠하이머의 경우 코로나19 상황과 대상자 수가 많은 점, 환자·보호자 동의를 받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30개 기관, 7년으로 계획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약심 위원들은 전원 식약처의 손을 들어줬다.

B 위원은 "재평가 관련 임상시험은 가장 적합한 기간 내에 정확·신속하게 완료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체가 계획한 증례기록서 작성, IRB(임상연구심의위원회) 승인 등은 단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C 위원도 "코로나19 유행으로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야 하나 효능·효과 입증을 위해 신속히 임상시험을 완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중앙약심 부위원장은 "식약처의 임상시험기간 조정에 대한 근거자료는 충분하다고 사료된다"라며 "환자를 위해서도 임상재평가는 가장 적합한 기간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라고 결론지었다.

이를 두고 업계는 환자 등록부터 난항인 콜린알포 제제 임상시험 과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치매 관련 임상시험은 함께 방문하는 보호자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대상자 모집부터 모든 과정에 변수가 많다"라며 "의약품의 효능·효과 입증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임상기간을 1회에 한해 최대 2년 연장할 수 있게 한 것도 제약사를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반대로 생각하면 '2년까지밖에 연장해 줄 수 없다'로 해석할 수 있다"라며 "기본적인 임상시험 기간 자체를 업계가 제시한 안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만 봐도 2년 연장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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