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의약품·의료기기청, 2010~2020년 역전제 연구 메타분석
중증 출혈 발생해 역전제 투여 환자 10명 중 8명 지혈효과 나타나
지혈 실패 시 사망 위험 3배 이상 높아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역전제가 DOAC 복용 후 중증 출혈이 발생한 환자의 출혈을 멈추는데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지혈 실패 시 사망 위험이 상승해, 역전제 투여 후 출혈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지혈을 위한 추가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의약품·의료기기청 Antonio Gomez-Outes 박사 연구팀은 2010~2020년 발표된 DOAC 역전제 관련 연구를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DOAC 복용 후 중증 출혈이 발생해 역전제 투여받은 환자 약 10명 중 8명에게서 지혈효과가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JACC 6월호에 실렸다.

4-PCC·이다루시주맙·안덱사네트, 출혈 조절 위해 투여 가능

DOAC은 임상시험과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위험 대비 혜택이 입증된 항응고제다. 그러나 DOAC 투약 후 연간 약 2~3.5%가 주요 출혈을 경험한다고 보고된다. 이들은 입원하거나 출혈 조절을 위해 역전제 투여가 필요할 수 있다.

현재 출혈 조절을 위해 투여할 수 있는 DOAC 역전제는 △4인자 프로트롬빈 복합 농축물(4-PCC)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 복용 환자에게 이다루시주맙 △자렐토(리바록사반)·엘리퀴스(아픽사반)·릭시아나(에독사반) 복용 환자에게 안덱사네트 등이 있다. 

이번 연구는 DOAC 복용 후 중증 출혈을 막기 위해 투여한 역전제들의 지혈효과, 혈전색전증 또는 사망 등 발생률을 분석하고자 진행됐다.

2010년 1월~2020년 12월 발표된 60개 연구에서 DOAC 복용 후 중증 출혈이 발생해 역전제를 투여한 환자 4735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4PCC 투여 환자가 268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다루시주맙 1111명, 안덱사네트 936명 순이었다. 전체 환자의 평균 나이는 77세였으며 남성이 57%였다. 

DOAC 복용 이유는 심방세동이 82%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정맥혈전색전증(14%)이 뒤를 이었다. 복용한 DOAC은 자렐토 36%, 엘리퀴스 32%, 프라닥사 31%, 릭시아나 1%였다. 출혈 사건은 두개내출혈이 55%로 확인됐다. 출혈로 입원한 환자의 57%는 입원 후 평균 11일 이내에 항응고제 치료를 재시작했다.

DOAC 역전제 관계없이 비슷한 지혈효과 나타나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분석 결과, DOAC 역전제를 투여한 환자 중 78.5%에게서 지혈효과가 나타났다.

역전제별 지혈효과는 4PCC 80.1%, 이다루시주맙 76.7%, 안덱사네트 80.7%로 투여한 역전제와 관계없이 비슷했다.

즉 안덱사네트 등 특정 DOAC 역전제가 4PCC와 같은 비특이적 역전제보다 지혈효과가 우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비용 문제로 특정 DOAC 역전제 사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4PCC가 출혈 발생 환자에게 여전히 좋은 치료옵션임을 시사한다. 

사망률은 17.7%로 조사됐다. 두개내출혈 환자 5명 중 1명(20.2%)이 사망했고, 이는 두개외출혈 환자의 사망률(15.4%)보다 높았다. 사망률은 투여한 DOAC 역전제, 연구 유형, 편향 위험, 연구 후원 등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사망 위험은 지혈의 성공 여부와 연관됐다. 역전제를 투여했음에도 지혈에 실패한 환자의 사망 위험이 3.63배 높았던 것(RR 3.63; 95% CI 2.56~5.16).

Gomez-Outes 박사는 "효과적인 지혈달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만약 한 가지 약제로 출혈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지혈이 생존의 강력한 예측인자라는 점에서 다른 약제 또는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DOAC 역전제 투여 후 재출혈률은 13.2%였으며, 항응고제 치료를 재시작한 환자 78%에게서 나타났다. 두개내출혈은 82%를 차지했다.

혈전색전증 발생률은 4.6%였다. DOAC 역전제에 따른 혈전색전증 발생률은 안덱사네트가 10.7%로 가장 높았고, 4PCC 4.3%, 이다루시주맙 3.8%로 조사됐다. 

Gomez-Outes 박사는 "DOAC 역전제의 지혈효과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출혈 발생 후 사망 위험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며 "지혈 실패는 치명적인 예후와 강력하게 연관됐다. 특히 혈전색전증 발생률은 안덱사네트 투여 시 높았는데, 향후 역전제별 차이를 비교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덱사네트 제품 라벨에는 혈전색전증에 대한 경고 문구가 포함됐지만, 표준치료 대비 위험을 비교한 연구는 없는 상황.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4상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작위 임상4상은 자렐토·엘리퀴스·릭시아나 등 경구용 혈액응고인자 Xa 억제제 복용 후 15시간 이내에 급성 두개내출혈이 발생한 900여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연구는 2023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단, 지혈 실패에 따른 사망 위험은 연구마다 지혈 정의가 달라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서는 국제혈전지혈학회(ISTH)를 포함한 다양한 척도 그리고 의료진의 판단 등에 따라 지혈효과를 판단했다.

미국 듀크의대 Christopher Granger 교수는 사설을 통해 "지혈 실패가 사망과 관련됐다는 결과는 실제 지혈 실패보단 지혈 정의와 연관됐을 수 있다"며 "임상에서는 각 역전제의 혈전형성에 대해 더 잘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과소치료를 진행한 경우 이환율과 사망률이 DOAC 치료에 따른 출혈 관련 사망률을 축소시키고 있다"며 "DOAC 역전제의 유효성을 알려 뇌졸중 예방을 위해 경구용 항응고제를 처방하는 의료진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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