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로부터 신장이식 받았지만 사망 "불필요한 신장공여"
법원 "폐결절의 원인 다양, 호산구 수치는 폐암에서도 증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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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신장이식 환자의 폐암을 조기 진단하지 못해 결국 환자가 사망한 경우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폐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진행했고, 그 결과 폐암이 악화돼 생명이 단축됐다는 환자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고인의 가족에게 병원 측이 위자료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경과를 살펴보면, 말기 신부전이었던 A씨는 투석과 신장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B병원에 내원했고, A씨는 배우자로부터 신장을 기증받기로 했다.

B병원의 장기이식센터에 입원한 A씨는 수술 전 정밀검사를 받았고, 신장내과 외래 진료 당시 호산구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소견이 있어 이에 대한 경과 관찰을 받았다.

A씨는 이 무렵 촬영한 흉부 X선 검사 결과, 좌측 폐에 염증성 병변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고, 흉부 CT 검사 결과 좌측 폐하엽 부분에 2cm 크기의 결절이 발견됐다.

2개월의 경과를 관찰한 후 B병원이 흉부 X선 촬영 및 CT 검사를 시행한 결과, 결절은 4cm로 커졌고 흉수도 증가된 것으로 관찰됐다.

협진을 의뢰받은 호흡기내과 의료진은 '좌측폐하엽에 가늘고 긴 결절성 병변이 있고, 주변으로 작은 결절들이 동반되며, 소량의 좌측 흉막 삼출액이 있다'고 하며 종양보다는 폐흡층충과 같은 기생충 감염 병변의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했다.

이에 B병원 의료진은 A씨의 결절이 염증성 병변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구충제인 프라지콴텔을 투여했다.

이후 약 일주일간 흉부 X선 검사를 시행하며 경과를 관찰했고 흉수의 감소가 확인되자 예정된대로 신장이식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A씨는 B병원을 퇴원했지만, 약 한달이 지난 뒤 기침과 등의 통증을 호소하며 B병원에 내원했다.

흉강 천자 및 흉수액 세포병리검사 등을 시행한 결과 A씨는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됐고, 토르소 PET 검사에서는 흉막, 림프절, 간 전이를 동반한 폐암으로 확인됐다.

B병원의 의료진은 3월 말부터 항암치료를 시행했으나 호전되지 않았고, A씨는 다른 병원에서 호스피스치료를 받던 중 9월에 사망했다.

 

원고 "폐암 진단 소홀했다" vs 병원 "염증성 병변 진단 적절"

법원, 손해배상 책임 30% 적용해 병원 과실 인정

원고 측은 신장이식수술의 금기에 심한 감염증과 암이 있는 만큼, 병원에서 A씨의 결절이 폐암이 아닐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배제한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할 의무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초기 폐암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결절의 크기가 2cm에서 4cm로 급격히 성장한 점 ▲고인의 신장이식수술이 응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니었던 점 ▲의료진에게 왼쪽 등의 통증을 호소한 점을 들었다.

원고 측은 "B병원 의료진은 고인에 대한 폐암 진단을 소홀히 했고, 만약 폐암으로 진단됐다면 시행하지 않았을 신장이식수술을 받게 했다"며 "조기에 폐암치료를 받지 못했고, 배우자는 불필요한 신장공여를 해 한쪽 신장을 잃는 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B병원은 고인이 ▲기침, 객혈 등 폐암의 증상이 없었던 점 ▲흉부 X선 검사상 좌측 폐의 염증성 병변이 의심된 점 ▲호산구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점 등을 들며 '의료진이 고인의 폐결절을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염증성 병변으로 진단한 것은 임상의학적으로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진이 과실로 고인의 생존기간이 단축됐다며 원고 측의 편을 들었다.

특히 고인이 신기능 악화로 출혈위험이 있어 조직검사를 시행하기 쉽지 않았더라도 흉수검사와 PET-CT 등 추가 검사를 통해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정성 병변 등이 기생충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었어도 염증성 병변이라고 곧바로 단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흉막삼출과 폐결절의 원인은 다양할 뿐 아니라 호산구 수치는 폐암에서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신장이식수술은 응급한 수술이 아님에도 폐암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적관찰기간에 폐암을 악화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결절의 크기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식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신기능이 저하된 상태였고, 이식을 받지 않고 폐암치료를 받아도 5년 생존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등을 들며 손해배상의 범위는 30%로 제한했다.

법원은 A씨의 배우자에게는 위자료와 일실수입, 치료비 등을 포함해 약 8700만원을, A씨의 자녀들에게는 각각 1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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