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수술 후 뇌경색 발생...우측 상하지 마비·언어장애 후유증
서울중앙지법 "의료진이 뇌졸중 증상 면밀히 확인할 필요 있었다"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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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있음에도 조기에 뇌 MRI 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고 진정제만 처방한 의료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환자 A씨의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의 일부 책임을 인정하고, 병원 측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해 낸 반소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의 경과를 살펴보면 A씨는 우측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했으나 목 부위 감염 의심 및 부정맥 소견으로 상급병원인 B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받았다.

B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 타과에 협진을 요청한 결과, 신경과에서는 '뇌졸중으로 항응고 치료를 요하며, 수술 전후로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있다. 출혈의 위험이 문제가 되지 않으면 항응고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A씨는 B병원에서 이두장두, 견갑하근, 극상건, 극하건 완전파열에 대해 관절경하 봉합 나사를 이용한 봉합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 이틀이 지난 뒤 A씨는 횡설수설한 모습을 보였고 라인을 제거하며 침대 밖으로 내려오려는 이상 행동을 취했다.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라 A씨는 진정제를 복용했지만 이러한 행동은 이어졌다.

담당 간호사는 A씨에게 수면제를 복용하게 한 후 경과 관찰을 하고 안정된 모습을 확인했다.

다음날 오전 A씨는 자발적으로 눈은 떴으나 정확한 눈맞춤을 하기 어려웠고, 우측 상하지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이에 B병원 의료진이 A씨를 대상으로 뇌 MRI 검사를 시행한 결과 좌측 중대뇌동맥 및 전대뇌동맥 경색으로 진단하고 아스피린을 투여했다.

A씨는 신경과로 전과됐고 뇌경색에 대한 치료를 시작했으나, 우측 편마비와 언어장애가 후유증으로 남았다.

B병원은 A씨를 재활의학과로 전과해 재활치료를 했고, A씨는 수술 후 약 3년이 흐른 뒤 결국 사망했다.

 

수술 후 이상행동 보인 환자, 섬망으로 간주해 진정제만 처방

"일반적 경우보다 조기에 뇌경색 발생 여부 감별 필요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수술 이후 A씨에게 뇌경색의 증상이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그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뇌 MRI 등으로 뇌경색 여부를 진단하고 치료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봤다.

특히 의료진이 이상행동을 보인 A씨에 대해 뇌졸중과의 감별을 하지 않고, 수술 후 섬망 증상으로 간주해 진정제와 수면제만 처방한 것도 과실로 판단했다.

수술 후 고령자에게서 섬망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추정될 경우에는 경과를 관찰하며 진정제나 수면제를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씨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는 수술 전 신경과에서 수술 전후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고, 수술 이후 항응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며 "일반적인 경우보다 조기에 뇌경색 발생 여부에 대한 감별이 필요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뇌졸중은 대부분 후유증이 남는 질환이고, A씨가 고령에 고혈압 등 질병이 있어 후유증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던 점을 들며 A씨의 후유증은 진료행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진의 진단이 지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진단 지연과 A씨에게 발생한 후유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B병원은 이상행동을 보이는 A씨의 활력징후, 신경학정 증상을 관찰해 뇌경색을 감별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뇌경색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했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또한 "이러한 과실은 A씨의 편마비, 실어증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으므로 B병원은 A씨의 상속인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에 대해 조기 MRI 검사로 뇌경색을 확진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했었어도 아무런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뇌경색의 발생은 A씨의 체질 및 기왕증에 기인한 점 ▲뇌경색 발생 시점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병원의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했다.

A씨 측에게 수술비와 치료비인 1270만원의 지급을 청구한 B병원의 반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로 A씨의 신체기능이 손상됐고, 그 이후 A씨의 후유증세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 방지를 위한 치료만 계속됐다"며 "신경과로 전과한 후 의료진의 치료행위는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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