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의원, 간호법안 대표발의하며 입법 추진
바른의료연구소 "간호직역 정치적 이용 가능성" 우려
재보궐 선거 이후 국회 일정 재개, 간호법 논의 주목

출처 :  포토파크닷컴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간호계의 오랜 숙원인 간호단독법 제정이 21대 국회에서도 추진된다. 

대표 발의한 의원 93명이 여야 구분 없이 고르게 분포하고,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법안을 발의하며 무게감을 실었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951년 제정된 현행 의료법이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를 중심으로 권리·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어 다양화되는 간호인력의 역할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법안의 발의 배경이다.

특히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여건, 높은 이직률, 의료기관 규모별 수급 불균형은 이미 오래된 문제점이지만, 현행 의료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장치로써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연이어 발의

간호종합계획 수립, 간호인력 지원센터 설치 등 명시

여야 3당이 발의한 간호법안에는 간호사의 업무영역과 역할, 처우개선 방안, 향후 양성계획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내용이 담겼다.

출처 : 전문기자협의회
김민석 위원장 출처 : 전문기자협의회

소관법률 상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안'은 김 위원장을 포함한 여야 의원 49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법안은 간호사와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간호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는 동시에 3년마다 간호사 실태조사를 하도록 규정했다.

간호사의 양성 및 처우 개선을 심의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간호정책심의위원회를 두는 내용과 함께, 지역별로 간호인력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과 면허 대여와 같은 결격사유가 발생할 경우 자격 및 면허를 정지·취소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민석 의원은 "전문성 있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인력을 배치해 각종 감염병의 퇴치 및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38년간 의료현장에서 일한 간호사 출신인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간호·조산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에도 여야의원 33명이 공동 발의로 참여했다.

최연숙 의원은 "간호·조산업무가 의료기관 외에도 요양시설, 어린이집 등 다양화되고 있지만 현행 의료법으로는 이를 체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간호업무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간호·조산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사 출신인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도 '간호법안'을 비슷한 시기에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도 무소속 의원 1명을 포함한 33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중복으로 발의에 참여한 의원을 제외하면 총 93명의 여야 의원이 간호법안 제정에 힘을 실은 것이다. 정당별로 나눠 살펴봐도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비율이 비슷하다.

 

바른의료연구소 "의료법 간섭에선 벗어나지만 보호 못받아"

코로나 계기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제도 개선 절실"

간호법안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추진됐지만 여러 직역단체의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각각 간호·조산법안, 간호법안을 발의했지만 의사단체의 반대 등으로 임기만료됐다.

검토보고서에서 대한의사협회는 "특정 직역에 대해 독자 법률을 제정할 경우, 면허제를 근간으로 하는 의료법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대한병원협회 또한 비슷한 의견을 냈다.

특히 제정안의 내용에 따라 기존 의료법의 '진료 보조'에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확장할 경우 간호사만의 독자적 의료행위가 이뤄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금도 간호법안이 발의되자 여러 직역단체에서 찬성과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고 있다.

특히 바른의료연구소는 간호 단독법안이 간호사의 권익보호를 하지 못하고, 의료인의 직역간 업무 형평성을 저해해 면허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사는 의료법의 간섭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의료법의 보호는 받지 못한다"라며 "이는 정부와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법개정으로 간호 직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발의된 법안 3개 중 2개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 시책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면허를 내줄 때 3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업무에 종사할 것을 면허의 조건으로 붙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조항은 초임 간호사가 근무할 지역을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간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과연 일선에서 일하는 간호사들도 이러한 위험을 모두 인지하고 간호사협회가 추진하는 간호법안 제정을 찬성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계기로 간호사의 헌신, 열악한 근무환경이 알려지고 양질의 간호인력 양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민석 복지위원장도 "코로나 전사라는 찬사 속에는 수많은 간호사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다"며 "부족한 인력 속에서 고된 업무와 부실한 처우에 시달리며 상대적 박탈감도 심한 간호 인력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이전에 발의됐던 법안과 크게 보완된 부분이 없고, 보건복지부 또한 앞서 직역간 형평성을 고려한 '신중검토' 의견을 냈던 만큼 순탄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회는 4월 1일부터 4월 임시국회를 소집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의사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모두 보궐선거에 집중하고 있다. 지도부가 만나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데 아직 논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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