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해외 간호제도를 통해 본 간호법안 좌담회' 개최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 vs "의사 고유업무 침해 안한다"

20일 개최된 간호법안 전문가 좌담회
20일 개최된 간호법안 전문가 좌담회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여야 3당에서 발의한 간호법안이 간호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간호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가를 두고 의견차가 여전하다.

의사단체가 해당 법안이 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대한간호협회에서는 간호사의 단독 개원 근거가 아니며 처우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주최한 '해외 간호제도를 통해 본 간호법안 전문가 좌담회'가 20일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됐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국민의힘 서정숙·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각각 간호법안과 간호·조산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세부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이 법안에는 간호사의 업무영역과 역할, 처우개선 방안, 향후 양성계획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내용이 담겼다.

 

"분법, 반드시 간호서비스 질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아"

의료질 저하, 의료분쟁 증가, 직역간 갈등 우려 이어져

이에 토론에 나선 불평등과시민성연구소 윤태영 이사장은 '독자적인 간호법을 제정해 얻는 실익이 있는가'를 중요한 쟁점으로 제시했다.

윤 이사장은 "간호에 관련한 사항을 별도의 법률으로 제정하는 방식이 법률적으로 더 발전된 형태라 판단할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분법이 반드시 간호서비스 질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 제정은 새로운 법이 추가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라며 "현재 활동 중인 간호조무사는 전체 활동인력 중 48%에 달한다. 간호조무사의 역할과 기능을 배제하고 간호인력 강화를 논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인제대 서울백병원 염호기 교수, 대한간호협회 구성자 전문위원
왼쪽부터 인제대 서울백병원 염호기 교수, 대한간호협회 구성자 전문위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염호기 교수(내과)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동의했지만, 간호법안 제정으로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염 교수는 "근본과 다른 처방이다. 간호사의 근무 환경이 어려운만큼 이를 지원할 법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의료법도 지키지 못하는 의료기관이 90%에 가깝고, 간호등급제도 간호사를 힘들게 하고 있다. 간호법안만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이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의료질 또한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염 교수는 "법을 바꾸면 전체 의료시스템을 흔드는 격이 된다. 간호업무를 다른 직역이 할 수 없도록 명시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가정에서 가족이 환자를 간호하는 것도 위법이 될 수 있다. 다른 직역의 존폐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의 질이 저하돼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의료분쟁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의사와 간호사 간 누구의 책임인지도 따져야 한다. 행위별 수가체계에서 간호사를 동원한 무차별적 검사와 의료행위가 남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간협 "진료보조는 구시대적 용어...순화 필요"

신설된 복지부 간호정책과 "분법은 득과 실 함께 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반박하며 간호법안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간협 구성자 전문위원은 "현재 의료법 131개 조문 중 상당수가 간호과 관련없는 법인, 단체, 신의료기술 평가 등이다. 의료법이 전문화되는 간호업무를 포함하고, 여러 문제를 포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료보조는 구시대적 용어라 순화가 필요하다. 간호법안도 의사와 간호사의 협업을 규정하고 있다"라며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 하고, 간호사의 면허범위 내에서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의 고유업무를 침해하지 않는다. 간호사의 단독개업을 허용하고 처방권을 준다는 것은 법안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간호법안이 제정되면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개선이 이뤄져 결과적으로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부터 간호사의 처우 개선 등을 담당하는 간호정책과를 신설했다. 정부는 간호법안에 대한 입장이 첨예한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

이날 토론에 참석한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원칙적으로 분법은 득과 실이 있다. 개별법을 통해 구체적인 사항에 집중하고 사회의 여러 자원을 환기하는 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현재 의료법을 중심으로 한 통합적 규율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의료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협력체계를 이뤄내느냐에 대해선 통합이 유리하다"며 "간호법안도 정부가 특정 기준을 제시하는 것 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안을 논의할때는 추측과 비약보다는 현재 있는 규정에 근거해야 한다"며 "간호법안에서 집중할 부분과 전체 의료체계에서 다뤄야할 부분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