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비만진료의 국민건강보험 적용 현황 및 향후 급여 확대 방향' 논의
경북대병원 고혜진 교수 "의학·영양상담수가 및 비만치료제 급여화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은 사망률과 관련 질환 이환율을 높이는, 미용적 문제가 아닌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비용 문제로 인해 비만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이 비만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만은 일반 질환보다 많은 진료시간이 필요하고 상담과 교육을 시행해야 하지만, 관련 수가가 마련되지 않아 임상에서는 환자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비만은 만성질환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요구되지만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상당한 비용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경북대병원 고혜진 교수(가정의학과)는 26~27일 열린 '제53차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비만 진료 과정에서의 비급여 현실'을 주제로 26일 발표했다.
▲경북대병원 고혜진 교수(가정의학과)는 26~27일 열린 '제53차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비만 진료 과정에서의 비급여 현실'을 주제로 26일 발표했다.

대한비만학회는 26~27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제53차 춘계학술대회'에서 '비만진료의 국민건강보험 적용 현황 및 향후 급여 확대 방향'을 주제로 26일 정책토론을 진행했다.

이 날 경북대병원 고혜진 교수(가정의학과)는 '비만 진료 과정에서의 비급여 현실'에 대해 발표, 엄격한 기준에 따른 의학상담수가·영양상담수가·운동처방수가 등을 신설하고 약물치료가 필요한 초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비만치료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의학상담수가 없어 의료기관이 비만 환자 기피할 수도

비만 환자는 다양한 의학적 합병증과 함께 사회경제적 문제를 동반하고 있다. 이에 의료진은 비만 환자의 병력 청취에 더해 환자의 사회경제적 환경도 고려하며 진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상담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고 교수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초진인 비만 환자의 상담시간은 23분 걸렸고 같은 날 재진환자는 11분이 소요됐다"며 "초진환자는 우울감, 대인기피 등 정신과적 문제가 있으면 진료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고 신체적 문제가 있으면 관련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재진환자도 체중 관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 이유를 확인하고 상담해야 해 진료시간이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경북대병원 고혜진 교수는 비만진료 과정에서 의학상담수가·영양상담수가·운동처방수가 등이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북대병원 고혜진 교수는 비만진료 과정에서 의학상담수가·영양상담수가·운동처방수가 등이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비만 환자에 대한 의학상담수가는 전무하다. 이 때문에 비만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상담시간이 길어지면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적어져, 비만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어렵거나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고 교수는 "비만 환자를 진료할 때 상담수가가 책정돼 있다면, 의료진은 환자를 더 열심히 진료하면서 제대로 된 비만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로 정신건강의학과는 상담시간에 따른 수가가 책정돼 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정신질환 환자처럼 비만 환자도 많은 상담시간이 필요하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수가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비만대사수술 후 영양상담 필요하지만…상담 의뢰 어려운 현실

의학상담수가에 이어 영양상담수가, 운동처방수가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만대사수술 후 영양상담이 필요하지만 수가가 없어 의료진 입장에서는 영양사에게 상담을 의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환자에게 개별화된 운동을 처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비만치료이지만 운동처방수가가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게 고 교수의 설명이다.

대한비만학회 강재헌 회장(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비만 환자 치료 시 의사 진료뿐 아니라 영양사와 운동사의 처방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진행하면 수익이 나지 않고 많은 인력과 공간이 필요해 병원 입장에서도 좋지 않게 본다"며 "비만대사수술 후 영양·운동상담과 의학적 평가 등 추가적인 추적관찰이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365mc 의원 신촌점 김정은 원장도 이에 공감하며 "1차 의료기관에서는 비만 환자의 생활습관 교정 상담을 의사가 진료시간 내에 진행한다. 시간이 한정돼 있어 효율이 떨어진다"며 "게다가 1차 의료기관은 영양사, 운동사 등을 채용해 상담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모든 의료기관이 같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동반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에 한해서라도 교육·상담수가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비만학회 이창범 이사장(한양대 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동반질환이 있는 비만 환자에 대한 교육·상담수가가 빨리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와 의료기관은 비만진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면서 "비만 관련 대사질환을 동반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상담수가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초고도비만 환자, 고가의 비만치료제에 부담 느껴

비만치료제가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어 환자들이 과도한 의료비를 지출하고 부담을 느낀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초고도비만 환자임에도 고가의 치료비용이 부담돼 의료기관에 오지 못할 뿐 아니라, 병원·약국마다 비만치료제 가격이 달라 환자가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경북대병원 고혜진 교수는 비급여 약물치료로 인해 비만 환자들이 의료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부담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경북대병원 고혜진 교수는 비급여 약물치료로 인해 비만 환자들이 의료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부담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초고도비만 환자 사례를 보면, 최대한 체중을 감량한 후 비만대사수술을 진행하고자 동반질환을 관리하며 약물치료를 병행했다"며 "그러나 환자는 체중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부담스러워 약물치료를 중단하길 원했다. 이에 더 저렴한 치료제로 변경하고 매일 복용에서 2~3일에 한 번 복용 등으로 조절했지만 아직 초고도비만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치료제가 고가일 뿐 아니라 병원·약국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비만 환자가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비만대사수술이 급여화됐지만 비만치료제는 아직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크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비만치료제를 급여화한다면 약물치료가 정말 필요한 초고도비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고 교수는 초고도비만 환자는 상당한 체중감량 후 피부 늘어짐(excess loose skin)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하며, 특정 환자를 대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술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 교수는 "초고도비만 환자는 체중을 30~40kg 감량하면 피부가 늘어져 성형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며 "유방암 환자의 유방재건술에 급여가 적용되듯, 특정 기준에 해당하는 비만 환자가 체중감량 후 피부재건술이 필요할 때 수술에 급여가 적용된다면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