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의원, 건강보험법 개정법률안 대표발의
산의회 김동석 회장 "오히려 취약지역 분만병원에 재정 투입해야"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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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인공임신중절수술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에서 건강보험제도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입법 추진의 계기는 2019년 4월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 형법상 낙태죄가 효력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 행위가 더 이상 불법이 아니므로 전문의료 영역으로 포섭돼 안전하고 합법적인 의료서비스로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권 의원은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과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임신중단에 건강보험 급여가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인공임신중단은 합법적 의료서비스라는 점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새로 신설된 조항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가입자 및 피부양자가 모자보건법 제2조제7호에 따른 인공임신중단을 한 경우에는 인공임신중단에 대한 보험급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다만 이 법안은 지난해 10월 권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의결을 전제로 해 조정될 수 있다.

당시 권 의원은 이 법안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임산부의 경제적인 능력을 고려해 의료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을 담았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신항진 전문위원은 "건강보험으로 시술비를 지원할 경우 시술 지연을 방지해 여성의 건강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현행 모자보건법에 임신·출산과 관련한 직접적인 비용지원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비용지원 근거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도 제시됐다.

신 전문위원은 "지원방식과 대상, 범위에 대해서도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모자보건법상 합법적 수술에 한해 주수별로 건강보험을 적용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비용은 10만원~20만원 정도이며, 연간 약 3500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

 

의료계 "건강보험 취지 안맞아...수술 부추길 우려도"

의료계에서는 인공임신중단의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이 충분하다면 필수의료분야에 투입해야 한다. 인공임신중단은 질환으로 보기 힘들다"라며 "개설보다 폐업이 더 많은 취약지역의 분만병원에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개정안은 건강보험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다"며 "지금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임신중절수술로 돈을 버는 것보다, 출산을 해 꾸준히 병원에 오게 하는 것이 더 수익이 크다. 건강보험 급여화로 저출산 시대에 임신중단 수술을 오히려 조장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개정안이 건강보험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며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우선 산부인과의사회는 인공임신중단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화가 안되는 이유는 건강보험법 목적인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건강증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미용성형 수술도 합법적인 의료서비스지만 건강보험법 목적에 부합하다고 볼 수 없어 건강보험 급여를 하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개정안은 건강보험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며 "건강보험법으로 급여하고 있는 임신 출산에 대해 역행하는 행위로 국민 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의 목적에도 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공임신중단을 보험급여하면 원인 제공자인 남성에 의해 보험급여 사유가 발생한 것"이라며 "건강보험법에 따라 건보공단은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 대해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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