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60kg 이상·성인 기준 BMI 30kg/㎡ 이상에 상응하는 12~17세 치료제로 승인
조기 개입으로 청소년기 체중 조절 혜택 기대…체중 조절 효과 크지 않다는 지적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가 비만한 성인에 이어 청소년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노보 노디스크社의 삭센다 3mg 주사제를 비만한 청소년의 치료제로 승인한다고 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에 따라 체중이 60kg 이상이고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 기준 30kg/㎡ 이상에 상응하는 12~17세 청소년 환자에게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삭센다를 투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앞서 삭센다는 2014년 FDA로부터 BMI가 최소 30kg/㎡ 이상이거나 27kg/㎡ 이상이면서 최소 한 가지 이상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비만한 성인 환자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비만한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이 등장하면서 학계에서는 조기 개입에 따른 혜택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체중 감소 효과가 특별하지 않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보인다.

BMI 5% 이상 감소율, 삭센다군 43.3% vs 위약군 18.7%

FDA 승인은 올해 NEJM에 실린 NN8022-4180 임상3상이 근거가 됐다(N Engl J Med 2020; 382:2117~2128). 

무작위 이중맹검 연구로,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체중 조절이 어려운 12~18세 비만한 청소년 251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삭센다 3mg 투여군(삭센다군, 125명)과 위약군(126명)에 무작위 분류돼 56주 동안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치료받았고 26주간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등록 당시 대비 56주째 체질량지수-표준편차점수(BMI standard-deviation score)를 비교한 결과, 삭센다군이 위약군보다 0.22점 낮으며 우월하다고 평가됐다(estimated difference -0.22; P=0.002).

또 BMI가 최소 5% 감소한 비율은 삭센다군이 43.3%로 위약군 18.7%보다 높았다. BMI가 최소 10% 감소한 비율 역시 삭센다군 26.1%, 위약군 8.1%로, 삭센다군에서 BMI가 조절된 비율이 높았다. 

아울러 삭센다군의 BMI는 위약군보다 4.64%p 감소했고, 체중은 4.50kg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 치료 중단 후 BMI-표준편차점수 증가는 삭센다군이 위약군보다 더 크게 관찰돼(estimated difference 0.15; 95% CI 0.07~0.23), 치료 순응도가 중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안전성 평가에서 삭센다군은 위약군보다 위장관계 이상반응을 더 많이 겪었고(64.8% vs 36.5%),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도 높았다(10.4% vs 0%). 그러나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두 군 모두 낮았다(2.4% vs 4.0%).

연구를 진행한 미국 미네소타대학 Aaron S. Kelly 박사는 FDA 승인에 대해 "지금까지 FDA가 승인한 비만한 청소년 치료제는 펜터민과 제니칼(오르리스타트)이었고, 펜터민은 16세 이상 환자에게만 승인됐다"며 "FDA가 비만한 청소년에게 삭센다의 혜택이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 중요하다. 강력한 무작위 연구 결과가 있고 FDA 승인을 받음에 따라, 임상에서 삭센다를 처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삭센다-대사지표 변화 연관성 없어…회의적인 의견도

삭센다 (성분명 리라글루티드)
▲삭센다(리라글루티드)

그러나 삭센다의 체중 조절 효과가 크지 않다며 적응증 확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비만한 청소년 대상의 임상3상에서 삭센다 3mg의 체중 감소 효과가 특별하지 않았을뿐더러, 인슐린 저항성, 고감도C반응단백, 지질단백질, 중성지방, 당화혈색소 등의 대사지표의 유의한 변화와 관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미국 예일대학 Sonia Caprio 박사는 "등록 당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었던 위약군과 달리, 삭센다는 치료 1년 후 BMI가 평균 5%가량 감소했다"면서도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충분하지 않으며, 비만한 청소년의 대사 합병증도 개선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기 비만이 성인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약물학적 치료를 통한 체중 조절이 아주 다루기 힘든 체중 궤적에 변화를 주면서 합병증 예방에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수술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Kelly 박사는 비만한 청소년에 대한 조기 개입의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Kelly 박사는 "비만한 청소년은 치료받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체중 관리를 위한 개입은 빠를수록 좋다"며 "12세 또는 13세 때 BMI가 3~4% 줄면 앞으로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전형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청소년기 체중 궤적이 완만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대사수술이 효과적이고 안전하지만,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가족에게 수술은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면서 "스스로 생활습관 교정을 진행할 때 효과적이지 않다고 느낀 부분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로 채울 수 있다. 삭센다의 주요 체중 감량 메커니즘은 배고픔을 줄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삭센다, 펜터민·제니칼 한계점 극복 가능

삭센다가 기존 치료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2003년 FDA 승인을 받은 제니칼은 12~16세 청소년에게 투약할 수 있다. 하지만 제니칼은 소장의 지방 흡수를 제한하면서 결과적으로 위장관계 부작용이 보고된다.

1959년에 후기 청소년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은 펜터민은 승인 근거가 약할 뿐만 아니라 치료제를 최대 12주간 '단기간' 투약하도록 제한됐다. 게다가 펜터민은 자극제(stimulant)로서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간주된다. 

이 같은 한계점을 고려하면 삭센다는 비만한 청소년의 체중 관리에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삭센다 중단하면 다시 원래 체중으로…'순응도'가 핵심키

아울러 비만한 청소년이 삭센다의 체중 조절 효과를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치료 순응도가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임상3상에서 56주 치료 후 첫 26주에 치료를 중단한 비만한 청소년을 추적관찰한 결과, 평균 체중이 치료 중단 후 6개월 이내에 등록 당시 수준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Kelly 교수는 "비만은 만성질환으로, 고혈압처럼 오랫동안 치료가 필요하다"며 "연구에서 삭센다 중단 후 체중이 다시 증가했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모든 비만 치료는 평생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작위 연구에서 많은 비만한 청소년이 삭센다를 매일 피하주사할 수 있었지만, 일부 청소년은 이를 불편하다고 느꼈다"며 "임상의가 환자 그리고 가족과 함께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년간 삭센다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음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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