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항목 공개 대상 의원급 확대 및 설명의무 도입
외래 시행 가능한 검사·처치·수술 위한 입원제한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비급여 항목 공개 범위 및 대상 확대와 설명의무제 도입과 외래 시행 가능한 검사·처치·수술을 위한 입원을 제한하는 정부 고시로 인해 2021년 연초부터 개원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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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비급여 진료 전 사전설명제도와 비급여 항목 범위 확대 및 대상을 의원급까지 확대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및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고시 개정을 행정예고했다.

또, 외래에서 시행할 수 있는 검사·처치·수술 등 만을 위한 입원을 제한하는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안도 행정예고 했다.

이에, 개원가에서는 비급여 항목 공개 확대 고시에 대해 의료서비스를 공상품 최저가 쇼핑몰 취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고, 입원 제한 고시에 대해서는 정부가 의료의 기본 개념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복지부는 심사투명화를 제고하고,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기 위해 외래에서 시행 가능한 검사·처치·수술 만을 위한 입원에 대해서는 입원료 산정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그 결과, 병원들은 임상적·의학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입원료를 산정할 수 있으며, 외래에서 시행 가능한 검사나 처치, 수술을 위한 입원료 산정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에,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입원은 의사에게 입원 진료를 권유받은 환자가 결정할 수 있는 고유 권리로, 국민에게 제공되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한하는 이번 고시 개정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경과의사회는 원칙적으로 모든 검사와 처치, 수술의 입원 여부는 환자 증상의 위중함과 여건에 따라 결정된다며, 외래에서 시행 가능하다는 이유로 입원할 수 없게 된다면 입원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그동안 받아왔던 최선의 진료를 못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복지부의 고시는 대법원의 입원환자 범위를 폭넓게 규정한 판례와도 배치된다는 것이 신경과의사회의 주장이다.

대법원은 2009년 판결을 통해 입원의 범위를 '△환자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낮거나 투여되는 약물이 가져오는 부작용 혹은 부수 효과와 관련해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 △영양상태 및 섭취음식물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 △약물 투여·처치 등이 계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는 환자의 통원이 오히려 치료에 불편함을 끼치는 경우 △환자의 상태가 통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경우나 감염의 위험이 있는 경우 등에 환자가 병원 내에 체류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정의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역시 입원제한 고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외과의사회는 이번 고시 개정에 대해 의료정책의 축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의료의 기본 개념마저 무시했다며, 즉각적인 폐기를 주장했다.

외과의사회,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피해가 될 것"

외과의사회는 같은 질병군, 검사, 처치, 수술이라 할지라도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의료행위의 경중을 가늠하기 힘들다며, 가장 기본적인 채혈이라도 채혈 간격, 필요 횟수, 환자의 출혈성 경향 등 수많은 변수를 행정적인 고시로 묶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원제한 고시는 환자들의 통증을 자로 재어 기록하는 것과 같다며, 모든 환자에게 예외없이 시행 가능한 검사, 처치, 수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시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정부에 반문했다.

의사회는 "입원제한 고시가 시행되면 의료현장은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야기돼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피해만 갈 것"이라며 "하지만, 실손보험사에게는 무차별 횡포의 빌미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입원의 기준을 고시로 결정하는 것은 보편적 관념에 어긋나고, 의료법 시행규칙과도 배치되며, 의료라는 큰 틀에서도 잘못된 것"이라며 "입원 후 실제 시행된 검사가 사후 외래에서만 가능한 검사로 판단돼 입원이 불인정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사의 진료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이번 개정 고시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간 보험사에서 이번 고시를 근거로 치료가 종결되어도 환자들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급 후에도 의료기관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쟁송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및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지침 개정을 통해 비급여 사전설명제도의 설명 대상과 주체, 시점 등을 규정했고,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 기관을 의원급까지 확대했다.

이에, 개원가에서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항목을 확대할 경우 환자유치를 위해 진료비 인하 경쟁이 과열돼 결국 진료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의료의 질을 단순하게 수가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며, 무분별한 의료쇼핑 등의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 A 개원의는 "다양한 방법과 술식 및 재료 등이 들어가는 비급여 항목을 명확한 기준없이 단순한 항목별로 비교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의료행위를 단순히 가격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료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B 개원의는 "이젠 환자들이 최저 가격을 찾아주는 쇼핑몰처럼 비급여 가격을 비교해서 동네의원을 찾는 세상이 됐다"며 "의료서비스는 공산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 역시 "비급여 항목은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되는 사적 영역임에도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라며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사전 설명의무는 의원급에서 과도한 행정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진료차질이 우려된다"며 "진료의사와 소수의 간호인력만 있는 의원급에서는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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