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IDARITY 연구에 모집된 코로나19 입원환자 1만여명 중간 분석
렘데시비르·하이드록시클로로퀸·로피나비르·인터페론군, 대조군과 사망 위험 차이 없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로 관심을 모았던 네 가지 항바이러스제에 대해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WHO는 NEJM 12월 2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의 치료 효과를 평가한 SOLIDARITY 연구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SOLIDARITY 연구는 지난달 20일 WHO가 코로나19 치료제로 렘데시비르를 비권고한 것에 대한 근거가 된 연구다. 

연구에서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평가한 항바이러스제는 △렘데시비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 △인터페론-베타-1a(interferon beta-1a, 이하 인터페론) 등이다. 

렘데시비르. 사진 출처: 서울대병원.
▲렘데시비르. 사진 출처: 서울대병원.

결과를 종합하면, 네 가지 치료제를 투약한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치료받지 않은 이들과 비교해 유의한 사망 위험 차이가 없었다. 

연구에는 30개 국가의 405개 의료기관에서 1만 1330명의 코로나19 입원환자가 모집됐다. 이들은 네 가지 치료제 중 현지에서 투약할 수 있는 약물로 치료받은 군과 공개 대조군에 균등하게 무작위 분류됐다.

전체 환자군 중 △렘데시비르군은 2750명 △하이드록시클로로퀸군은 954명 △인터페론을 제외한 로피나비르군 1411명 △인터페론군 2063명(인터페론+로피나비르 치료군 651명 포함) △모든 치료제를 투약하지 않은 군 4088명(대조군)이었다. 치료 중간에 평가한 약물 순응도는 94~96%였고, 2~6%에서 치료제 교차(crossover) 처방이 이뤄졌다.

1차 치료의향(ITT) 분석에서는 각 치료제와 대조군을 한 쌍으로 묶어 병원내 사망 위험 비교했다. 사망률은 연구 모집 당시 나이와 기계적 환기(mechanical ventilation) 진행 여부에 따라 계층화해 평가했다. 

중간 분석에서 총 1253명이 사망했고 사망까지 기간(중앙값)은 8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진행한 카플란-마이어 분석에서 28일째 사망률은 11.8%였고, 환자가 무작위 분류 당시 환기를 받고 있다면 39%, 그렇지 않다면 9.5%로 평가됐다.

이어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따른 사망 위험을 비교한 결과, 전체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한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사망 위험은 대조군과 비교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렘데시비르군 2743명 중 301명 vs 대조군 2708명 중 303명(RR 0.95; 95% CI 0.81~1.11) △하이드록시클로로퀸군 947명 중 104명 vs 대조군 906명 중 84명(RR 1.19; 95% CI 0.89~1.59) △로피나비르군 1399명 중 148명 vs 대조군 1372명 중 146명(RR 1.00; 95% CI 0.79~1.25) △인터페론군 2050명 중 243명 vs 대조군 2050명 중 216명(RR 1.16; 95% CI 0.96~1.39) 등으로 네 가지 항바이러스제 치료군과 대조군 간 사망 위험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게다가 전체 환자군 또는 하위군 평가에서도 사망 위험, 환기 시작 또는 입원 기간을 줄이는 치료제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 가지는 혜택 없지만…미묘한 '렘데시비르?'

WHO는 "렘데시비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 인터페론 등 항바이러스제는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전체 사망 위험, 환기 시작, 입원기간 등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거나 조금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렘데시비르와 같이 신뢰구간이 좁은 치료제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치료를 하는 것"이라며 "SOLIDARITY 연구는 매달 약 2000명 환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효율적인 요인분석 설계를 통해 추후 면역조절제 또는 단일클론항체 치료제와 같은 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나-파버 암연구소 David P. Harrington 박사는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 인터페론은 병원내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의미 있는 혜택이 없었다"며 "과거 연구와 함께 고려할 때 SOLIDARITY 연구는 이 같은 치료제를 더는 코로나19 치료옵션으로 고려하면 안 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단,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묘하다(nuanced)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연구에서 렘데시비르의 실질적인 생존 혜택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이유다. 

Harrington 박사는 "렘데시비르는 기존 연구에서 병원내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없을지라도 생존자의 회복 및 입원기간을 줄였기 때문에 환자뿐 아니라 의료시스템 측면에서 중요한 치료제로 평가됐다"며 "이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의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렘데시비르는 일부 환자의 입원 추이를 바꿀 수도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 실질적으로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면서 "렘데시비르를 일부 위험요인 가진 환자에게 투약해야 할지 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투약 시기가 있는지, 다른 치료제와 병용해야 할지 등에 대한 질문은 위약 대조군 연구를 통해서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