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포르민, 관찰연구에서 코로나19 사망 위험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 확인
무작위 연구에서 결과 재현돼야…특허 끝난 치료제에 제약사 투자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한 알당 100원도 안 되는 항당뇨병제 메트포르민이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엿봤지만, 실제 임상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기까지 과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메트포르민은 관찰연구를 통해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저렴하고 안전한 치료제인 만큼 코로나19 악화를 막는 목적으로 임상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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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찰연구는 잠재적 교란요인이 개입하기 때문에 무작위 연구 없이는 메트포르민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신하긴 어렵다. 이에 메트포르민의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는 무작위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메트포르민 복용한 여성 코로나19 환자, 사망 위험 24%↓

미국 미네소타대학 Carolyn Bramante 교수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이 코로나19 악화를 막는 잠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처음 공개된 데 이어 동료평가(peer review)를 거쳐 Lancet Healthy Longevity 12월 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에서는 미국 의료서비스 그룹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Clinical Discovery Claims Database에서 익명화된 데이터를 이용했다. 2020년 1월 1일부터 6월 7일까지 약국청구데이터에서 18세 이상이며 제2형 당뇨병을 동반했거나 비만하며 코로나19로 입원한 6256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이 중 3302명(52.8%)이 여성이었다. 메트포르민 복용군은 입원 전 1년 동안 최소 90일간 메트포르민을 처방받은 경우로 정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병원내 사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군에서 메트포르민 복용군의 사망 위험이 약 11%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HR 0.887; 95% CI 782~1.008). 

하지만 성별에 따른 분석의 경우, 여성에서 메트포르민 복용군의 사망 위험이 약 21% 의미 있게 감소했고(HR 0.785; 95% CI 0.650~0.951), 성향매칭을 적용한 분석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24% 더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OR 0.759; 95% CI 0.601~0.960).

이와 달리 남성에서는 메트포르민 복용군의 유의한 사망 위험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HR 0.957; P=0.689).

성별 간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메트포르민의 항염증작용이 더 컸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Bramante 교수는 논문을 통해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 또는 비만한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여성의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었다"며 "이번 결과에 대한 메커니즘과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향적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결과가 재현된다면, 안전하고 저렴한 메트포르민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을 막는 치료제로 널리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 가지 관찰연구 검토 결과, 메트포르민 복용군 사망 위험 낮아

이와 함께 네 가지 관찰연구를 종합해 검토한 결과에서도 메트포르민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결과는 Diabetes and Metabolism 11월호에 실렸다(Diabetes Metab 2020;46(6):423~426).

미국, 프랑스, 중국 등에서 진행된 네 가지 연구를 분석한 결과, 제2형 당뇨병 동반 코로나19 입원환자 중 메트포르민 복용군의 사망 위험은 비복용군보다 25%가량 낮았다(P<0.00001). 단 연구간 이질성(heterogeneity)이 높은 점은 한계점으로 지목됐다(I²=61%).

이 결과를 발표한 벨기에 리에주대학 Andre J. Scheen 교수는 "메트포르민은 혈당강하뿐 아니라 항염증작용 등 다양한 효과를 갖춘 치료제"라며 "비구아니드 계열 치료제는 제2형 당뇨병 동반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예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관찰연구에서 확인되는 잠재적 교란요인을 고려해, 무작위 대조군 연구 없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주의를 요했다.

특허 만료된 메트포르민 연구에 제약사가 투자할까?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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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메트포르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무작위 연구'다. 무작위 연구를 통해서만 메트포르민이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는지 확실한 결론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메트포르민의 무작위 연구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메트포르민의 특허가 만료됐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제약사에서 메트포르민 연구에 투자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Scheen 교수는 "메트포르민은 특허가 만료됐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어떤 제약사도 메트포르민 치료에 따른 코로나19 관련 임상 예후를 평가하는 연구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단, 최소 안전성 문제는 없으므로 코로나19 감염 시 심각한 위장관 증상, 저산소증, 다발성 장기부전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메트포르민 치료를 중단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피사대학 Angela Dardano 박사는 논평을 통해 "특허가 끝난 치료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메트포르민 관련 무작위 연구가 시작될 가능성은 낮다"며 "그렇지만 메트포르민의 비용이 저렴하므로, 코로나19와 같이 고비용 질환을 다룰 때 무작위 연구 등을 시행하면 상당히 높은 비용 대비 혜택을 입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메트포르민 예비연구 시작…환자 모집 중

이에 학계에서는 메트포르민이 코로나19 환자의 증상 악화를 막는 잠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평가하기 위한 예비연구(pilot study)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먼저 Bramante 교수는 후향적 코호트에서 확인한 결과가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전향적 연구인 'MET-COVID: Outpatient Metformin Use for COVID-19'를 시작했다.

전향적 연구는 메트포르민 복용력이 없으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BMI가 25kg/㎡ 이상(남아시아 또는 라틴 민족이라면 23kg/㎡ 이상)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총 70명을 등록할 예정으로, 메트포르민 1일 1500mg 투약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14일간 치료할 계획이다.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 치료군과 위약군의 C반응단백(CRP), 알부민, SARS-CoV-2 바이러스 부하 정도(viral load) 등 변화와 함께 임상 결과 차이를 비교한다. 환자군을 모집 중이며 연구는 내년 9월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메트포르민+날트렉손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오픈라벨 임상2상도 진행될 예정이다.

총 80명을 모집해, 메트포르민+날트렉손 병용요법군과 일반적인 치료군으로 분류하고 일주일 동안 치료를 진행한 후 코로나19 증상 변화와 질환 중증도, 회복 시간 등을 비교한다. 아직 환자 모집을 시작하지 않았고 연구는 내년 5월에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멕시코에서는 대사증후군 또는 당뇨병 동반 코로나19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메트포르민 관련 소규모 전향적 무작위 연구가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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