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제로 유일한 신약...의료진·환자 기대감↑
비싼 약값에 관련 수가도 미흡해 꺼리는 처방..."처방할 수록 손해"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치료저항성 우울증, 이른바 '난치성 우울증' 치료를 위한 신약이 국내에 출시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의료 현장 반응을 싸늘하다.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우울증 환자에게는 필수적인 옵션이지만, 활발한 처방으로 이어지기에는 무리라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스프라바토, 마땅한 치료 옵션 없는 난치성 우울증 '희망'

얀센 스프라바토

난치성 우울증은 주요 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를 겪는 환자 중 충분한 기간 동안 적절한 용량이나 다른 항우울제를 2개 이상 복용했으나 적절한 반응이 나타나지 앟아 증세가 개선되지 않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우울장애는 80~90%는 성공적인 치료가 가능해 이전 생활로 복귀할 수 있지만, 우울장애 환자 중 약 3분의 1정도가 난치성 우울증인 것으로 추산된다.

난치성 우울증은 전기경련요법(ECT), 경두개자기자극법(TMS) 등이 많이 사용된다.

두 방법은 난치성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지만, 전기자극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도 있고, 두통 등 부작용이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난 6월 허가를 받은 얀센의 분무용 항우울제 스프라바토(성분명 에스케타민)이 희망이 되고 있다.

스프라바토는 난치성 우울증 분야에서는 최초, 주요 우울장애 분야에서는 30여년 만에 처음 등장하는 새로운 기전의 비강 분무용 치료제다.

스프라바토는 비강 내 혈류로 흡수, 빠르게 우울증상을 개선한다.

주성분인 에스케타민은 뇌에서 NMDA 수용체로 불리는 글루탐산 수용체의 활동을 조절, 시냅스 연결을 회복시키고 신경 영양신호 전달을 증가시켜 우울증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스프라바토는 난치성 우울증 환자 1700명을 대상으로 한 단기 및 장기 임상을 통해 효능을 입증했다.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난치성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 임상연구에서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은 4주 치료 기간 동안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평가척도(MADRS) 총 점수가 19.8점 하락했지만, 위약과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은 15.8점 하락해 통계적으로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의 증상이 개선됐다.

장기 임상연구에서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해 안정적으로 관해가 이뤄진 환자에서는 위약과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한 환자에 비해 우울 증상의 재발 가능성이 약 51% 감소했다(HR 0.49, 95% CI, 0.29~0.84).

한국얀센은 "스프라바토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 기존 치료법으로 호전되지 않는 난치성 우울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은 되겠지만"...의료계, 시장성에는 의문

그동안 치료 옵션이 없었던 만큼 스프라바토는 난치성 우울증 환자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이 아닌 만큼 약가가 비쌀뿐더러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수가가 따로 책정돼 있지 않은 게 걸림돌이라 지적한다.

스프라바토는 경구용 항우울제와 함께 사용할 때 일시적 해리증상, 현기증, 메스꺼움, 진정, 두통, 어지러움, 미각 장애, 감각저하, 혈압 상승, 불안, 구토 등이 이상반응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정, 해리 및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 방지를 위해 등록된 의료기관에서 의료 전문가의 관찰 하에 투여해야 하며, 투여 후 최소 2시간 동안 의료진은 환자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2시간 동안 환자를 관찰해야하는데 이에 대한 수가는 없는 상황"이라며 "약을 처방할수록 의료기관은 손해를 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비싼 약값은 환자와 의료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스프라바토 클리닉을 운영하는 캐나다 CRTCE(Canadian Rapid Treatment Center of Excellence) 클리닉에서는 2주에 4회 스프라바토를 투여하는데 약 3000달러(한화 357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정맥 주사하는 케타민은 20mL에 1639원에 불과하다.

홍 교수는 "난치성 우울증 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으로서 희망은 맞다"면서도 "약가가 고가인 데다, 보험급여도 되지 않을뿐더러 환자 관찰 수가도 책정돼 있지 않아 처방할수록 손해다. 활발한 처방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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