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교수(감염내과), 혈장치료-혈장분획치료 구분·정의
최 교수 "미국 혈장치료 승인됐지만 임상근거 부족...국내 혈장확보·연구 노력도 상대적 부족"

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교수(감염내과)
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교수(감염내과)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국내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COVID-19)를 치료하기 위해 승인 및 개발되고 있는 혈장치료제 관련 임상 연구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혈장치료(convalescent plasma)에 대한 긴급 승인(EUA)을 발표했다. 그러나 복수의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혈장치료에 관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가 부족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외신을 통해 지적했다.

특히 혈장치료는 과학계에 근거 수준이 가장 높은 RCT 대신 '소규모로 코로나19 환자에 사용돼(compassionate use)', 이런 소규모 데이터로 긴급승인을 받았다고 여러 외신이 꼬집었다. 이어 외신들은 혈장치료를 몇몇 환자에만 사용한 근거를 기반으로 허가한 것을 비판하면서 혈장치료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국내 식약처는 FDA 긴급승인 발표 이틀 후 지난 25일 미국에서 승인된 혈장치료와 국내에서 개발하는 혈장분획치료제(hyper immunoglobin)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나섰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임상 중인 혈장분획치료제는 미국의 혈장치료보다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 농도가 높고, 안전성도 높다.

이에 본지는 감염내과 전문가인 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혈장치료와 혈장분획치료제의 효과에 대해 알아봤다. 

혈장치료란?
-혈장치료는 감염병에 감염된 후 회복된 환자의 혈장을 급성기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회복된 환자의 혈장을 아픈 환자에게 투여하면서 회복된 환자의 면역을 급성기 환자에게 전달해 바이러스를 공략하는 치료법이다. 

또 혈장 속에는 면역을 조절하는 물질들이 있는데, 혈장치료는 면역조절물질에 의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혈장치료의 효과는 입증된 치료법인가?
-혈장치료는 과거에 인플루엔자, 에볼라, 사스(SARS), 메르스(MERS) 등의 여러 신종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 사용됐으며 과거에서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혈장치료는 아직 무작위 대조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RCT)로 입증되지 않아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서 혈장치료가 승인됐지만, 다수의 연구진은 혈장치료제에 대한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 허가된 혈장치료에 대한 임상 근거가 충분한지.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이 주관한 NEATP(National Expanded Access Treatment Protocol) 예비 연구 결과를 분석했을 때, 높은 중화항체가 있는 혈장을 이용한 혈장치료가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사망률을 낮췄다.

또 이번 예비 결과는 혈장치료의 부작용 발생 빈도가 낮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분한 임상 근거를 얻기 위해 RCT가 진행돼야 한다. 이번 결과는 RCT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혈장치료 연구를 진행하려면 기증자가 충분히 있어야 하고 성분 헌혈과 혈액 보관을 할 수 있는 혈액은행이 있어야 한다. 또 중화항체가를 분석할 수 있는 실험실이 있어야 하는 등 여러 인프라가 필요하다.

다만 현재 팬데믹 상황에서 이번 결과는 혈장치료 투여를 위험(risk)보다 필요성이 큰 환자군에서 투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혈장치료와 한국의 혈장분획치료제 간 차이가 있다고 한다.  
-혈장치료는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들의 혈장을 헌혈 받아서 급성기 환자에게 수혈하는 방식의 치료다. 혈장치료는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혈장치료는 혈장 속에 중화 항체가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인데, 중화항체는 면역글로블린으로 이뤄진다. 

반면 혈장분획(hyper immunoglobulin)은 혈장 속에 있는 면역글로블린 성분만을 농축하여 만든 주사약이다.

보건당국은 혈장분획치료제가 혈장치료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한다.
-혈장치료는 ABO 혈액형을 맞춰야 하고, 수혈 자체의 부작용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혈장치료는 폐손상, 감염 위험, 수액 과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혈장분획치료제는 ABO 혈액형을 맞출 필요가 없고, 투여 용량이 적어 수액 과다로 인한 위험이 적고, 감염 위험이 없다.

따라서 혈장분획치료제는 수혈 방식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이용한 치료결과는 약 10명 이내로 보고된다. 부족하지 않은지.
-미국이나 유럽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수천 명, 수만 명 대상으로 혈장치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즉 미국·유럽은 혈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혈장 확보나 연구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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