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소 제약사서 구조조정 움직임...인사 트렌드 변화

지난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채용박람회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지난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채용박람회 모습.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부정적인 변화에 직면했다. 

일부 중소제약사에서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채용 시장도 바뀌고 있다. 
 

"견디기 어렵다"...구조조정 칼바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전망되면서 여러 산업군에서는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경영악화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대기업의 32.5%는 인력 구조조정 없이 버티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제약바이오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일부 중소 제약사가 코로나19 여파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중엔에는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곳도 포함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중소 제약사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하락하면서 각 팀장에게 구조조정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소형 제약사의 경우라면 이해했겠지만,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곳이 포함돼 있다보니, 업계에서는 전체적으로 구조조정이 번질까 위기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중소형 제약사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비대면 영업의 확산, 사업의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라 고용은 더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사업부문을 줄이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신사업을 확대하며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며 "중소 제약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전 산업계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와 달리 중소 제약사, 특히 자체적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곳은 영업활동을 하지 못해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경영진은 인력 감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중소 제약사는 창업주들이 경영권을 내려 놓거나 지분을 양도하는 등의 구조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제약은 황우성 회장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44.7%와 경영권을 450억원에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장기화 전망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 심리도 위축된 상황"이라며 "제약업계의 M&A 논의도 덩달아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고용창출 효과 좋았던 제약업계...채용시장도 변화 

코로나19 사태는 전체 산업 대비 고용 증가율이 2배를 상회했던 제약업계 채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8년 제약산업은 총 9만 7336명을 고용, 2014년 대비 8.6%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전체 산업 고용 증가율보다 2배 이상 높고, 제조업 1.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자동차(8.77%), 반도체(8.47%) 분야와 비슷한 수준이고, 전자(6.60%), 철강(-2.73%) 분야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는 제약업계 취업 시장에도 불어 닥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업계 취업시장에서는 구직자에게 불리한 형태의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제약업계 고용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제약산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채용 인원에 대한 가감이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대다수 제약사들은 채용 방식을 변경하거나 일정을 연기했다. 채용에 적극 나서지 않거나, 필요한 인력만 충원하는 수시채용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취업문이 더 좁아진 셈이다. 

우선 국내 제약업계는 공개채용보다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실제 한미약품과 JW중외제약은 채용 전형을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바꿨다. 

특히 보령제약, 일동제약, 삼진제약은 올해 상반기 채용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원제약과 유한양행, 한독 등은 연기했던 상반기 공개채용을 진행키로 했다.

채용이 되더라도 문제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기간(OJT)를 이유로 대기발령하고, 공석이 나면 계약서를 작성한 후 정식 발령하는 방식도 진행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영업사원이 인력의 다수를 차지하는데, 코로나19로 영업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영업 인력을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6개월이나 1년이 넘게 발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마케팅 등 환경 변화로 새롭게 필요한 인력 수요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하반기에도 예년 수준의 고용 확대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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