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병원 찾지 않는 환자들...연구개발·임상시험 지연 불가피
일정 차질에 비용 증가·대조약 수입 차질...업계 "政, 지원책 강구해야"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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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코로나19(COVID-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여파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은 전년 동기에 비해 올해 1분기에 외형을 더 키웠다.(관련기사 :국내 제약사 1분기 실적 선방...코로나19 영향 없었나?)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환자들의 의료기관 방문에 제한이 생기면서 계획했던 임상시험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향후 여파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U도 임상 중단 권고...코로나19로 환자모집 어려움

업계로부터 개발 임상시험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의약품 개발에 있어 필수 과정인 임상시험에서 환자 모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환자들은 가급적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 환자들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감염 위험도 높다는 이유다.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에서도 증세가 가벼운 환자는 반드시 큰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 따라 임상시험에 필요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 중 임상시험 관리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임상시험을 새로 시작하거나 기존 임상시험에서 새로운 환자를 모집할 때 규제기관과 협의해, 결정했던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길 권고했다. 

또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환자들이 받을 이익도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미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면 △일부 혹은 모든 참여기관에서 일시적으로 정지하고 △새로운 환자 모집은 하지 않으며 △이미 임상시험에 참여했더라도 환자들이 필요한 방문이 아니라면 이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길 권고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새로운 임상시험을 시작하지 않고, 이미 진행 중인 임상시험도 가능한 정지하길 권고한 것이다. 

이는 국내서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예정됐던 임상시험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의료기관 방문자 자체가 줄면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플 때 의료기관을 찾는 것도 줄어든 마당에 임상 참여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는 더 줄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는 만성질환 위주의 치료제 개발이 많다"며 "항암제도 아니고 만성질환 약 임상에 참여하자고 이 상황에 누가 의료기관을 찾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임상시험 올 스톱, 지출만 계속

계획했던 임상시험 일정이 틀어지면서 국내 제약업계는 비용 지출만 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임상 진행 시 CRO(임상시험수탁기관)와 계약을 맺게 되는데, CRO는 모집해야 할 환자 수와 임상 기간 등을 명시해 계약한다. 알려지기로는 의약품 개발비용의 30~40%는 CRO 계약 비용으로 지출된다. 임상 일정이 지연되면서 CRO와의 계약을 연장, 이에 따른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다.

게다가 임상 진행에 있어 필수인 의료기관의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인증 연장에 따른 비용과 업무 증가는 물론 임상 진행에 필요한 연구자, 연구간호사 고용 연장에 따른 인건비도 예상 밖 지출이다. 

A제약사 개발팀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수록 예상하지 않았던 지출이 발생, 임상에 필요한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임상에 필요한 대조약과 원료의약품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의약품의 대다수는 대조약이 글로벌 제약사 제품이다. 

현재로서는 국내 시판 중인 대조약을 구할 수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대조약을 수급해야 하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수입이 많은 유럽의 경우 사태가 심각하다. 유럽 국가에서 의약품 생산이 중단된다면 임상 진행에 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전 세계 제약사와의 속도전"이라며 "임상에 차질을 빚게 되면 신약개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성질환약의 경우도 임상을 제때 시행하지 못해 허가 시기가 늦어지면 매출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며 "정부는 국내 제약업계가 임상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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