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2020] SPYRAL HTN-OFF MED, 신장신경차단술 vs 가짜시술 혈압 조절 효과 비교
3개월째 24시간·진료실 수축기혈압 유의하게 감소…시술 관련 이상반응 보고되지 않아

고대 구로병원 박창규 교수가 신장신경차단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고대 구로병원
▲고대 구로병원 박창규 교수(순환기내과)가 신장신경차단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고대 구로병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카테터를 이용한 신장신경차단술로 항고혈압제 없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조절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SPYRAL HTN-OFF MED의 중추적 연구(pivotal trial) 결과, 고혈압 환자는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고 신장신경차단술만으로 3개월째 24시간 또는 진료실 수축기혈압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기기 또는 시술과 관련된 주요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아, 신장신경차단술은 안전성 평가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0) 홈페이지 캡쳐.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0) 홈페이지 캡쳐.

연구 결과는 28~30일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0)에서 29일 발표됐고 동시에 Lancet에 실렸다.

항고혈압제 복용 무관하게 신장신경차단술 유용성 평가

2017년 SPYRAL HTN-OFF MED의 예비연구(pilot trial)에서는 다중전극(multi-electrode) 시스템을 활용한 신장신경차단술이 혈압 조절에 유용하다는 개념을 입증한 바 있다(Lancet 2017;390(10108):2160-2170).

이번 중추적 연구는 항고혈압제 효과 및 순응도와 무관하게 가짜시술(sham) 대비 신장신경차단술의 유용성을 확인하고자 전향적 무작위 대조군 연구로 진행됐다.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44곳 지역에서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거나 최소 3주간 항고혈압제를 중단할 수 있는 고혈압 환자가 모집됐다. 등록 기준은 진료실 수축기혈압은 150mmHg 이상 180mmHg 미만, 이완기혈압은 90mmHg 이상인 환자였다.

2015년 6월 25일~2019년 10월 15일까지 모집된 총 331명 환자가 신장신경차단술군(166명)과 가짜시술군(대조군, 165명)에 무작위 분류됐다. 전체 환자군에는 예비연구에서 등록된 환자 80명이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53세였고 남성이 67%를 차지했다. 

등록 당시 평균 진료실 수축기혈압은 신장신경차단술군 162.7mmHg, 대조군 162.9mmHg였고, 24시간 평균 수축기혈압은 각각 151.4mmHg와 151.0mmHg였다.

신장신경차단술군 SBP, 24시간 4.0mmHg↓·진료실 6.6mmHg↓

▲독일 자를란트대학 메디컬센터 Michael Boehm 교수.
▲독일 자를란트대학 메디컬센터 Michael Boehm 교수.

1차 유효성 종료점으로 등록 당시 대비 3개월째 24시간 수축기혈압 변화를 비교한 결과, 신장신경차단술군이 대조군보다 평균 4.0mmHg가량 더 유의하게 감소했다(P<0.001).

3개월째 평가한 24시간 수축기혈압은 등록 당시보다 신장신경차단술군이 4.7mmHg 감소했으나 대조군은 0.6mmHg 감소에 불과했다.

2차 유효성 종료점인 진료실 수축기혈압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3개월째 진료실 수축기혈압은 신장신경차단술군 9.2mmHg, 대조군 2.5mmHg 감소해 신장신경차단술군이 평균 약 6.6mmHg의 혈압 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P<0.001).

이 같은 1차 또는 2차 유효성 종료점 결과에서 신장신경차단술은 통계적으로도 가짜시술보다 우월할 가능성이 99.9% 이상인 것으로 평가됐다(>99.9% probability of superiority). 즉 환자의 항고혈압제 순응도와 무관하게 신장신경차단술의 3개월째 혈압 조절 효과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었던 것. 

아울러 시술 후 3개월째 24시간 또는 진료실 이완기혈압도 신장신경차단술군이 대조군보다 각각 3.1mmHg와 4.4mmHg 더 감소했다. 혈압 조절 효과는 낮과 밤에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안전성 평가에서 시술 1개월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말기 신질환, 색전증으로 인한 말초기관 손상, 혈관 합병증 등 주요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 

시술 3개월째에는 신장신경차단술군에서 고혈압 응급증(hypertensive emergency) 1건, 대조군에서 뇌졸중 1건이 보고됐지만, 기기나 시술로 인해 발생하지 않았다. 

신장신경차단술만으로 고혈압 환자 치료 한계 있다?

연구를 진행한 독일 자를란트대학 메디컬센터 Michael Boehm 교수는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는 신장신경차단술을 받으면 항고혈압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가짜시술과 비교해 24시간 또는 진료실 혈압이 조절된다는 점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며 "이 같은 결과는 흑인, 당뇨병 환자 등을 포함한 하위군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신장신경차단술은 이번 연구로 유의한 혈압조절 효과를 입증했지만, 단독치료로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토론자로 참여한 미국 Kansas City Heart Rhythm Institute의 Dhanunaja Lakkireddy 박사는 "신장신경차단술군의 24시간 수축기혈압이 평균 4.7mmHg 감소한 결과가 상당히 인상적"이라면서도 "다만 신장신경차단술만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혈압 강하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 표준 항고혈압제 치료와 함께 진행한다면 합리적인 치료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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