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임상TF, 칼레트라·클로로퀸 검토…렘데시비르는 효과 가능성 있지만 물량 부족
세 가지 치료제, 생체외 실험 등에서 사스·메르스 치료 가능성 확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코로나19(COVID-19)' 확진자의 1차 치료제로 고려할 수 있는 약물들이 제시된 가운데, 이들 약물이 과거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질환 치료에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 관심이 모인다.

코로나19 중앙임상TF는 지난 11일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HIV 치료제 '칼레트라(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항말라리아제 '클로로퀸' 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에볼라치료제 '렘데시비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돼 검토 대상에 해당된다. 그러나 중국 측의 수요가 많아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해 아직 국내에서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황. 향후 물량이 확보된다면 렘데시비르 투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형태 및 미세구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형태 및 미세구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코로나19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과 같은 계열인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아직 사스와 메르스 치료제는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지만, 칼레트라 등 치료제가 사스와 메르스를 치료할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어 코로나19에도 치료 효과를 보일지 관심이다.

본지는 칼레트라, 클로로퀸, 렘데시비르의 사스와 메르스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분석했다. 

칼레트라: 사스 환자 ARDS·사망 발생률 낮아

칼레트라는 사스와 메르스 치료에 시험적으로 쓰였던 치료제다. 국내 코로나19 퇴원 환자에게 칼레트라를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은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칼레트라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무작위 연구에 도입했다. 

앞서 칼레트라는 사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치료 가능성을 엿봤다(Thorax 2004;59(3):252-256). 연구에서는 2003년 4월 16일 전 사스를 진단받고 칼레트라를 투약하지 않은 환자를 과거 대조군(historical control)으로 설정해, 이후 사스를 진단받고 칼레트라를 투약한 환자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또는 사망 등 좋지 않은 임상적 예후는 칼레트라 치료군에서 적게 발생했다. 증상 발생 후 21일째 ARDS 또는 사망 발생률은 칼레트라 치료군 2.4%, 과거 대조군 28.8%였다.

이상반응 발생률도 칼레트라 치료군이 과거 대조군보다 의미 있게 낮았는데, 이는 전염병이 확산하는 동안 초기에 진단받거나 늦게 진단된 환자 모두 해당됐다. 

또 칼레트라를 처음부터 투약한 환자군에서 스테로이드 투약 용량과 병원내 감염 등이 줄었고 바이러스 수치가 감소했으며 말초혈액 내 림프구 수가 증가했다.

사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 연구는 칼레트라에 대한 무작위 위약 대조군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칼레트라는 생체외(In vitro) 실험과 동물실험에서 메르스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메르스 환자를 대상으로 칼레트라와 인터페론( interferon-β1b)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무작위 임상연구가 시작됐다(Trials 2018;19(1):81). 메르스가 발생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임상연구에서는 메르스 환자를 칼레트라 치료군 또는 표준 지지요법(standard supportive care)만 받는 환자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90일째 사망 위험을 비교한다. 단 메르스 환자 사례가 적어 결론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클로로퀸: 생체외 실험에서 사스 예방·치료 가능성 제기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클로로퀸은 개발된 지 70년 이상 된 치료제로 개발도상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값이 저렴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 국가 보건위원회는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동물실험 및 임상연구의 후보 약물에 클로로퀸을 포함시켰다. 

2004년 발표된 생체외 실험은 클로로퀸을 사스 예방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Biochem Biophys Res Commun 2004;323(1):264-268).

결과에 의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를 억제할 수 있는 클로로퀸의 IC50은 급성 말라리아 치료 동안 도달한 클로로퀸의 혈장 농도와 유사했다. IC50은 치료제 투약 후 세포 활성도가 50% 떨어질 때 최대 농도를 의미한다. 

또 감염된 배양 배지에 클로로퀸을 추가 투약하는 시간을 항바이러스 활성 저하 없이 감염 후 최대 5시간까지 지연시킬 수 있었다. 

렘데시비르: 메르스 예방·치료에 긍정적

향후 국내 코로나19의 1차 치료제로 고려될 수 있는 렘데시비르는 메르스 치료제로 주목을 받는다.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가 RNA를 복제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치료제로, 미국의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에게 투약했다고 알려졌다. 

지난달 발표된 쥐 모델 실험에서 렘데시비르는 칼레트라보다 메르스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Nat Commun 2020;11(1):222).

예방적·치료적 측면에서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쥐의 폐기능이 좋아졌고 폐의 바이러스 수치가 감소했으며 중증 폐병리(lung pathology) 소견이 개선됐다. 

이와 달리 칼레트라와 인터페론 병용요법은 예방적 측면에서 바이러스 수치를 줄였지만 다른 질병 표지자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 

치료적 측면에서 칼레트라와 인터페론 병용요법 시 폐 기능이 좋아졌지만,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거나 중증 폐병리 소견을 개선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렘데시비르는 클로로퀸과 함께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생체외 실험에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이 연구는 레터 형식으로 Cell Research 2월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에서는 렘데시비르, 클로로퀸과 함께 리바비린, 펜시클로비르, 니타족사나이드, 파비피라비르, 나파모스타트 등 7가지 약물의 항바이러스 활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했고 클로로퀸도 유사하게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두 약물 모두 저용량에서도 바이러스 감염 억제 효과를 보였으며, 세포에 미치는 독성은 크지 않았다. 

단 이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니며, 실험실 내에서 단기간 치료 가능성을 평가했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콜롬비아대학 공공보건대학원 Stephen Morse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 치료제의 효과를 증명했지만, 최소 실험실 수준에서 단기간 진행했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클로로퀸은 렘데시비르보다 더 높은 용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실현할 수 있는 범위"라고 밝혔다. 

이어 "생체외에서 확인한 결과가 실제 임상에서도 나타난다면, 코로나19 치료제로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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