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뇌사자의 신장, 이식에 사용해도 된다"
"C형 간염 뇌사자의 신장, 이식에 사용해도 된다"
  • 주윤지 기자
  • 승인 2019.09.2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에서 C형 간염 뇌사기증자의 신장 사용하는 사례 급증
감염된 신장 사용하면 공급 수요 괴리를 좁힐 수도
국내 규정상 C형 간염 보균자 사이에서만 이식 가능
서울아산병원 신성 교수, "과학적 근거 기반으로 KONOS 규정 변화 필요"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미국에서 C형 간염이 있는 뇌사자의 신장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장 기증자 위험 지수(Kidney Donor Risk Index, KDRI)에 의해 C형 간염 보균자의 신장은 일반 신장보다 질이 더 낮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 염증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심각한 간경화, 간암 등의 질환을 초래한다. 따라서 C형 간염 보균자인 뇌사자로부터 구득한 신장으로 이식했을 때 이식성적이 낮게 평가됐다.

이로 인해 이러한 신장은 이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신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의 대기기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그러나 최근 미국신장학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최근 개발된 C형 간염 치료제의 단순 투약으로 질환을 완치할 수 있어 미국에서 C형 간염 보균자의 신장을 보균자가 아닌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 간염 보균자의 신장을 이식한 후 12개월 시점에서 봤을 때, 신장은 정상적으로 활동해 이식 결과도 매우 긍정적으로 나온 상태다.

미국에서는 2015년까지 C형 간염의 신장을 보균자한테만 이식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마비렛, 제파티어, 보세비 등을 포함한 C형 간염 치료제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해외 의료진은 이식 후 감염된 신장을 원활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아직도 많은 C형 간염 환자의 신장이 버려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연구진은 새로운 C형 간염 치료제를 고려해서 KDRI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약제 등장에 따라 '이식 가능한 신장'을 평가하는 요인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C형 간염 보균자 신장이식 원하는자, 이식률 증가'

연구진은 미국 데이터 등록소를 사용해 2015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의 C형 간염 환자의 신장 사용 경향을 살펴봤다.

전체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C형 간염 보균자 신장을 이식받은 C형 간염 음성 환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분기에는 200개의 감염된 신장이 음성 환자에 이식됐고, 69개는 양성 환자에 이식됐다.

이 기간에 총 105개의 C형 간염 환자의 신장이 버려졌지만, 버려지는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다.

동일한 기간, 감염된 신장의 이식을 받고자 하는 이식 대기 환자 수가 급격히 상승했다. 2015년에는 약 3000명 미만이 이런 신장이식을 받겠다고 했지만, 2018년에는 약 1만 6000명 이상이 이식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식 결과를 사구체 여과율 (eGFR) 수치 기반으로 12개월 시점에서 봤을 때, C형 간염 보균자로부터 이식받은 신장은 그렇지 않은 신장과 비교해 기능적인 면에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66.3 vs. 67.1ml/min per 1.73m2, P=0.86).

eGFR는 혈액의 노폐물인 '크레아티닌'을 혈액 검사를 통해 판단하는 수치며, 신장이 얼마나 잘 기능하는지 알려준다.

또 연구 결과에 따르면 C형 간염의 감염 상태는 이식 후 12개월 시점에서 신장의 eGFR 수치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66.5 versus 71.1 ml/min per 1.73 m2, P=0.056).

'국내는 보균자만 이식받을 수 있어...규정 변화 필요'

서울아산병원 신성 교수(신췌장이식외과)
서울아산병원 신성 교수(신췌장이식외과)

국내 전문가는 이 연구 결과를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신장이식 외에 폐 이식을 포함해 다른 장기이식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신성 교수(신췌장이식외과)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 연구는 C형 치료제들이 출시되면서 많은 의료센터가 C형 간염 보균자의 신장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버리는 대신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실제 C형 간염 보균자의 신장을 건강한 성인에게 이식한 후 통계적, 과학적으로 괜찮다고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미국 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신장이식을 필요로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뇌사자 또는 신체 기증자의 신장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신장이 망가져도 바로 사망할 확률은 높지 않지만, 투석을 오래 유지할수록 사망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신장이식을 받는 것이 만성신부전 환자의 생존률 향상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처럼 안전이 확립된다면 우리도 규정 바꿔야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 5천 명의 원인 질환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 대표 만성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져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중 당뇨 환자 11%, 고혈압 환자 4%에 불과했지만, 2011년부터 2018년 1월 현재까지 당뇨 환자 25%, 고혈압 환자 14%로 각각 2배 이상 늘었다.

대한신장학회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혈액투석, 복막투석 혹은 신장이식 환자 수는 총 9만 8746명(혈액투석 7만 3059명, 복막투석 6475명, 신장이식 1만 9212명)으로 인구 100만 명당 말기신부전 환자 수는 1898명에 이르렀다.

신 교수는 "신장이식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장의 수요와 공급의 괴리에서 최대한 많은 신장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규정을 따르면, 규정상 C형 간염 보균자의 신장은 C형 간염 보균자 대기자가 이식받을 수밖에 없어, 장기간 대기하고 있는 C형 간염 비보균자가 이식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사례처럼 B형 혹은 C형 간염 보균자의 신장을 비보균자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확립되면 우리나라도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환자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