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폐이식 관심 커진 이유는?
고난도 수술 잘한다는 명성 때문?
폐, 이식 후 생존율 낮은 장기 중 하나
의료진, 중환자실 등 시스템 먼저 갖춰야 목소리 커져

최근 병원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경쟁이라도 하듯 폐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2010년 9건이던 폐이식이 올해 7월 현재 90건일 정도로 급속하게 폐이식 수술이 증가하고 있는 것.

전국에서 폐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은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생존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 얘기에 좋은 소식은 우려로 번진다. 전문가들은 병원들이 폐이식에 에너지를 쏟기 전에 병원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또 현재의 폐이식 우선순위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2회에 걸쳐 폐이식 현황과 우선순위 등 폐이식 수술에 필요한 개선점 등에 대해 알아봤다.
 

병원들이 폐이식에 드라이브 걸기 전에 갖춰야 할 것은?(상)
우선순위 등 폐이식 수술에 있어 바꿔야 할 것은?(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신장이나 간 이식의 생존율이 높지만 폐이식은 그렇지 않다. 폐는 몸속에서 보호받는 간이나 신장 등과 달리 지속해서 외부 공기로부터 다양한 균이나 바이러스 먼지 등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뇌사자의 폐를 이식하는데, 뇌사가 발생하면 몸의 수분이나 혈압 등 생체징후를 조절하는 능력이 감소해 폐가 망가지는 것도 폐이식 생존율이 떨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이처럼 폐이식은 어려운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폐이식 건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폐이식 분야를 개척한 세브란스병원이나 또 다른 강자인 서울아산병원뿐 아니라 몇몇 대학병원들도 폐이식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이 대표적이다. 2012년 처음 폐이식을 시작한 양상부산대병원은 2015년 3건, 2017년 15건, 2019년 7월 현재 25건을 시행했다. 2017년 보라매병원, 지난해 4월 아주대병원도 폐이식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한림대의료원도 폐이식에 관심을 보인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병원들이 폐이식에 열정을 쏟는 이유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A교수(흉부외과)는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라는 상징이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폐이식 후 치료 뒷받쳐줄 수 있는 중환자실 갖춰져 있나?" 

폐이식 수술 건수가 증가하면서 이들 병원이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중환자실 등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B 교수(흉부외과)는 "폐이식 수술은 병원의 역량 특히 중환자실의 실력이 생사를 가르는 지표"라며 "외과의사가 수술도 잘해야 하고, 중환자실에서 실력 있는 내과 의사가 뒷받침해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 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 닷컴

또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열정을 갖고 움직여야 하고, 팀워크도 좋아야 한다"며 "폐이식을 하는 병원은 중환자실을 비롯한 병원 시스템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A 교수도 같은 의견을 냈다. 

A 교수는 "폐이식이 의사 한 사람만 뛰어나서는 성공할 수 없다. 수술 이후 항생제 처방은 내과의사가 전문가이고, 중환자실을 책임질 수 있는 의사가 포진하고 있어야 한다"며 "폐이식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려면 중환자실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다른 진료과와 다학제 등 병원 내 시스템이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존율이 중요한 지표이지만..."

폐이식에서 중요한 지표를 찾는다면 단연 생존율이다.

현재 생존율을 공개하는 곳은 서울아산병원이 유일하다. 서울아산병원은 2008년부터 올해 3월까지 폐이식을 받은 환자 100명을 분석한 결과 75.5%(1년), 67.6%(3년), 61.8%(5년)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세계심폐이식학회 5년 생존율인 59%를 넘어서는 수치다.

국내에서는 폐이식 건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생존율 성적은 병원들이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다. 세브란스병원조차 생존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미뤄보면 여타 병원들의 생존율도 그다지 좋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A 교수는 또 다른 걱정을 하기도 한다. A 교수는 "생존율이 낮다는 것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폐는 구득하기 힘든 장기인데, 생존율이 낮아지면 장기 즉 폐도 의미 없게 쓰이게 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생존율을 공개하면 될까?

공개가 답인 것도 아닌 듯하다. 미국은 병원별로 생존율을 공개한 결과 병원들이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이후 생존율은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전환했다. 이래저래 어려운 문제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일본과 중국은 정부가 관여 

정부와 학회 등 관련 기관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병원들이 많은 수술을 경험하지 않으면 생존율을 높일 수 없다. 그렇다고 생존율이 낮은 병원들을 계속 지켜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은 폐이식을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전국의 9곳 정도만이 폐이식을 할 수 있고, 중국은 생존율 성적이 나쁘면 수술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병원이 하겠다고 하면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 병원에서는 폐이식 성적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조사를 받은 후 권고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한 관계자는 "학회 차원에서 근거를 바탕으로 적응증 등 가이드라인이 있다"며 "그렇지만 학회 차원에서 기준을 정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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