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단예방연구회, 7월부터 시행되는 '국가 폐암검진' 중단 촉구
폐암검진 진행 시 폐암으로 인한 절대적 사망률 단 1% 줄어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 폐암검진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환자를 양성하는 국가 폐암검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좌부터) 안암병원 신상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정권 교수, 서울성모병원 이재호 교수.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 폐암검진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환자를 양성하는 국가 폐암검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좌부터) 안암병원 신상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정권 교수, 서울성모병원 이재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이번 달부터 시행되는 국가 폐암검진을 즉각 중단하라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폐암검진으로 폐암을 조기발견해 생존율도 높아질 것이란 정부의 진단과 달리, 흡연자의 실질적인 사망률 감소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가짜 암 환자를 대량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폐암검진을 국가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는 없으며, 폐암검진으로 폐암 사망률을 낮춘다는 정부의 홍보는 통계 수치를 이용한 명백한 기만이라는 주장이다. 

과잉진단예방연구회(회장 이정권)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 폐암검진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환자를 양성하는 국가 폐암검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연구회 이정권 회장(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세계의학회의에서도 폐암검진의 효과에 대한 격렬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르게 국가가 나서서 어설픈 폐암검진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커다란 오판"이라며 "폐암검진을 국가암검진에 포함해 강압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정부는 세계 최초 국가 폐암검진이라는 성과에 집착해 국민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먼저 정부가 폐암검진으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황당한 논리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흡연자가 저선량 흉부CT로 폐암검진을 받으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20% 낮출 수 있다고 알렸다. 하지만 그 근거 논문을 보면, 폐암으로 인한 상대적 사망률이 20% 감소한 것으로 절대적 사망률 감소는 1%p(5%→4%)에 불과하다(N Engl J Med 2011;365(5):395-409). 또 저용량 흉부CT가 폐암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결론 내린 연구는 이 논문이 유일하다.

이 회장은 "이는 통계 수치를 이용한 명백한 기만"이며 "폐암검진의 효과를 부풀리고 위험을 감추려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회는 암검진의 중요한 위험은 검진으로 인한 2차 피해에 있다고 강조했다. 

양성결절인 가짜 폐암 환자와 과다진단된 암 환자는, 폐암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하지 않아도 될 추가 검사와 수술·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드물지만 사망에도 이르는 등 엄청난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는 게 연구회 주장이다. 

앞서 폐암검진의 혜택을 강조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폐암검진의 이득과 위해를 판단하면, 폐암검진을 받은 1000명 중 351명이 위양성, 즉 가짜 암 환자로 확인된다. 

이 중 침습적 추적검사로 3명은 합병증이 발생하고 1명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다. 폐암으로 진단된 40명 중 7명은 폐암과 상관없이 과잉진단으로 인해 사망했으며 3명만이 검진에 따른 이득이 있었다. 

서울성모병원 이재호 교수(가정의학과)는 "가짜 폐암 환자들이 추적검사나 확진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엄청난 심리적, 신체적,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저선량 흉부CT 검사로 발견된 조기폐암의 18~67%는 과잉진단이라는 추정이 있음을 고려했을 때 검진의 효과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회는 2019년 7월 현재 국가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폐암검진을 권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피력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각 국가 실정에 맞는 최적화된 폐암검진에 대한 연구를 수십 년간 해왔지만 국가적으로 이를 권고하지 않는다. 

미국질병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는 2014년 폐암검진으로 저용량 흉부CT를 추천했지만(Grade B)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의견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연구회 설명이다.

아울러 연구회는 지난해 처음으로 폐암검진의 유효성에 대한 국내 시범사업을 마쳤을 뿐, 결과에 대해 의료계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2017~2018년 국립암센터 주관으로 폐암검진 시범사업을 시행해 검진 효과를 평가했다. 최종 사업 결과에서 확인된 폐암 발견율은 0.56%다. 하지만 이는 일본, 대만, 미국의 저선량 흉부 CT에 따른 폐암 발견율이 각각 1.5%, 2.34%, 1.03%인 점을 비춰보면 낮은 수준이다. 

안암병원 신상원 교수(종양내과)는 "폐암검진을 통한 폐암 발견율이 낮아 우리나라에서 폐암검진을 국가적으로 실시하기 어렵다는 게 여러 학자의 의견"이라며 "세계적으로 각 국가에 맞는 폐암검진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다. 0.56%라는 터무니 없이 낮은 발견율만으로 국가 폐암검진을 진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폐암검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단계"라면서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추이를 봐 조심스럽게 폐암검진을 고려해야 하며 관련 국내 연구도 필요하다. 국가 폐암검진을 시행하겠다고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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