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폐암학회 이계영 교수 "비흡연 폐암 증가도 예의주시해야"

▲ 이계영 교수

내년 7월부터 국가암검진에 폐암검사가 추가된다. 이에 따라 만 54~74세 남녀 중 30갑년 이상 흡연력이 있는 흡연자는 추가 비용없이 저선량 폐CT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10%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 폐암 생존율이 30%대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폐암 검진사업을 앞두고 대한폐암학회 이계영 회장(건국의대 교수)를 통해 국가검진의 기대효과 및 개선점을 들어봤다.

1. 건강검진에 폐암 조기 검사가 추가된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폐암은 사망률 1위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암검진에서 빠져 있었다. 이러한 배경은 차별을 두었기 보다는 방법과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미국에서 폐암 코호트 연구(NLCT)를 시행했고 그 결과 55세 이상 30갑년 이상 흡연자들이 저선량 폐CT로 조기검진을 하면 사망률이 20% 준다는 보고가 나온 것이다. 유럽 또한 유사한 연구(넬슨)를 통해 사망률이 26%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이러한 근거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7~8000여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미국과 유럽 코호트와 유사하게 나오면서 이번에 국가검진에 추가될 수 있었다.

2,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나?
그동안 폐암 환자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조기 검진이 안되서 그런 것이었다. 병원에 내원하면 거의 모두 말기로 진단받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았던 것이다. 따라서 국가 암검진사업이 7월부터 본격 시행되면 폐암이 조기 발견될 것이고 조기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생존율도 올라갈 것이다. 현재 국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7% 수준인데 검진이 시작되면 1~2년 내에 30%대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좋은 치료제도 많이 나와 있어서 조기에만 발견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3, 검진과정에서 문제는 없나?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위, 대장,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다른 암종들은 현미경 검사 시 명확하게 병소(종양)가 바로 보고 알 수 있는데, 저선량 폐CT는 암의심되는 폐결정 또는 병변만 보는 것이다. 정말 암인지 아닌지는 또 검사를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저선량 폐CT 검사를 하게 되면 10명 중 2명 정도는 이상소견이 나온다. 이 경우 대부분 결핵 과거 흔적 또는 양성 결절로 판명된다. 양성 결절 환자 중 암진단율은 대략 5%다. 이 경우 폐생검을 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간혹 합병증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약간의 이상소견만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불필요한 수술이 발생할 수 있다.

▲ 이계영 교수

4, 방사선 피폭 우려는 없는 것인가?
저선량 폐CT는 방사선을 필요로하는 장비다. 따라서 저선량이라고 하더라도 방사선 노출을 피할 수 없다. 방사선량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CT 노출량의 7분의 1에서 10분의 1수준이다. 이 정도는 문제가 없지만 선량이 낮아도 반복 노출되면 좋을리는 없다. 하지만 검사의 혜택이 위해성보다 더 크므로 고위험군은 반드시 검사하는 것을 권장한다.

5, 여성 폐암 환자가 늘고 있다. 반면 비흡연자 여성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려는 없나?
최근 폐암환자 10명 중 3명은 여성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아직까지 비흡연 여성 폐암에서 저선량 폐CT의 혜택을 입증한 연구는 없다. 다만 미국과 유럽 코호트를 보면 저선량 폐CT를 받은 여성의 사망률이 남성보다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무려 생존율을 60% 가량 낮췄다. 물론 흡연 여성이라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지만 남성보다 훨씬 혜택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볼 때 아마도 비흡연 여성도 검진하면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마침 우리나라도 여성 폐암환자가 늘고 있다. 따라서 50세 전후의 우리나라 여성들도 대장내시경하듯 한 번쯤 해볼 것을 권장한다. 5년마다 해보는 게 좋다.

6. 국가검진의 실효성을 내기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게 아닌 흡연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국민 폐암 사망률을 낮추려면 현재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비흡연자 폐암(특히 여성 30% 넘어서)을 어떻게 걸러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선행연구를 해야 한다.

많은 동양권 국가들이 비흡연자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역학연구를 진행 중이다. 폐암이라고 하면 흡연자만 걸린다는 생각이 고착돼 있어서 금연운동만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미세먼지, 라돈 등과 같은 환경 발암물질이 폐암 발생의 주요한 원인일 수 있다. 다른 것이 발암 원인일 수 있다는 홍보와 더불어 연구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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