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vs 과잉진단예방연구회, 폐암검진 효과·위험·도입 과정 등 두고 입장차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이번 달부터 시행되는 국가 폐암검진을 두고 정부와 학계가 핑퐁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과잉진단예방연구회(회장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국가 폐암검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즉각 관련 입장을 표명했고, 이어 연구회가 이에 대한 반박 성명을 8일 발표한 것이다. 

복지부는 폐암 조기발견을 위해 국가검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연구회는 복지부 입장이 과학적 사실과 다르며 국가검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도 못한 답변이라고 반박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폐암검진 '효과' 입증됐나?

먼저 복지부와 연구회는 폐암검진의 효과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국내에서 폐암검진의 효과가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외국 임상연구보다 검진 효과성이 높고 폐암 조기발견율이 일반 폐암환자의 3배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즉 폐암 조기발견에 폐암검진이 효과적이었다는 주장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국내 시범사업 주요 결과에서 국내 위양성률은 14.8%로 미국 폐암 코호트 연구(NLST)의 27.3%보다 낮았다. 시범사업에 따른 국내 조기폐암 발견율은 69.6%로 일반 폐암환자 20.7%보다 높았고, 양성 판정 이후 진단과정에서 부작용 발생률 0.9%로 미국 NLST 결과(3.4%)보다 낮았다.

복지부는 "폐암검진 이후에는 금연상담을 받도록 해 금연과 연계되도록 하고 있다. 양성 판정을 받더라도 추가 영상검사를 통해 2차 확인 과정을 거치므로 양성 판정환자가 모두 침습적 검사 등을 받는 것이 아니다"며 "폐암검진은 시범사업을 통해 안정성, 효과성이 확인됐다. 비용-효용평가에서도 경제성이 인정되는 검사로, 폐암검진 도입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검진에 따른 위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연구회는 폐암검진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효과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암 검진의 효과와 안전성은 대규모 무작위 비교 연구만으로 증명할 수 있고, 암 검진처럼 중요한 연구는 최소 2개 이상 대규모 무작위 연구 및 이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최소 2년간의 국제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폐암검진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2002년 시작해 2011년에 발표된 미국 NLST 하나뿐이며, 그마저도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연구회는 "유럽에서 실시한 무작위 연구인 네덜란드-벨기에 폐암검진 연구(NELSON)는 작년 9월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는 됐지만 1년이 가까워지는 현재까지도 아직 논문으로 출판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아직 비판이나 제대로 된 평가가 시작되지도 않고 있다. 미국암학회와 영상의학회는 폐암검진에 찬성했지만 미국가정의학회는 폐암검진 권고의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폐암 '조기발견' 가능한가? '가짜' 암환자 만드나?

보건복지부는 오는 8월부터 뇌졸중, 뇌동맥류 등 뇌혈관질환 관련 14개 항목에 대해 보험기준을 확대한다.

복지부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만큼 국가 폐암검진을 도입해 조기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폐암은 전체 암 사망 중 1위이고 주요 암종 중 5년 상대생존율이 2번째로 낮은 위험한 질환이며, 조기발견율이 낮다는 것이다.

폐암 조기발견율은 20.7%로 위암(61.6%), 유방암(57.7%), 대장암(37.7%)보다 낮지만, 수술 가능한 조기발견 시 5년 생존율이 64%까지 상승한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흡연은 폐암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장기간 흡연자의  폐암 발생 위험도는 비흡연자에 비해 10배~30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폐암의 90%가 흡연과 관련됐다. 매일 1갑씩 40년간 흡연하는 사람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약 20배 폐암 발생 위험이 높다"며 폐암검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연구회는 국가 폐암검진으로 가짜 암환자가 늘고 이로 인한 피해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다. 

세계 여러 연구를 통해 폐암검진의 위험성, 특히 과도한 위양성 발생으로 인한 피해 위험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현재까지 어떤 나라에서도 국가 암검진으로 폐암검진을 도입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연구회는 "권위 있는 학술지에서도 폐암검진의 과잉진단 비율을 22.5%와 78.9%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복지부는 이에 대해 엉뚱한 동문서답만 하고 이에 대한 부작용을 숨기고 있다"면서 "기존 임상시험에 의하면 폐암검진 참가자의 약 25%는 위양성이었다. 폐암검진을 국가 전체로 확대할 경우 위양성이 더 높아진다"고 피력했다.

이어 "가짜 폐암환자들이 추적검사나 확진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엄청난 심리적, 신체적, 그리고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폐암검진, 적절한 검정과정 거쳤나?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 폐암검진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환자를 양성하는 국가 폐암검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좌부터) 안암병원 신상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정권 교수, 서울성모병원 이재호 교수.
▲과잉진단예방연구회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 폐암검진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가짜환자를 양성하는 국가 폐암검진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폐암검진 도입 과정이 적절했는지도 양측의 입장 차가 분명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저선량 흉부CT 방식의 폐암검진은 2000년 초반부터 미국·유럽 등에서 이뤄진 임상연구를 토대로 국내 전문가 논의를 거쳐 폐암검진 권고안 마련, 시범사업 실시 및 평가, 국가암관리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도입했다.

특히 국내 폐암검진 권고안 마련과 시범사업 운영 및 평가는 대한폐암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등 관련 전문가 단체의 참여하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또 폐암검진의 질 관리를 통해 위양성 판정을 최소화하고 검진의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장비 등 일정한 기준을 갖춘 종합병원급 이상 일반검진기관에서만 폐암검진기관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검진대상도 폐암 고위험군(55-74세의 30갑년 이상 흡연자)으로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국립암센터에 중앙질관리센터, 3개 지역암센터를 권역질관리센터로 지정하고, 폐암검진기관에서 영상판독, 결과상담 등을 진행하는 검진인력에 대해 일정한 사전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 엄격한 질관리 과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구회는 폐암검진에 대해 적절한 검증과정을 거쳤다는 복지부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연구회는 "아직 발표조차 못 한 임상시험도 아닌 시범사업 결과를 두고 효과와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성도 고려하지 않은 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며 "또 복지부가 폐암검진의 위양성 판정을 최소화한다고 했지만, 이를 줄이면 위음성이 늘어나기 마련이며 누구도 위양성만 줄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복지부의 입장은 과학적 사실을 왜곡한 거짓 주장이며, 검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는 잘못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회는 "우리나라의 결과가 좋은지 제대로 평가된 적도 없다. 현재 겨우 시범사업 연구만을 했을 뿐 그 마저도 제대로 된 학회 발표도 없었으며 아직 논문으로 출판되지 않아 학계의 비판이나 평가가 시작도 안 됐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연구를 기반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됐다고 우기는 것인지, 어떤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국가 폐암검진은 가짜 암환자를 대량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치료로 얻는 편익보다 중요한 것은 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료 윤리에 위배되는 정책"이라며 "즉시 재고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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