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10명 중 4명 중복흡연, 금연치료 활성화 필요성 제기
매력적이지 못한 수가에 금연치료 개원가도 외면..."금연정책 의지 있나"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등 흡연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금연정책은 현장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같은 지적은 금연치료의 게이트키퍼가 될 개원가에서 제기되고 있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아이코스 그리고 쥴
변화하는 흡연환경, 감소하는 금연치료자

정부는 최근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새로운 흡연환경에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
 
2015년 시행 이후 5년차에 접어든 병의원 금연치료지원사업이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지만, 새로운 유형의 담배가 등장하면서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자신의 의지 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4%에 불과한 반면, 의료진의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병행할 경우 최대 10배까지 성공률이 높아진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금연치료지원사업의 4주 금연 성공률은 81.4%에 달했다. 

하지만 금연치료지원사업에 참여하는 흡연자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 

금연치료지원사업에 참여하는 흡연자 수는 사업 첫 해인 2015년 22만 8792명에서 2016년 35만 8715명, 2017년 40만 978명으로 증가했지만, 2018년 29만 6000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3월까지 8만 5344명에 그쳤다. 

정부는 금연치료지원사업 참여자 감소의 원인으로 새로운 유형의 담배 출현을 이유로 꼽는다.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 출시되는 동시에 사업 참여자 수도 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발표한 '금연클리닉 등록자 중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현황'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4799명 가운데 다른 유형의 담배와 중복 흡연하는 사람은 43.2%(2071명)에 달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쥴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도 국내에 나오면서 금연지원사업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의료기관의 금연치료 포기 선언 "수가, 매력적이지 못해"

금연의 필요성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의료진들은 흡연에 따른 폐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을 우려하며 금연이 필요하다는 점을 더 강조한다. 

금연치료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상담이 중요한 만큼 일차의료기관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의 의지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금연을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흡연자의 수만큼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치료할 의료기관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금연치료지원사업에 등록한 의료기관 1만 2000여곳 가운데 최근 3개월 이내 금연치료 기록이 있는 기관은 7000여곳에 불과하다. 

문제의 원인이 '매력적이지 못한 수가'라는 데는 의료계와 정부 모두 알고 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김종웅 회장은 "금연치료지원사업이 필요하다는 건 환자와 의사 모두 알고 있다"며 "하지만 매력적이지 못한 수가가 사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정책 개선 목소리

금연치료지원사업의 수가도 중요하지만 정책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폐암검진의 교차검진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폐암검진의 목표는 조기 폐암 진단으로 완치율을 높이는 것도 있지만, 금연 실천으로 폐암 발생률을 낮추는 게 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정부는 교차검진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일반검진, 5대 암검진과 동시에 폐암검진이 이뤄지면 시간적 제약에 따라 형식적인 교육상담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정책 실효성이 낮아진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교차검진 시행으로 금연 교육 상담의 충실도를 높이고 흡연자가 매년 의료기관을 방문함으로서 금연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금연에 대한 꾸준한 교육상담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구 프로그램은 여전히 지적받는 요소 중 하나다. 금연치료를 위해서는 초진환자의 경우 건보공단 요양기관업무포털에서 환자의 개인정보와 상담 및 처방 내용을 등록한 후 진행해야 청구가 가능하다. 

새안산상록의원 김철환 원장은 "만성질환 환자처럼 심평원을 통한 청구일원화를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답은 요원한 상황"이라며 "금연치료지원사업이 좋은 취지와 달리 일선 개원가에서 외면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환자에 대한 패널티를 도입하는 방안도 정부의 정책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금연종합대책에는 흡연자의 금연치료 유도를 위해 금연구역에서 흡연한 자가 금연교육 또는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과태료를 감면한다. 

김종웅 회장은 "벌칙이 중요 요소는 아니지만,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금연 성공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되, 다시 흡연하게 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흡연에 따른 질병에 대한 보장성을 낮추는 등 패널티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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