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환자 라포 무너지고, 진단코드 변경 따른 질병통계 착시현상 발생 우려
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 위한 임상연구 진행 중 결과는 낙관 어려워

박건우 인지중재치료학회 이사장(고려의대 신경과)은 의약품 재평가를 통해 치매치료제 도네폐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의 일부 적응증 삭제와 관련해 의약품 재평가가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건우 인지중재치료학회 이사장(고려의대 신경과)은 의약품 재평가를 통해 치매치료제 도네폐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의 일부 적응증 삭제와 관련해 의약품 재평가가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치매치료제 도네페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 적응증 일부가 삭제될 예정인 가운데,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재평가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일 도네페질(상품명 아리셉트)과 아세틸엘카르니틴(상품명 동아니세틸) 성분에 대한 임상 재평가를 통해 일부 적응증을 삭제하기로 했다.

도네페질 성분은 뇌혈관질환을 동반한 혈관성 치매 적응증이 삭제되고,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은 일차적 퇴행성 질환이 삭제 된다.

이같은 결과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치매치료제 임상 재평가 결과, 도네페질 성분은 제약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의 경우에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으로 처방 경향이 변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약업계의 전망과 달리, 의료현장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체 치료약제가 거의 없는 치매 치료제 시장에서 객관적 Evidence가 부족하다고 모두 빼버리는 것은 현장 의료진들의 목소리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식약처의 임상 재평가는 문헌자료 등을 통해 최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재평가하고, 추가로 국내 임상 시험을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재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도네페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 역시 임상 시험에서 혈관성 치매 및 일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한 임상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적응증이 삭제된 것.

이런 결과에 대해 인지중재치료학회 박건우 이사장(고려의대 신경과)은 도네페질을 혈관성 치매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도네페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을 혈관성 치매와 일차적 퇴행성 질환에 쓰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타당성이 있다.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인지기능이 떨어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건우 이사장은 "치매 치료제에 대한 현재의 임상시험 방식은 잣대를 잘못 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치매 치료제 임상실패 이유에 대해 학계에서는 최근 임상시험 효과를 보는 잣대가 잘못됐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로운 잣대가 개발되기까지는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이 유보된 상태"라며 "그 결과, 신약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현행 임상시험 방식에 대해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살상력이 떨어지는 총이라도 없는 것 보다 낫다"며 "그것마저 없애버리는 것은 치매 치료에 대한 무기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식약처를 비롯한 관계기관이 치매 치료제에 대해 재평가를 할 때,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더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도네폐질 혈관성 치매 적응증 삭제에 따른 진단 코드 우회화로 인한 질병 통계 착시현상 및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혈관성 치매 뒤에 알츠하이머 치매가 있는지 여부는 부검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혈관성 치매로 인한 인지기능이 떨어진 이후 알츠하이머 치매로 약을 쓰면 환자들만 고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늦게 쓰기보다 처음부터 쓰면 환자들의 고생을 줄일 수 있다"며 "결국, 의료현장에서는 혈관성 치매라고 의심이 가지만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 코드를 변경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즉, 혈관성 치매라고 의심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해 도네폐질을 사용하게 되면 전체 치매 질환에 대한 편차가 사실과 다르게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건우 이사장은 의료진과 환자 간 라포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타냈다.

박 이사장은 "당장 7월부터 도네페질과 아세틸엘카르니틴에 대한 보험급여가 안되고 효과가 없어 쓸 수 없다고 설명하면 환자들은 그동안 쓸모 없는 약을 처방했냐고 불만을 제기할 것"이라며 "약물에 대한 오남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지, 무조건 약 종류를 줄이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업계는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의 주적응증 삭제에 따른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체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업계 전망에 대해 박 이사장은 그런 반사이익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역시 의약품 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에서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Evidence가 나와봐야겠지만 의약품 재평가에서 적응증이 삭제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에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애매모호한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지만 좋아지는 경향이 보인다는 결과였다"며 "현재 임상시험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임상시험 결과는내년 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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