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적응증 삭제 예정
도네페질 패치제제 개발사 "주 적응증, 알츠하이머성 치매"
'대체불가' 지적 의료계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치매로"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도네페질 제제 혈관성치매 적응증 삭제 결정에도 국내 제약사의 개발 의지는 변함없다. 

도네페질 제제 패치형 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사들은 하나같이 "개발 계획에 변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의료계는 대체 가능한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적응증이 삭제되면 혈관성치병매환자를 알츠하이머 치매로 처방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다.

"패치형 도네페질 개발은 계속된다"

식약처는 오는 7월 도네페질 제제의 혈관성치매 적응증을 삭제할 예정이다. 입증되지 않은 효능효과는 삭제가 타당하는 이유다. 

최근 공개된 식약처 중앙약심 회의록에서도 이 같은 식약처의 기조는 그대로 묻어난다. 

중앙약심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은 "입증되지 않은 효능효과 삭제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며, 약심자료가 충분히 내용을 설명하고 있어 업체의 의견진술은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패치형 개발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네페질 전체 처방에서 혈관성치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아제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도네페질을 처방받은 혈관성치매 환자는 24만 3875명으로, 알츠하이머치매(379만 3253명) 대비 6%에 불과했다. 

이 같은 비중은 2015년 7.2%에서 2016년 6.7%로 떨어진 데 이은 것이다. 

실제 도네페질 제제 패치형을 개발 중인 아이큐어,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도 개발 일정에 변화는 없다고 했다. 

이들 제약사들은 치매라는 질병 특성상 환자 스스로 규칙적인 약물 복용이 어려운 만큼, 기존 경구제에서 패치형으로 투여경로를 변경한 제제를 개발 중이다. 

아이큐어 관계자는 "혈관성치매 환자에 대한 도네페질 제제 처방 빈도는 소규모에 불과, 대다수가 알츠하이병 치매다"라며 "혈관성치매 적응증이 삭제되더라도 패치형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도네페질 제제의 핵심 적응증이 유지됐고, 패치형 제제는 환자의 편의성 개선을 위한 것인 만큼, 개발에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보령제약 관계자도 "도네페질 제제 패치형 개발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주 적응증으로 하는 만큼 개발 일정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답답한 의료계 "식약처, 적응증 삭제 철회해야"

혈관성치매 적응증 삭제에 큰 영향을 못느끼는 제약업계와 달리 의료계는 답답할 노릇이다. 

혈관성 치매로 처방 가능한 의약품이 없는 상황에서 도네페질 제제의 적응증마저 삭제될 것으로 보이자, 식약처가 이 같은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혈관성치매의 유일한 치료제인 도네페질 처방을 막는 것은 치매 진단과 치료에 매진하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을뿐더러 치매 환자에게 최소한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2003년 Neurology에 발표된 308(Donepezil in Vascular Dementia)연구를 들며 혈관성치매 적응증 삭제의 부당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도네페질 치료군은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과 전반적 기능이 개선됐고 내약성도 우수했다. 

신경과의사회는 "향후 의료현장에서 혈관성치매군에서 좀 더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위해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 코드를 변경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는 식약처 중앙약심 회의록에 나온다. 

중앙약심 A 위원은 "도네페질의 혈관성 치매 적응증이 삭제되면, MRI 상에서 혈관성 병변이 관찰되더라도 알츠하이머 치매로 처방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위원은 "혈관성치매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거의 없어 도네페질에서 혈관성치매 적응증이 삭제된다면 혈관성 치매로 진단하면서도 알츠하이머 치매로 처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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