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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도자 절제술' 유용성 검증…성공인가 실패인가?CABANA 연구, 심방세동 환자에서 항부정맥제와 치료 혜택 비교
모든 환자 분석은 '실패'…최종 치료받은 환자 분석은 '성공'
박선혜 기자  |  sh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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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8.05.30  06: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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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에서는 심방세동 환자의 빈맥 발생을 억제하고자 항부정맥제를 복용하도록 한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 시 빈맥 재발 가능성이 높고 약물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개발된 치료법이 전극도자 절제술(catheter ablation)이다. 전극도자 절제술은 전기 생리검사를 통해 빈맥 원인을 찾고 그 부위에 전극도자를 둔 후 고주파로 원인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하지만 전극도자 절제술이 심방세동 환자의 사망률, 뇌졸중, 심부전 등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다. 지난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17)에서 심부전을 동반한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부정맥제보다 전극도자 절제술의 치료 혜택이 더 크다는 CASTLE-AF 연구 결과가 발표됐으나, 약 400여명의 환자가 포함된 소규모 연구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다. 

심방세동 환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학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에 답을 줄 수 있는 대규모 연구인 CABANA 연구 결과가 10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부정맥학회 연례학술대회(HRS 2018)에서 최초 공개됐다. 심방세동 환자 2200명이 대거 포함됐고 추적관찰 기간은 4년이었다. 

최종 결과를 놓고 보면 전극도자 절제술은 항부정맥제와의 진검승부에서 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전극도자 절제술의 치료 혜택이 항부정맥제를 앞섰다고 평가한다. 무슨 이유일까?

무작위 분류 후 전체 환자 '40%' 치료 변경

CABANA 연구는 연구 시작 당시 전극도자 절제술 시행군(전극도자 절제술군) 또는 항부정맥제 복용군(항부정맥제군)에 무작위 배정된 모든 환자의 치료 결과를 비교한 'ITT(intention to treat) 분석'과 추적관찰 과정에서 각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를 제외하고 분석한 'PP(per-protocol) 분석'으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중간에 치료를 변경한 환자들을 모두 포함해 치료 효과를 비교한 분석도 이뤄졌다. 

PP 분석이 이뤄진 까닭은 추적관찰 과정에서 전체 환자 중 약 40%가 초기에 배정된 치료를 받지 않고 변경했기 때문이다. 전극도자 절제술군으로 분류된 환자 중 102명은 시술을 받지 않고 항부정맥제를 복용했으며, 항부정맥제군 중 301명은 시술을 받았다. 즉 연구 진행 중 환자 교차(crossover)가 이뤄진 것. 

이로 인해 ITT 분석에는 전극도자 절제술군 또는 항부정맥제군에 각각 1100명이 포함됐으나, PP 분석에는 전극도자 절제술군 10분의 1, 항부정맥제군 3분의 1가량이 제외됐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PP 분석보단 탈락한 환자 데이터까지 모두 포함한 ITT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기에, CABANA 연구 역시 ITT 분석 결과에 주목했다.

연구에서는 1차 종료점으로 사망, 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disabling stroke), 심각한 출혈 또는 심장발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고, 2차 종료점으로 처음 심방세동이 재발하는 데 걸린 시간을 확인했다. 

전극도자 절제술, ITT 분석에서 '패'…PP·실제 치료받은 환자 분석에서 '승'

최종 결과에 따르면, 전극도자 절제술은 ITT 분석을 통한 항부정맥제와의 맞대결에서 패했으나 PP 분석과 실제 치료받은 환자군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승기를 잡았다.

먼저 ITT 분석에서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은 전극도자 절제술군과 항부정맥제군 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어(HR 0.86; 95% CI 0.65~1.15), 전극도자 절제술이 항부정맥제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다만 처음 심방세동이 재발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항부정맥제군 대비 전극도자 절제술군에서 47% 줄었다(P<0.0001).

   
▲ 고대 안암병원 김영훈 교수는 2016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국제 심방세동심포지엄에서 심방세동 전극도자 절제술을 통한 부정맥 치료 과정을 생중계했다. (사진 고대 안암병원 제공)

반면 PP 분석 결과, 전극도자 절제술군의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은 항부정맥제군보다 27% 낮았다(HR 0.73; 95% CI, 0.54~0.99). 

뿐만 아니라 치료를 변경한 환자까지 모두 포함해 분석 시 전극도자 절제술군은 항부정맥제군보다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이 33%(HR 0.67; 95% CI 0.50~0.89),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40%(HR 0.60; 95% CI 0.42~0.86), 사망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입원 위험이 17%(HR 0.83; 95% CI 0.74~0.94) 적었다. 실제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환자와 항부정맥제를 복용한 환자를 비교한 결과에서 전극도자 절제술의 치료 혜택에 무게 추가 기운 것이다. 

아울러 전극도자 절제술군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낮았고 이는 항부정맥제군과 유사했다. 전극도자 절제술 시 주의해야 하는 이상반응인 시술로 인한 심방-식도 누공(atrial esophageal fistulas) 또는 사망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치료받은 환자 예후에 주목해야"

이번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ITT 분석이 갖는 의미에 공감하지만, 실제 치료받은 환자들의 예후를 비교한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의대 최의근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심방세동 환자들이 연구 시작 당시 어떤 치료군으로 분류됐는지 보다는 실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ITT 분석에서 전극도자 절제술군이 항부정맥제군보다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이 낮지 않아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치료받은 환자를 비교한 결과에서는 항부정맥제보다 전극도자 절제술의 치료 혜택이 더 컸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전극도자 절제술군에서 심각한 이상반응이 감지되지 않았기에 앞으로 전극도자 절제술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안전성 평가 시 치료 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에 주목해야 하는데, 연구에서 이 같은 문제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이번 결과를 통해 전극도자 절제술과 항부정맥제의 치료 효과가 동등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CABANA 연구가 미국 심방세동 치료 가이드라인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령에 따른 전극도자 절제술 혜택 차이 커…모든 환자에게 적용 어려워

다만 연령에 따른 하위분석에서 전극도자 절제술의 치료 혜택 차이가 커 이번 결과를 모든 심방세동 환자에게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65세 미만의 젊은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하위분석을 진행한 결과, ITT 분석에서 전극도자 절제술군의 1차 종료점 발생 위험은 항부정맥제군보다 48%(HR 0.52; 95% CI 0.27~1.00), PP 분석에서는 59%(0.41; 95% CI 0.20~0.85) 낮았다. 

반면 85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게는 전극도자 절제술보다 항부정맥제의 치료 혜택이 더 컸다. 이는 고령이 젊은 층보다 더 많은 합병증을 동반했기 때문에 시술에 따른 혜택이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전극도자 절제술을 시행한 경험이 많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해 안전성 평가에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향후 시술 경험이 적은 의료진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날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Liverpool Heart and Chest Institute의 Dhiraj Gupta 박사는 "전극도자 절제술은 지난 10년간 안전한 시술로 발전했다. 게다가 이번 연구는 규모가 큰 병원에서 시술 경험이 많은 심장 전문의들이 환자를 치료했기에 이상반응 발생률이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시술 경험 또는 병원 규모와 관계없이 전극도자 절제술 시 합병증 발생률이 본 연구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은지를 확인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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