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형제네릭, 경제적 이득 있지만 제네릭 개발 동기 축소시키기도

 

위임형 제네릭이란 특허를 가진 오리지널 약 개발사가 직접 또는 위탁생산을 통해 만들어낸 제네릭을 말한다.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되고 퍼스트 제네릭에 대한 1년간 독점권이 부여되면서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임형 제네릭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으며 이제는 보편화된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위임형 제네릭의 효과는 어떠한지 살펴봤다.

위임형 제네릭의 명과 암

어떤 일이든 긍정과 부정의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기 마련이다. 위임형 제네릭 출시에도 명과 암이 따른다.  

외국 문헌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들이 위임형 제네릭 출시로 제네릭 시장에서 경쟁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줬다는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있다(2007. Authorized generic drugs, price competition, and consummer's welfare). 

반면 퍼스트 제네릭 의약품 독점기간에 출시되는 위임형 제네릭으로 인해 제네릭 의약품 개발사들의 수익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제네릭 개발 동기가 축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2003. The anti-competitive effects of brand-controlled 'pseudo-generic' in the canadian pharmaceutical market).

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박사 역시 과거의 한 보고서를 통해 위임형 제네릭이 출시되면 단기적으로 약가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제네릭 개발을 위축시키거나 장기적으로는 저렴한 복제약에 대한 접근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위임형 제네릭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약을 가진 다국적사가 국내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위임형 제네릭을 출시하는 사례가 주를 이루지만, 도입신약과 국내 개발 신약이 증가하면서 국내사가 자회사를 통해 위임형 제네릭을 출시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보령제약이 국산신약 15호 항고혈압약 카나브(성분 피마살탄)를 기본으로 암로디핀을 결합한 '듀카브'와 로수바스타틴을 더한 '투베로'를 출시했고, 자회사인 보령바이오가 출시는 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쌍둥이약 '카브핀', '로카브'의 허가를 받았다.

대웅제약의 항궤양제 '알비스(성분 라니티딘)'는 대웅에서 고용량 '알비스D', 대웅바이오에서 '라비수'로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는 두 가족이지만 사실은 한 지붕에 해당하기 때문에 시장 독과점을 노린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위임형 제네릭의 성공 vs 실패 사례

위임형 제네릭 성공사례를 꼽으라면 단연 CJ헬스케어의 '루케어(성분 몬테루카스트나트륨)'다. MSD의 천식 치료제 싱귤레어의 쌍둥이 약으로, 지난 2011년 특허만료 6개월 전에 출시됐다.

유비스트 기준으로 싱귤레어의 2011년 처방액은 616억원이었으며, 특허만료 이후 30여 개 제네릭이 출시되면서 2012년 전체 시장이 697억원으로 성장했다. 당시 싱귤레어의 처방액은 322억원, 루케어는 135억원으로 457억원을 합작했고 제네릭들의 처방액 합은 23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시장점유율 66%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을 지켜냈다.

제네릭이 더 많아진 이듬해인 2013년에도 전체 시장 602억원 중 싱귤레어와 루케어의 처방액은 368억원으로 61%를 점유했다.   

현재는 MSD의 판권회수로 CJ가 제네릭을 출시하고 경쟁자로 돌아섰지만, MSD의 위임형 제네릭 전략이 성공했음을 보여줬다. 

반대로 위임형 제네릭이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경우도 있다.

GSK는 전립선비대증 및 탈모치료제 '아보다트(성분 두타스테리드)'의 특허가 2016년 1월 만료됨에 따라 한독테바를 통해 쌍둥이약 '자이가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처방액을 살펴보면, 2015년 420억원을 기록했던 아보다트는 2016년 317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위임형 제네릭인 자이가드는 10억원의 처방액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제네릭들의 절대금액도 눈에 띄지 못했지만 JW신약의 '네오다트'는 자이가드를 넘어서는 13억원의 처방액을 나타냈다. 약가인하를 감안하면 오리지널 아보다트의 고군분투인 셈이다.

위임형 제네릭 전략이 실패한 이유는 출시 시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싱귤레어는 제네릭 출시 6개월 전 루케어를 내놨지만 아보다트는 겨우 한 달 앞서 출시해 선점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임형 제네릭은 포장을 제외하고는 오리지널 약과 동일하다는 장점이 있어 발매 시기와 개량신약 출시 여부, 파트너사의 역량 등에 성공 여부가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위임형 제네릭이 증가하는 이유?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수십여 개 제네릭이 쏟아진다. 예전만큼 제네릭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오리지널 약 개발사들은 궁극적으로 시장 수성을 위해 코마케팅 등 다양한 전략을 택한다.

위임형 제네릭 출시도 이들 전략 중 하나다. 때문에 CJ헬스케어의 비바코(오리지널 크레스토), 펜믹스의 시코(오리지널 오마코) 등 이미 다수의 위임형 제네릭이 존재하며 향후 더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제네릭 개발사 입장에서는 오리지널 약 개발사의 판권회수 등을 이유로 위임형 제네릭이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됨에도 오리지널과 쌍둥이 약이라는 점과 몇 개월간의 선점효과의 장점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동아ST도 위임형 제네릭을 검토 중이다. 일본 타나베제약으로부터 도입한 항히스타민제 '타리온(성분 베포타스틴베신산염)이 오는 12월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어떤 파트너사와 위임형 제네릭을 출시할지, 복용법이 개선된 개량신약을 내놓을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특허가 만료됐다고 두 손 놓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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