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형 제네릭·공동판촉 협약 등 방어전략 눈길

특허만료에 따른 제네릭이 수십 개씩 쏟아지는 추세다. 이에 특허만료를 앞둔 대형품목들은 치열한 방어전에 돌입한다. 오리지널 제품들은 제네릭과의 경쟁에 따른 시장 점유율 축소는 물론 정부 정책에 따른 약가인하와 매출 축소를 우려해야 한다. 때문에 치열한 경쟁에서 오리지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국내사와의 연합전선 구축이다. 위임형 제네릭은 50개로 추산되고 있다. 아군을 포섭하는 작전은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오리지널 업체들이 시장 수성을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지 살펴봤다.독점 끝난 시장…제네릭 출시에 지각변동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수십 개의 제네릭이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진다. 이들 제네릭이 출시되면 시장 상황은 급변한다.IMS Health Korea의 지난 1분기 시장점유율 데이터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의 점유율은 37%까지 떨어졌다. 복합제 시장의 성장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로수바스타틴 성분 시장만 놓고 봐도 제네릭의 점유율이 55%로 오리지널을 앞질렀다.지난해 특허 만료된 릴리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는 점유율이 29%까지 급감했다. 반대로 저가 정책을 펼친 제네릭의 점유율은 71%까지 치솟았다.역시 작년 특허가 만료된 화이자의 쎄레브렉스는 제네릭이 36%까지 점유했으며 동아ST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은 제네릭 점유율이 54%로 오리지널을 앞질렀다.반면 선방하고 있는 오리지널도 눈에 띈다. 릴리의 폐암치료제 알림타는 제네릭 출시에도 무려 97%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항암제가 가지는 보수적인 처방 패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또 오츠카의 조현병치료제 아빌리파이는 2014년 3월부터 제네릭과 경쟁체제로 전환됐지만 점유율을 80% 이상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지속형주사제 아빌리파이 메인테나를 발매하면서 오리지널리티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아빌리파이는 제품 라인을 추가적으로 확대하면서 시장을 수성하는 전략을 택했다. 과거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하루날이 제네릭 방어를 위해 기존 캡슐 제형을 버리고 구강붕해정으로 스위치함으로써 제네릭으로부터 60%대 점유율을 유지했던 것도 같은 전략이 주효했던 사례다.
 

위임형 제네릭으로도 '승부수'

오리지널 업체가 계약을 통해 생산하는 위임형 제네릭도 오리지널사 시장방어의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위임형 제네릭은 해당 제품의 오리지널 업체가 제네릭 발매 업체를 선정해 출시하는 것으로, 오리지널 업체가 해당 제품을 제조해 공급하거나 원료를 제공해 이름만 바꿔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다른 제네릭 업체의 경쟁 참여 동기를 낮추면서 위임형 제네릭 출시 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같은 효능·효과를 바탕으로 경제적인 가격도 내세울 수 있다.

위임형 제네릭은 약 50여가지로 추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CJ헬스케어를 통해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의 쌍둥이약 비바코를 내놨다. CJ는 비바코를 발매한 지 2년 만에 130억원의 원외처방액을 올리며 블록버스터 품목에 등극시켰다. 지금은 계약이 종료됐지만 CJ는 MSD의 천식치료제 싱귤레어의 위임형 제네릭 루케어를 발매해 100억대 처방액을 올리며 제네릭 방어 선봉장에 서기도 했다. 

GSK도 위임형 제네릭 전략을 택했다. 한독테바를 통해 아보다트 위임형 제네릭인 자이가드를 출시했고, 현재 크기를 줄이거나 가격을 확 낮춘 제네릭과 경쟁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위임형 제네릭을 적극 활용하는 업체로, 알비스의 위임형 제네릭 가제트를 계열사인 알피바이오를 통해, 라비수를 대웅바이오를 통해 판매 중이며, 건일제약은 오리지널 오마코와 동일한 위임형제네릭 시코를 관계사 펜믹스를 통해 발매했다.

특허만료 오리지널, 국내사 승선

오리지널 업체가 특허만료 시점에서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다른 제약사와 공동판촉 협약을 체결하는 전략도 빈번하다.

BMS의 B형 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는 작년 10월 특허만료로 100개가 넘는 제네릭 출시와 약가인하에도 불구하고 88%의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녹십자와 손을 잡고 처방영역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릴리의 항우울제 심발타는 CJ헬스케어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제네릭 제품들의 시장 침투를 27%로 막아냈고, 보령제약과 파트너가 된 로슈의 유방암치료제 젤로다는 제네릭 발매 3년차지만 오리지널 점유율이 80%를 보였다. 

여기에 로슈가 오는 30일 특허만료를 앞둔 비소세포폐암치료제 타쎄바를 보령제약과 공동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타쎄바 제네릭 출시를 저울질 하던 보령제약은 오리지널 판매를 선택했다. 타쎄바는 유비스트 기준으로 작년 160억원의 원외처방액을 올린 대형품목이다. 지난 2012년 168억원, 2013년 174억원, 2014년 180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이다 작년 주춤한 모습이지만 보령제약과 오리지널 시장 수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될 수도

오리지널 업체의 위임형 제네릭과 공동판매 협약 등 시장방어 전략은 오리지널 제품은 물론 계약하는 업체의 수익구조도 개선할 수 있어 윈윈할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리지널 업체의 손을 잡는 제약사들은 판권계약 종료에 따른 매출 감소라는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령제약이 BMS의 탁솔 대신 제넥솔을 가져와 경쟁에 나섰고, 유한양행은 크레스토 제네릭 모노로바를 출시했다. CJ헬스케어는 루케어 대신 루키오를 내놓으면서 스위치 작업에 들어갔다.

다국적사 한 관계자는 "공동판매 기간의 실적과 수수료 등 계약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파트너를 변경하기도 하고 회수해서 단독으로 판매하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등을 돌리기도 하고, 서로 공격하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오리지널 업체와 파트너사들은 공동판매의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도 아보다트, 트윈스타, 바이토린, 인베가서방정 등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가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이 제네릭 출시로 인한 시장 경쟁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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