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상아탑' 의료게이트 재발 방지 해법은 '민주적 거버넌스'
정부관료 중심 이사회 구성 개편-병원장 선출 직선제 전환 '요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19일 국회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과 공동으로 '국립대병원장 임명 절차 투명성 확보와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의료농단 사태와 관련 서울대병원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병원이 사회적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결국 외부에서 개혁을 요구받는 처지가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19일 국회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과 공동으로 '국립대병원장 임명 절차 투명성 확보와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의료게이트 사태로 본, 국립대병원 공공적 역할 강화를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립대병원-정부 유착사례의 재발방지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이에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15일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했다. 

병원은 사망진단서를 직접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권고를 받아들여, 대한의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에 따라 진단서의 내용을 변경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망진단서 타당성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해 진단서 내용 변경을 완강히 거부했던 서울대병원이, 9개월만에 입장을 바꾼 이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의 출범과 감사원 감사가 임박한 또 다른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병원이 태세 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서창석 병원장과 백선하 전 신경외과장이 회견장에 나서지 않은 점을 두고도 뒷말이 일었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황상익 서울의대 명예교수, 우석균 건강과대안 부대표(좌장),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김진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

이날 다수 전문가들은 이를 '개운치 않은 마무리'라고 평하며, 일련의 사태로 서울대병원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병원 운영의 거버넌스를 민주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의대 황상익 명예교수는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 변경의 배경에 대해 의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의거해 형식을 다시 갖춘 것이라는 설명을 냈다"며 "이런 식의 수정에 과연 9개월이 걸릴 이유나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덧붙여 "진단서 발급과 관련한 병원장과 담당 교수의 책임, (병사 진단 당시) 환자 가족의 반대로 최선의 치료를 못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담당 교수의 설명 등 아직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이번 서울대병원 사태는 의료윤리 문제의 백화점 격"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서울대병원은 여전히 의혹을 다 씻지 못했다"고 평하고 "과연 이런 문제들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병원 내에서 반드시 지적되었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왜 지적되지 않았느냐면, 병원장 선출 방법과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병원 지배구조와 운영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병원 전체가 마땅히 해야 할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내부 문제제기 못하는 상황...병원 지배-운영구조의 문제"

문제의 핵심은 병원장의 임명 절차나 이사회 구성방법에 있다는 것이 이날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서울대병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직이며, 서울대병원 이사진에는 2017년 현재 서울대총장과 서울대병원장, 서울대의과대학장, 서울대치과병원장, 기재부 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교육부 차관 등 7명의 당연직과 서울대경영대학장과 충북대학교병원장 등 임명직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병원장의 입장에서는 자기를 임명해 준 사람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때문에 병원 운영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만들기 힘들다"며 "이는 또 동전의 양면처럼 병원장이 병원 내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갖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덧붙여 이 연구원은 "이사회 구성에 있어 정부 관료 구성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점도 문제"라며 "이와 같은 구성으로는 이사회가 병원장의 병원 운영에 대한 면밀한 검토나 비판, 조언 등을 하기 힘들며 내부 구성원이나 지역사회,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을 수도 없다"며 이사장 구성방안의 개선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복지부를 제외한 정부 관료의 이사회 참여를 줄이고,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인사나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 시민사회 대표 등 독립적 비실행이사의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병원이 공공병원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 임명권과 병원 관리 감독 책임을 보건복지부로 귀속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료 중심 이사회 개혁...병원장 선출방식 직선제 전환해야"

병원장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김진경 서울지역지부장은 "현재 국립대병원장 임명은 공모에 신청한 후보를 이사회에서 투표해 1, 2순위를 교육부에 추천하면 서울대병원장은 대통령이, 다른 국립대병원장은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는 방식"이라며 "대부분의 이사가 정부 관료와 병원 관계자로 공공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낙하산 인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대병원 선출방식을 병원 내부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해 선출하도록 하고, 이사회에 지역사회 및 병원내부 구성원의 대표조직인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며, 구성원들이 병원장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상익 명예교수 또한 "병원장 선출방식을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는 "병원 운영방식은 민주화 되어야 하며, 그 첫걸음이 병원장 선출방식의 변경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