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에만 의존해 온 국내사, 글로벌 신약 개발 위한 적극적 움직임
글로벌 행사서 개발 역량 홍보·대규모 외부 투자 등 체질 개선 노력 이어져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내수 중심의 수익 구조를 유지해온 국내 제약 기업들이 최근 글로벌 신약 개발 위한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약 개발을 통해 내수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고 체질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목표다.
삼진제약은 이달 10~12일 인천 그랜드하얏트에서 개최된 '4th World ADC Asia Summit'에 참가해 자사의 차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기술을 소개했다. 이어 16~19일에는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BIO USA에도 참가해 항암 및 면역·염증 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알리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파트너링을 적극 추진했다.
특히 올해 BIO USA에서 삼진제약은 공식 기업설명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발표는 그간 글로벌 무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삼진제약이 내수 중심의 기업 구조를 탈피하고 글로벌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삼진제약은 지난 2021년부터 혁신신약 개발을 목표로 마곡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체질 개선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2022년에는 R&D 전문가인 SK케미칼 출신의 이수민 연구센터장을 영입했으며 올해 5월에는 얀센, 한독, 삼일제약 등 국내외 제약사 경험이 풍부한 김상진 사장을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하며 글로벌 진출을 준비해왔다. 회사는 이번 BIO USA 참가를 글로벌 진출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진제약 이수민 연구센터장은 "그간 다져온 신약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기술을 이번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을 통해 적극 소개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이 인정하는 기술력 중심 제약사로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마중물 삼아 향후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이에 따른 신약개발 성과 도출도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내수 중심의 성과로 회사를 키워왔던 종근당도 최근 글로벌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신약 개발을 위한 인프라 마련에 전례 없는 투자를 결정하며 이 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종근당은 지난달 항체 신약 개발 기업 앱클론에 122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회사는 앱클론과 전략적 지분 투자 및 공동 연구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앱클론의 2대 주주에 등극했다.
이번 협약으로 종근당은 앱클론이 개발 중인 CAR-T 치료제 AT101의 국내 판매 우선권을 확보하고, 향후 새로운 CAR-T 치료제 및 이중항체 기반의 신약 공동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포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종근당이 외부 기업에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회사가 글로벌 신약 개발을 통해 체질 개선을 도모하려는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근당은 지난 10일 경기 시흥시와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개발 단지 조성을 위한 2조 2000억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시설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번 협약을 토대로 7만9791㎡ 규모의 배곧지구 연구3-1용지에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난 몇년간 신약 개발을 위한 R&D 강화 노력을 기울여온 종근당의 노력은 최근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한 신약 파이프라인 CKD-510을 통해 수확을 거두기도 했다. 종근당은 2023년 11월 노바티스에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억제제 CKD-510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총 13억 500만달러(약 1조 7300억원)에 이전한 바 있다. 회사는 최근 CKD-510의 임상2상 진입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령하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전통 제약사 중 이 같은 시도에 좀 더 빠르게 나서 성과를 낸 회사는 제일약품이다. 매출에서 도입 상품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제일약품은 지난해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P-CAB 신약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가 허가를 받으면서 체질 개선의 돛을 올렸다.
세번째 국산 P-CAB 신약으로 허가받은 자큐보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매출을 높여가고 있는 한편 해외 기술이전 성과를 내며 회사의 매출에 보탬이 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최근 자큐보의 매출 성장세에 맞춰 연매출 추정치를 250억원으로 상향했다.
리브존 파마슈티컬스를 통한 자큐보의 중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고 있어 추가적인 마일스톤 수령도 기대된다. 향후 멕시코·남미 및 동남아 지역과도 추가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해 21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임상2상을 진행 중인 이중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네수파립을 통해 이 같은 체질 개선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간 내수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던 제약 기업들이 글로벌 신약 개발에 매진하게 된 이유는 기존 수익 구조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1.6% 규모에 불과한 국내 시장에서 제네릭 또는 도입 상품 판매로 대부분의 매출을 내는 구조로는 외형 성장은 가능하지만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정책보고서에서 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은 "전통 제약회사들의 상당부분은 신약개발에 투자하기보다는 여전히 손쉬운 제네릭 경쟁을 통한 외형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영세한 매출 및 이익 규모나 전문인력 부족으로 적극적인 신약개발 투자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제네릭 위주의 제약바이오 산업을 신약개발 위주로 재편 해야만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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