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유노비아, 네 번째 국산 P-CAB 공동개발 도전
양사 개발 단계 및 비용 분담 효과…소화기 분야 새 블록버스터 탄생할까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저마다의 신약 개발 열기가 뜨거운 제약업계에서 기업 간 공동개발로 결실을 맺는 기업들이 있어 눈에 띈다.
대형 제약사가 바이오벤처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을 이어가는 일반적인 기술이전의 형태가 아닌, 규모가 비슷한 업체들끼리 공동개발을 이어가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동개발을 통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분담하고, 각사 역량을 합쳐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국내 제약업계의 공동개발 사례와 그 이점에 대해 살펴봤다.
① 신약 개발도 '맞들면 낫다'…결실 맺는 제약 공동개발
② 신약 공동개발, '부담은 줄이고, 가능성은 높이고'
'P-CAB 신약 4호' 위해 뭉친 대원·일동
소화기 분야 재탈환 도전
대원제약과 일동제약은 국산 P-CAB 신약 개발을 위해 뭉쳤다. 대원제약과 일동제약의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지난해 5월 P-CAB 신약 공동개발 및 라이선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본래 일동제약의 소화성궤양 치료제 후보물질인 ID120040002는 위벽 세포 내 프로톤펌프와 칼륨 이온의 결합을 방해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두 회사 간 계약으로 대원제약은 ID120040002의 임상 개발 수행을 맡고, 해당 물질에 대한 허가 추진과 제조·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화 권리 일체를 넘겨받았다. 유노비아는 대원제약으로부터 이에 대한 계약금과 상업화 시 로열티 등을 수령하기로 했다.
개발에 성공하면 두 회사는 동일 성분의 이종 상표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게 된다. 국내 판권은 대원제약이, 해외 판권은 유노비아가 갖는다.
대원제약은 해당 후보물질의 코드명을 DW4421로 변경, 성분명을 '파도프라잔'으로 정하고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5월 DW4421의 임상2상을 완료하고 3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완료된 임상2상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147명을 대상으로 파도프라잔 고용량, 저용량, 활성 대조약(기존 치료제)을 무작위 배정해 최대 8주간 1일 1회 경구 투여하도록 했다.
그 결과 DW4421의 모든 용량군에서 점막 결손 완전 치유율과 자각 증상 개선도가 대조약 대비 높은 치료율을 보였다. 안전성과 내약성 면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확인됐다. 대원제약은 이를 토대로 임상3상 시험 계획을 제출했으며, 적응증 범위를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서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까지 넓히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P-CAB 신약은 3개 제품으로 대웅제약 '펙수클루(펙수프라잔)', HK이노엔 '케이캡(테고프라잔)', 온코닉테라퓨틱스 '자큐보(자스타프라잔)'가 소화기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 제품은 글로벌 시장도 적극 공략 중으로, 케이캡은 48개국에 기술수출 또는 완제품 형태로 진출했다. 2028년까지 100개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펙수클루와 자큐보 역시 다수 국가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DW4421는 이들보다는 후발 주자지만 개발 성공 시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파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 세계에 출시된 P-CAB 신약은 5개 뿐이며 이 중 3개가 국내 제품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BCC 리서치는 글로벌 17개국의 P-CAB 시장 규모가 2015년 610억원에서 2030년 1조 8760억원까지 연평균 25.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공동개발로 일동제약은 후기 임상 단계의 비용 부담은 줄이면서 개발을 이어갈 수 있게 됐으며, 대원제약은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초기 단계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도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게 됐다.
P-CAB 신약 개발 성공 시 한때 2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던 PPI 제제 '에스원엠프정(에스오메프라졸)'과 '라비에트(라베프라졸)'를 각각 보유한 두 회사가 소화기 분야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P-CAB 시장이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발매 초기에 두 회사가 함께 시너지를 낸다면 파도프라잔의 시장 점유율을 보다 빠르게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