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사 간 협업으로 전립선 비대증·치매 분야 새 복합제 개발 성과
제품 동시 출시 후 국내 판매 독점…시장 점유율 확대 면에서도 시너지 기대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저마다의 신약 개발 열기가 뜨거운 제약업계에서 기업 간 공동개발로 결실을 맺는 기업들이 있어 눈에 띈다.
대형 제약사가 바이오벤처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을 이어가는 일반적인 기술이전의 형태가 아닌, 규모가 비슷한 업체들끼리 공동개발을 이어가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동개발을 통해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분담하고, 각사 역량을 합쳐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국내 제약업계의 공동개발 사례와 그 이점에 대해 살펴봤다.
① 신약 개발도 '맞들면 낫다'…결실 맺는 제약 공동개발
전립선 비대증 새 복합제 등장
동국·동아·동구·신풍 협력 결실
올해 2월 국내에서 두타스테리드와 타다라필 성분을 결합한 전립성 비대증 복합제가 세계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이는 동국제약, 동아에스티, 동구바이오제약, 신풍제약 4개 업체의 공동개발 결실이다.
지난 2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국제약 '유레스코정 0.5/5mg', 동아에스티 '듀타나정 0.5/5mg', 동구바이오제약 '유로가드정 0.5/5mg', 신풍제약 '아보시알정 0.5/5mg'을 중등도~중증 양성 전립성 비대증 증상 치료제로 허가했다.
두타스테리드/타다라필 복합제는 동국제약이 2012년 먼저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동아에스티, 신풍제약, 동구바이오제약이 차례로 합류해 공동개발을 진행해왔다. 10년여의 개발 과정 끝에 2023년 9월 임상3상에 성공하고 지난해 5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4개 회사는 비용을 분담해 개발을 진행하고 품목허가는 개별적으로 진행했다. 생산은 동국제약이 담당하고 판매는 각사가 진행하며, 4개 업체가 허가 후 6년간 국내 판매를 독점하게 된다.
이번에 허가 받은 4개 품목은 세계 최초 두타스테리드와 타다라필 조합의 개량 신약으로,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동시에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하부요로증상을 개선해주는 이중 효과를 갖는다.
국내 19개 병원에서 진행된 임상연구 결과, 복합제는 각 단일제 대비 국제전립선증상점수(IPSS) 개선 효과가 우월하고 약물이상반응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전립선 비대증은 나이가 들면서 전립선 용적이 과도하게 커져 각종 배뇨 기능에 이상을 주는 질환이다. 주로 40대 후반부터 발병하고 전립선이 비대해져 요도를 압박하면 과민성 방광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는 알파차단제와 안드로겐 억제제인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 PDE5 억제제, 항콜린제 등 여러 계열의 약물이 사용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해 이러 약제들을 함께 병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만큼 복용해야 하는 약물의 갯수도 많아 불편함을 겪는다. 이에 복합제 개발은 환자들의 불편함을 줄이고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 출시된 전립선 비대증 복합제는 GSK '듀오다트(두타스테리드/탐스로신염산염)', 한미약품 '구구탐스캡슐(탐스로신/타다라필)'뿐으로 그 수가 제한적이었다. 이에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복합제 등장이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향후 제품화에 성공하면 공동 개발사와 동시 발매 예정이며, 주관사인 동국제약의 전용시설에서 제조해 공급하게 된다"며 "공동 개발사와 협력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유레스코의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복약 편의성 높인 치매 복합제 출시
중견 제약사의 '판 흔들기'
치매 치료제 시장에도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공동개발한 복합제가 출시돼 판을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 도네페질/메만틴 성분의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가 국내에서 첫 허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됐다. 현대약품 주관 하에 8개 제약사가 공동개발한 품목이다.
현대약품 '디엠듀오정10/20mg'이 지난해 10월 먼저 식약처 허가를 받고, 고려제약 '뉴로셉트듀오정', 부광약품 '아리플러스정10/20mg', 알리코제약 '알셉틴듀오정', 영진약품 '디멘듀오정', 일동제약 '메만셉트정', 한국휴텍스제약 '알쯔콤프정', 환인제약 '도멘시아정' 등이 12월에 뒤이어 허가를 받았다.
현재 국내에서 중등도 이상 치매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은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AChEI)인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NDM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 등이다.
중등도 및 중증 알츠하이머병 치료에서 도네페질과 메만틴 병용요법은 인지 및 비인지 증상(신경행동증상)에 임상적으로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치매 치료제 중 두 성분이 임상 현장에서 가장 흔히 병용 처방된다.
이번에 8개사가 공동개발해 출시한 제품들은 도네페질과 메만틴을 안정적으로 병용하고 있는 중등도~중증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치매 환자들은 치매 치료제 외에도 다수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1일 1회 1정만 복용하면 되는 복합제 등장이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고령의 인지장애가 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복약 순응도는 환자 예후와 관련되기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모두 중요한 요소"라며 "복합제로 복용 약물 개수를 줄인 디엠듀오가 환자의 생활에 도움이 되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3800억원 규모로 도네페질 단일제가 약 3200억원, 메만틴 단일제가 약 600억원의 규모를 이루고 있다. 해당 시장은 지금까지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과 일부 국내사 제품이 주도해 왔다.
도네페질 성분의 오리지널 제품인 '아리셉트'의 지난해 원외처방액이 약 958억원, 메만틴의 오리지널 제품 '에빅사'가 약 190억원으로 두 제품의 처방액만 1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중견 제약사들이 공동개발한 새로운 복합제 등장으로 치매 치료제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복합제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출시 한 달 만에 수십개 제약사가 도네페질/메만틴 복합제에 대한 특허 심판을 제기하고 제네릭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 치료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도 인지장애 진행을 늦추는 글로벌 제약사 신약이 등장했지만 매우 고가인 탓에 두 성분 치료제의 수요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