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글로벌 성과 이을 국산 항암 신약 개발에 몰두
신약 개발 전문회사 이용해 리스크 줄이고 효율성 높이고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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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의 신약 개발 자회사들이 항암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약사들은 소규모에 기술집약형 구조를 가진 자회사를 출범해 신약 개발의 속도 및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항암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항암 신약 개발은 글로벌 빅파마들에게는 가장 큰 관심 분야로, 이미 20여년 전부터 집중 개발이 이뤄져왔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항암 신약 개발에 뛰어든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글로벌 및 국내 항암제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그간 국내 기업의 R&D 역량 및 인프라가 성장하면서 항암 신약 개발에 도전, 집중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이 올해 4월 발표한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및 기관 457곳의 신약 파이프라인 1071건 중 암  관련 파이프라인이 659건으로 38%를 차지했다.

특히 유한양행이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항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허가 및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항암 신약 개발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이뮨온시아, 국산 1호 면역항암제 도전

첫번째 국산 향암 신약 개발에 성공한 유한양행은 자회사를 통해 제2의 렉라자 발굴에 힘쓰고 있다. 표적항암제 개발에 이어 면역항암제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유한양행의 자회사이자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인 이뮨온시아는 T세포 및 대식세포를 타깃하는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으로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PD-L1 타깃 항체신약 IMC-001과 고형암 대상 임상을 진행 중인 CD47 타깃 항체신약 IMC-002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IMC-001이 국산 1호 면역항암제 자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뮨온시아는 지난 7월 IMC-001의 임상2상 임상결과보고서(CSR) 작성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에서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NK·T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IMC-001 단독요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객관적반응률(ORR) 79%, 완전관해(CR) 비율 58%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30개월이었으며 1년 생존율 85%, 2년 생존율 74%로 장기 유효성도 확인됐다. 부작용은 경미한 수준이었으며, 환자의 22%는 2년 이상 장기투약을 지속했다.

이뮨온시아는 이번 CSR 완료를 바탕으로 올해 10월 중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하고 글로벌 기술이전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희귀의약품 지정 시 임상2상 결과만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있어 허가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뮨온시아는 IMC-001의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9년으로 잡고 있다. 

현재 국내사가 개발에 성공한 면역항암제는 없어 이뮨온시아의 IMC-001이 희귀의약품 지정에 성공할 경우 국산 1호 면역항암제의 탄생을 기대해볼만 하다.

항암제 병용요법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병용되는 PD-L1 면역항암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모회사 유한양행 입장에서도 이를 향후 병용 임상 설계에 적용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면역항암제는 하나의 약물로 다양한 암종에 적응증 확대가 가능한 만큼 수익 확장의 가능성도 높다. 현재 IMC-001의 국내 판권은 유한양행이 보유하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 두번째 신약 개발 박차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도 두번째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항암 신약을 점 찍었다. 회사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자큐보 개발 성공 후 차기 파이프라인으로 항암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의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네수파립은 암세포의 DNA 손상복구에 관여하는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와 암의 성장 및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Tankyrase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기전의 합성치사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췌장암, 자궁내막암, 위암 등 다양한 적응증에 단독 및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네수파립은 전이성 췌장암과 자궁내막암을 대상으로 각각 임상1b/2상,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췌장암 대상으로는 2021년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으며, 지난 3월에는 위암과 위식도접합부암을 대상으로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식약처에 위암 대상 임상1b/2상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신청하고 위암 적응증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병용요법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네수파립은 현재 자궁내막암 환자를 대상으로 MSD 키트루다와 병용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셀트리온과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항암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와 난소암 대상 병용요법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이디언스, 베나다파립 임상연구 집중

일동제약그룹의 신약개발 자회사 아이디언스도 PARP 저해제, pan-KRAS 저해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필두로 항암 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회사는 특히 PARP 저해제 계열 항암 신약 베나다파립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베나다파립은 암세포에 대해 선택적으로 독성을 나타내 1세대 PARP 저해제에 비해 혈액학적 측면에서 안전성을 개선한 차세대 PARP 저해제로, 다양한 항암제와의 병용요법 및 적응증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베나다파립은 2022년 FDA로부터 위암 분야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으며, 지난해 유방암 대상 임상2a상을 완료하고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위암 대상 임상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3차 치료 이상의 전이성 위암(mGC) 환자를 대상으로 베나다파립과 이리노테칸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1b/2상의 탐색적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베나다파립의 성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일동제약뿐만이 아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5월 아이디언스와 베나다파립 병용투여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약 25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일동홀딩스에 이은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회사는 베나다파립과의 병용투여 권리를 획득해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경쟁력 강화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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