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원복과 추계위 통과에도 전공의 냉담, 복귀 전망 안 보여
병원계 "더 이상 기대 말자"...전공의 "요구안 일부라도 수용해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정원의 조건부 원복을 발표하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립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의대정원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에 이목이 쏠린다.
정부는 의대생 복학이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의료계에서는 의대생의 복학 여부와 상관없이 전공의들의 복귀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공의들은 미래에 불안감을 토로하면서도 정부가 가시적인 전공의 정책을 내놓기 전에는 복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의대정원 문제 해결에 드라이브 거는 정부, 전공의 복귀 연결 기대
1년 간 같은 자리에서 맴돌던 의대정원 및 의대생 복학 문제에 드라이브가 걸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일 이달 말까지 의대생들이 복귀해 수업이 정상화되는 조건으로 2026학년도 의대정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 향후 의대정원 규모를 추계·심의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립 법안도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며 법제화 9부 능선을 넘었다.
정부 발표와 추계위 법안에 대해 의료계와 의대생 사이에서는 반발이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시한이 정해진 만큼 다음달 내 의대정원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부와 국회는 의대정원 문제 해결과 의대생 복학이 의료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모양새다.
이 부총리는 "의대생이 돌아와야 전공의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발표가 의대생과 전공의가 돌아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역시 국회 상임위에서 "추계위 법안이 통과돼 과학적인 의대증원 추계가 되면 전공의들 복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공의들은 정부 발표와 추계위 법안을 '꼼수'라고 평가절하하며, 정부가 가시적인 변화를 내놓을 때까지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못 박았다.
대학병원들 "더 기대 말자" 비관론...전공의 "근로기준법 적용이라도"
대학병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어떤 대안을 마련하든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목소리가 나왔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전공의들의 매몰비용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현재로선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방안을 사실상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돌아올 친구들은 이미 다 돌아왔고, 더 이상은 유의미하게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귀를 고려할 전공의 상당수가 군입대 또는 봉직의 취업으로 당장 복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점도 비관적 요소다. 올 초 기준 사직 전공의 56.1%(5176명)가 의료기관에 취업했으며, 지난달 26일 880명의 사직 전공의가 입대했다.
병원이 전공의들이 없는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어 전공의들의 복귀 필요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8일 '의료 시스템 수행 지표 팩트 검토 심포지엄'에 참가한 서울대병원 곽재건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등이 진행되면서 의사, 특히 전공의들이 담당했던 업무 상당수가 간호사들에게 넘어가고 있다"며 "전공의가 없어도 돌아가도록 변하는 병원이 한편으로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사직 직후에는 혼란이 컸으나, PA 간호사들을 교육하고 현장에 투입하면서 안정화된 모습"이라며 "봉합이나 수술 보조, 입원환자 관리 등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생·전공의를 질책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던 서울대병원 하은진 교수(신경외과)는 "나가있는 사람들 복귀에만 목매달 게 아니라 남아있는 의료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 것인가, 자본을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개드는 비관론과 다르게 전공의 일부는 복귀할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사직 전공의 A씨는 "많은 사직 전공의들이 정부 의료정책에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며, 서둘러 자리를 잡으려 하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영상의학과·안과·재활의학과 등과 같이 전문의의 영역이 확실한 진료과 전공의들은 복귀해 수련을 마무리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놨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하나도 없다"며 "전공의 7대 요구안 전체는 아니더라도 근로기준법 적용 또는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과 같은 핵심적인 요구안들이 받아들여져야 복귀 논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빅5 병원(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 병원)의 레지던트 수는 213명으로 전년(2114명) 대비 89.9% 감소했으며, 인턴 수는 17명으로 전년(628명) 대비 97.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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