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대학도 못 믿는다" 강경파 목소리 커져
동조압력에 복학 더 어려워...최종 수업참여율 떨어질수도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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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정원의 조건부 원복을 선언하고, 각 의과대학들도 본격적으로 휴학생들의 복학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반응은 차갑다. 정부 발표가 협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도 정부의 무책임함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정부 발표가 의대생의 반발과 동조압력을 높여 3월 이후 수업참여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정원을 3058명으로 원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각 의대학장들은 복학 호소문을 발표하고 학생회와 면담하는 등 의대생 복학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연세대 의대 최재영 학장은 같은 날 '학생, 교수님, 학부모님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3월 24일 시작하는 특별교육일정을 편성했고, 24일 이후 추가적인 복귀가 불가함을 말씀드린다"며 "정부와의 협상은 선배들에게 맡기고 학교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가톨릭 의대 정연준 학장도 지난 10일 '가톨릭 의과대학 학생에게 보내는 글'에서 "미뤘던 의대 수업을 31일 개강한다"며 "남은 문제들은 전체 의사가 힘을 모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갈 테니 학생들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학업에 매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학의 노력에도 의대생들의 반응은 차갑다. 도리어 대학에까지 불신이 번지는 모양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총장들은 증원분에 대한 교육 불가능을 인정하고서도 여전히 정부와 함께 돌아오지 않으면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교육자가 교육을 더 못 받게 하겠다고 협박할 거면 학생을 위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유급·제적 등 엄격한 학칙 적용 원칙도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전공의 커뮤니티에서는 수강신청 정정기간을 활용해 전공과목을 수강했다가 이후 수강취소하는 등 교묘하게 제적을 피할 수 있는 수업거부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이 때문에 3월 이후 최종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지금보다 더욱 적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대생들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의 기저에는 정부 불신과 매몰 비용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지역 의대 휴학생 A씨는 "모든 것이 조건부인데, 어떻게 믿고 돌아가느냐"며 "조건이 안된다고 정부가 말을 바꾸거나, 내후년에 다시 의대정원을 늘리면 일년 버리고 복학한 학생들은 뭐가 되느냐. 보다 확실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대 익명 게시판 '에브리타임'에도 "2020년 국시거부 때도 학교는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복귀하면 선배 의사들이 바꾸겠다'고 말했으나,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다"며 "되레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이 지금까지 감귤(단체행동을 하지 않은 의대생과 전공의 비하용어)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학생들 사이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복학을 고려했던 학생들까지 휴학을 이어가는 사례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한 사립 의대 교수는 "의대 특성상 선배들이 직접적으로 강요하지 않아도 동조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소위 빅5 의과대학을 제외하면 보통 예과 1학년 시절부터 수련병원 레지던트 때까지 선후배, 동기들과 지내야 하기에 더욱 서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도 비판론 우세...일각에서는 "의대교육 정상화 우선" 목소리도

의료계의 반응도 싸늘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제시한 내용으로는 의학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부당한 정책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사 문책이 동반된 사과를 요구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같은 날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괘씸죄도 아니고, 학생들을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와 협박 뿐"이라며 "7500명 학생을 어떻게 교육할지 대안도 없이 내년 신입생 선발부터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비난글을 올렸다. 

지난 8일 열린 전국 전국시도의사회 회장단협의회 비공개회의에서 의협 김택우 회장은 "증원 0명이 아니라 정원이 0명이 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도의사회장은 "정원 0명이라는 발언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발표 방식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것은 공감한다"며 "정책 실패에 사과부터 해야지, 학생들을 협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해 의료개혁 문제와 의대생 복귀 문제를 분리하고, 학생들의 복학을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역 의대 교수 B씨는 "무너진 의대교육 정상화가 시급한데, 이 문제를 자꾸 정치적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며 "우선 의대생들이 다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복학을 독려하고, 남은 문제는 의료계와 정치권이 논의해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강희경 전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교수협의회 비상대책의원장도 "더 이상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피해가 길어지면 안 된다"며 "그간 열심히 부당함을 알렸으니 이제 남은 문제는 기성세대 의사에게 맡기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 능력을 함양해 우리보다 더 나은 의사가 돼달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이제 더 이상 정원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의정사태의 본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의료계와 정치권이 대화를 통해 정책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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