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SK바이오팜·GC녹십자 등 해외 직접 판매 체계 구축
국내사들 판매수수료 절감 따른 수익성 개선 및 유연한 시장 대응력 장점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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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약품 수출 규모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직접판매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약품은 국가마다 유통 방식이 서로 달라 이미 시장을 점유한 현지 기업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 경로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판매를 위해 현지 법인을 세우거나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 대다수 제약 기업이 현지 기업을 통한 간접판매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간접 판매 방식은 유통 단계가 늘어나는 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지 파트너사에 지불해야 하는 판매 수수료가 높고, 시장 가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초기 비용은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직접 판매에 뛰어든 기업들이 눈에 띈다. 셀트리온, GC 녹십자, SK바이오팜 등 기업이 해외 직판 체계 구축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직판' 선두주자 셀트리온, 유럽 내 전 제품 직접판매

국내 제약 기업 중 의약품 직접판매망 구축에 가장 일찌감치 나선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2010년 헝가리 현지법인 개설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까지 현지 판매 및 유통을 담당하는 법인을 설립하며 직접 판매망 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유럽에서는 2020년부터 램시마 직접 판매를 시작했으며 점차 전 제품의 판매 방식을 직접판매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직접 판매를 시작하며 영역을 넓혔다. 

그간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직접 판매를 이어왔던 셀트리온은 최근 현지 제약 유통사를 인수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직판 성과를 높이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이달 스위스 제약 유통사 아이콘을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스위스 현지 의약품 직판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아이콘 인수를 통해 이미 구축된 현지 유통망과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직판 성과를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이콘은 2016년부터 셀트리온의 스위스 유통 파트너사로 협력해온 회사로, 셀트리온 제품에 높은 이해도와 스위스 제약 산업에 대한 경험을 모두 갖췄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회사는 현지 기업의 영업 강점과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하면서 직판 체제로 탄력적 가격 정책을 운영해 판매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제품군은 올해 2분기 스위스에서 6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회사는 내년 중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테키마(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안과질환 치료제 아이덴젤트(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어, 후속 제품들도 직판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구축된 해외 유통망을 통해 향후 다른 국내사 의약품까지 유통·판매하겠다는 장기 계획도 갖고 있다.
 

마진율 90% 넘는 세노바메이트, 영업 레버리지 효과 기대

의약품 직접판매의 이점은 최근 미국 내 직판 체계 구축을 통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의 판매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SK바이오팜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적자를 기록했던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출시 후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올해 3분기 미국 매출은 113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 전년 동기 대비 49.8% 성장했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시장에서 신규 환자 처방 수(NBRx)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출시 53개월차인 지난 9월 총 3만 1000여 건의 월간 처방수를 기록했으며, 이는 경쟁 신약의 출시 53개월차 처방 수의 2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노바메이트의 마진율은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약을 직접판매 했을 때만 달성 가능한 높은 매출총이익률로, 회사 측은 영업 레버리지를 통해 이익률이 점차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업 레버리지란, 고정비가 큰 산업에서 매출액 증가에 따라 영업 이익의 상승 속도도 빨라지는 효과를 말한다. 이번 분기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만으로 회사의 판관비 총액을 넘어서, 향후 매출총이익의 많은 부분이 영업이익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에 회사 측은 고정비 상승 최소화를 통해 이익률을 더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SK바이오팜도 세노바메이트 판매를 위해 구축한 미국 내 직판 체계를 추가로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제2의 상업화 제품을 도입해 늦어도 내년 중 성과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알리글로 직판 뛰어든 GC녹십자, 미국 사보험 시장 80% 확보

GC녹십자는 지난해 말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면역글로불린 10% IVIG)를 승인받고, 올해 하반기부터 유통에 나섰다. 회사는 미국 내 자회사인 GC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알리글로를 판매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7월 알리글로의 초도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했으며, 8월부터 알리글로 투여가 진행됐다. 2·3·4차의 후속 물량의 출하도 이뤄졌다.

GC바이오파마 USA는 판매에 앞서 미국 내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의약품 구매대행사(GPO) 3곳 등 6곳의 업체와 계약 체결을 완료하며 기반을 다졌다. 전문약국(SP)과의 파트너십 체결도 마무리 됐다. 

이로써 보험사, PBM, 전문약국, 유통사에 이르는 미국 내 수직통합채널을 구축했으며, 당초 목표로 한 미국 내 사보험 가입자의 80%를 확보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104억 달러(한화 약 13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평균 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자가면역질환 발생이 증가하면서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알리글로의 올해 매출 목표를 5000만 달러(약 700억원)로 설정했다. 내년 매출 목표는 1500억원 수준으로, 매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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