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사직 후 9월 수련 특혜 인정
수도권 대형병원들 전공의 채울 것으로 보여
전문의 중심병원 정책으로 지방 국립대병원 교수들도 수도권으로

정부가 필수 및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했지만, 현실은 지방을 더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정부가 필수 및 지방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했지만, 현실은 지방을 더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지방 및 필수의료를 보장하기 위해 의대정원 확대를 결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방 의료를 더 황폐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대정원 확대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했고, 이로 인해 지방에 근무하던 공보의들이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차출된 바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방에 있는 환자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 이후 정부의 행보는 의료계 정상화를 애쓰는 모습이지만, 지방 의료는 더 망가지는 방향으로 가는 양상이다.

8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병원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전공의에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조 장관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보다 부합한다는 판단 하에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하반기 복귀하는 전공의에게 수련 특례를 인정해 달라는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 장관은 "각 수련 병원은 7월 22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7월 15일까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을 확정해주길 바란다"며 "복귀 전공의와 사직 후 오는 9월에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게 수련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결정의 이면에는 전공의 사직을 받아주고, 9월 하반기 수련 특례를 인정하면 일부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할  것이란 믿음이 깔려있다.  

"다른 병원에서도 수련할 생각 없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정부 생각과 달리 복귀를 고려하는 전공의는 많지 않고, 오히려 지방 의료를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휴직 전공의인 A씨(소아청소년과 4년차)는 "정부의 행정처분 철회는 여전히 잘못된 조치이고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닌 것을 대상으로 여긴 처사라 철회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며 "여전히 취소라고 말하지 못하는 정부의 알량한 자존심이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정부가 말하는 정책으로는 복귀 의향은 없다"며 "다른 병원이라고 해서 우리가 문제 삼는 '필의패'의 영향을 안 받는 것도 아니라서 다른 병원에서 수련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정부 결정으로 지방에 근무하던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할 것이라 우려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사직했던 전공의 일부가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인기과를 채우고, 나머지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전공의들이 빈자를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가 지방 의료를 위해 의대정원 확대를 했다지만, 결국 지방의 전공의까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옮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빅5 병원이 지방의 전공의들을 대거 채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A씨는 "정부는 9월 전공의들이 서울대병원 등 빅5로 옮기면서 빈 곳이 생길 것이라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빅5 병원에서 의국 전공의들을 두고 다른 전공의들을 뽑을 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전문의 1명을 채용하거나 PA를 뽑아두고 1년 기다린다는 과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학회도 정부가 지방과 필수의료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학회는 "현재 상황에서 지방 전공의 또는 소위 비인기과 전공의가 서울의 대형병원 또는 인기과로 이동 지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으며 이 경우 지방 필수의료의 파탄은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국립대학병원 교수들도 들썩 들썩 

정부가 대학병원은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가겠다고 밝히면서 지방 국립대학병원 교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대학병원은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가겠다고 밝히면서 지방 국립대학병원 교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방 국립대학병원 교수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후, 정부가 앞으로 대학병원 진료는 전문의 중심병원을 외치면서 지방 국립대학병원 교수들도 들썩이고 있다. 

실제 양산 부산대병원 교수들이 사직을 하고,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직하고 있고, 이런 흐름은 다른 지방 국립대병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아도, 지방 및 필수 의료를 해결하기는 커녕 더 나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어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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