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감소로 인한 조제건수 하락했지만 평균처방일수 증가로 조제금액 감소는 적어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의대정원 확대 논란에 따라 전공의와 교수진의 사직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상급종합병원의 조제건수 및 조제금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정원 확대 시국에서 제약업계의 매출 감소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아이큐비아는 국내 원외의약품 시장 분석을 위한 약국조제내역 조사 자료인 KNDA를 바탕으로 2월 하순부터 전개된 전공의 이탈이 원외의약품 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3월 전체 원외의약품 시장은 전년 동월 대비 조제건수는 -6.4%, 조제금액 -3.9% 감소했다.
전체 원외의약품 시장을 의료기관 유형별로 구분할 경우, 전공의 사직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 상급종합병원은 KNDA 자료상에도 조제건수 -13.3%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조제금액은 -3.7%로 예상과 달리 전체시장 감소분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이는 외래 환자들이 향후 지속될 의료공백을 우려해 약을 장기로 처방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KNDA에 따르며, 모든 의료기관 유형별로 전년 동월 대비 평균처방일수(AVTD)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2023년 3월 70.0일에서 2024년 3월 77.3일로 큰 폭(+10.6%)의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KNDA의 조제유형별 분석에서도, 상급종병의 약물반복조제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9.2% 감소한 반면, 약물신규조제건수는 -21.4%가 감소했다. 이는 신규환자 대상 약물조제가 예상대로 더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간 제약업계는 상급종병의 진료 감소로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환자가 이동하고,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해당 의료기관 유형에서 조제건수와 조제금액이 커 질것으로 전망했다.
KNDA 자료상에는 아직까지 그런 경향이 뚜렷하게 관찰되지는 않아 향후 추세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급종병의 조제금액 성장률을 유형별로 더 분석한 결과, 제네릭 의약품(-2.6%)보다 오리지널 의약품(-4.3%)이 전년 동월 대비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비중이 큰 외국계 제약사의 매출액 감소(-4.6%)가 국내 제약사의 매출액 감소(-2.6%)보다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급종병의 경우 주요 약물군별 조제금액 성장률에도 차이가 관찰됐다.
처방전당 평균처방일수 증가로 조제금액 감소는 억제됐다. 주요 만성질환군인 동맥경화치료제(C10, -0.9%), ARB 고혈압치료제(C09, -4.4%), 당뇨병치료제(A10, -3.5%)의 경우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항생제(J01, -20.6%), 항류마티즘제(M01, -15.6%), 항바이러스제(J05, -16.1%) 등 주로 급성질환에 사용되는 약물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폭의 감소가 일어났다.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매출의 감소는 아이큐비아의 시장데이터에서 관찰되는 의약품시장 감소세보다 더 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큐비아가 협력 패널도매상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결과, 상당수의 도매상들은 주문량 감소와 일부 의료기관의 경영난으로 인한 대금지급 지연 등으로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경영 환경의 변화로 일부 도매상은 안전재고 수준을 보수적으로 가져가고 있어서 제약사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외의약품 시장보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의 여파가 더 클 것으로 보이는 원내의약품 시장의 경우, 분기별로 제공되는 아이큐비아의 National Sales Audits 자료를 통해 분석이 가능하나 아직 1분기 공식자료가 발표되지는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 집계된 대학병원급 패널의 미가공 자료(raw data) 분석에 따르면, 2024년 1분기(1~3월 전체) 원내의약품 시장은 전년 동분기인 2023년 1분기 대비 0.3% 증가, 전 분기인 2023년 4분기 대비 -5.4%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전공의 사직의 실제 영향이 2월 하순부터 한달 남짓이었음을 고려할 때 상당한 감소세로 보여진다.
현 사태가 지속돼 2분기 전체에 영향을 줄 경우 감소세는 두 자리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아이큐비아는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상황과 이로 인한 제약시장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의료공백의 영향이 지속될 경우 다양한 시장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약회사, 도매상 등 관련 업체들의 대응 전략 수립에 필요한 시장 동향 분석 자료를 신속히 제공할 예정이다.
추후 5월 중 배포 예정인 병원 원내 시장 자료와 원외 처방 4월 업데이트 자료를 통해 전체 시장에 대한 더욱 자세한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